요기요 복날마다 ‘시스템 먹통’… 밀려드는 주문 뒤엔 ‘가맹점주 골병’

2019-08-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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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치킨 주문 대란… 접속장애·주문누락 등 피해 속출
가맹점주, 서버 폭주로 준비해둔 재료와 인력 소진 못 해
요기요 “아키텍처 개선, 지속적인 인프라 확대 진행 예정”

치킨 가맹 전문점을 2년째 운영 중인 A씨는 요기요 타임할인 기간이 두렵다. 평소보다 몇 배의 주문량을 예측해 재료를 미리 준비하지만, 막상 할인시간이 되면 두세 명의 직원이 주문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문 폭주로 요기요 앱이 먹통되면서 준비한 재료를 모두 소진하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경기도에서 치킨 전문점을 운영 중인 가맹점주 B씨는 요기요 복날 이벤트에도 불구 평소와 비슷한 매출을 기록했다. 주문 폭주로 인해 배달앱 주문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가맹점주 B씨 조차 주문 창에 접속하기 힘들었던 만큼, 주문을 포기한 소비자들이 많아 쿠폰할인 효과는 보지 못했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멕시카나의 한 가맹점주가 소비자에게 욕설을 내밷은 사건이 발생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시간이 넘게 치킨을 받지 못한 소비자는 가맹점에 항의전화를 했고, 이에 가맹점주는 “요기요 서버 에러 때문에 40명 이상의 주문이 누락됐다”며 “싫다면 주문 취소해라.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멕시카나 본사는 사건 발생 이튿날 ‘해당 가맹점에 대해 패널티를 포함,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본사는 문제의 지점명을 공개하며 지속적인 사과를 통해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소비자에게 위협적으로 대응한 가맹점주의 태도는 분명 잘못됐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더라면 욕설이 오가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면 문제의 불씨는 요기요 서버 에러에서 시작된다. 말복이었던 지난 11일 배달앱 요기요에서는 ‘5000원 쿠폰할인’ 이벤트를 예고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많은 이용자가 몰리면서 앱 접속이 안 되거나 음식을 결제했지만 주문이 누락되는 등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다. 시스템의 먹통으로 멕시카나 가맹점주는 주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소비자가 주문 건에 대해 연이어 항의하자 욕설을 퍼부은 상황까지 치달았다.

실제로 문제가 됐던 복날에는 서비스 장애로 일부 가맹점에선 주문을 받지 못했으며, 밀려드는 항의전화로 고객센터마저 불통됐다. 이에 소비자들은 주문 상황을 몰랐던 가맹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통은 더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가맹점주들의 불만도 상당했다. 쿠폰할인 이벤트에 대비해 준비해둔 재료와 인력을 모두 소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스템 먹통으로 소비자들의 항의전화까지 받아내며 감정노동까지 더해졌다.

요기요는 지난달 12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모든 치킨을 6000원 할인하는 행사를 열었다.
요기요는 지난달 12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모든 치킨을 6000원 할인하는 행사를 열었다.

A가맹점주는 “쉬지 않고 주문알람이 울렸다. 치킨을 튀기고, 배달을 가고, 주문 창에 뜨지 않은 주문 항의전화까지 받는 등 그때의 상황은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었다”며 “직원이 많은 가맹점은 주문량을 소화하겠지만 직원이 적은 가맹점은 이리저리 뛰다 골병만 들었다”라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는 C가맹점주는 “배달이 밀려 2∼3시간을 기다린 손님이 계셨다. 정말 죄송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요기요의 서비스 장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달 12일에는 초복 맞이 ‘치킨 6000원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서버 폭주로 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이후 요기요는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한 달도 안 된 말복 이벤트에서 같은 문제를 일으키며 실질적인 대안은 보여주지 못했다. 소비자들 역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또 먹통이냐’, ‘주문누락 환불 빨리 해달라’, ‘어제 결제하고 음식 못 받았다’ 등 할인 쿠폰을 남발하는 배달앱 업계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시스템 먹통의 이유는 애석하게도 할인을 통한 신규고객 확보와 주문 건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는 마케팅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쿠폰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시스템 먹통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제2의 멕시카나 사태’ 또한 항상 노출돼있다.

이와 관련해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주문 요청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량 주문처리를 위한 시스템 구성 최적화 및 모바일 앱과 서버 간 통신의 효율화 작업 등을 진행 중”이라며 “향후 성능개선을 위해 인프라 및 엔지니어 인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확장성을 보장하기 위한 아키텍처 개선과 지속적인 인프라 확대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장님 사이트 내 ‘가맹점주 자체할인’ 시스템 오류에 대해 “사장님이 이용하고 있는 배달앱 운영 관련 서비스 시스템은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내부에서 현재 해당 건에 대해 문제점을 확인 중이며, 세부적으로 꼼꼼하게 검토하여 문제점을 시정할 예정”이라면서 “회사의 조직 구조, 내부 운영 프로세스 등 회사 운영에 관련된 대외 공개가 힘든 부분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구체적인 답변은 힘들다”고 대답했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