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중독' 현대인, 100가지 물건만으로 살 수 있을까...영화 '100일 동안...'

2019-09-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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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풍요한 현대생활에 의문
두 친구를 통해 물건이 현대인 내면의 외로움까지 해결하지 못함을 지적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영화사 진진 제공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영화사 진진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증조부모 세대에는 57가지, 조부모 세대에는 200가지, 부모세대에는 600가지 물건을 소유하며 살아갔다. 그리고 현대의 우리는 1만 가지의 물건으로 생활한다."

영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는 이와 같은 대사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불과 100년 전에 비해 몇십배, 몇백 배가 넘는 물건을 소유할 만큼 풍요로워졌지만, 과연 그만큼 행복해졌는지 의문을 던진다.

폴(플로리안 데이비드 피츠 분)과 토니(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고 현재는 IT 회사를 공동 운영하는 친구다.

자신들이 개발한 인공지능 비서 '나나'를 미국의 유명 IT 기업가에 판매하는 과정에서 다툰 이 둘은 홧김에 내기하게 된다. 모든 것을 버린 후 하루에 한 가지 물건을 돌려받으며 100일을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내기. 스마트폰과 아마존 없이는 못 살고 신지도 않을 신발로 방 하나를 가득 채우는 폴과, 있어 보이는 고급 정장과 발모약이 무엇보다 중요한 토니에게는 불가능한 내기로 보인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영화사 진진 제공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영화사 진진 제공

내기를 시작하자마자 알몸으로 각자의 집에 던져진 폴과 토니는 서로를 견제하기에 바쁘다. 그러던 중 토니는 하루에 한 개씩 물건을 찾으러 가던 창고에서 미스터리한 여인 루시(미리엄 스테인)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끌린다

영화는 두 사람을 통해 소비와 소유에 종속돼버린 현대인의 모습을 진단한다. 최근 떠오른 '미니멀리즘' 철학을 강조하는 듯도 하다. 이를 코믹한 방식으로 다룬 점이 새롭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영화사 진진 제공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는 세상이 풍요로워지고 편리해졌지만, 그것이 현대인 내면의 외로움까지 해결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폴은 내면의 외로움을 소비와 물건으로 채우려고 한다. 스마트폰 중독인 그는 인공지능 비서 '나나'에게 연인처럼 말을 건넨다. '나나' 역시 맞춤형으로 연인처럼 폴에게 대답해주지만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를 묻는 말에는 "구글에 검색해준다"고 할 뿐이다. 폴은 "우린 전부 가진 세대인데, 우리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화가 무조건 물건과 소비를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옷과 안경·콘택트렌즈 같은 물건은 필수적이고 누군가가 남긴 물건은 그를 떠올리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SNS 맞춤 광고와 같은, 살면서 놓치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섬뜩한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까지도 살짝 건드린다. 현대인들 삶의 모습을 최대한 많이 담아내려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영화사 진진 제공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영화사 진진 제공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티격태격하는 두 친구의 신경전이 웃음 포인트다. 두 사람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알몸으로 눈 내린 거리를 뛰고 윗집·아랫집에 살며 서로의 음식을 훔치기도 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점점 이 둘의 관계에 주목한다. 오랜 시간 함께 한 만큼 둘 사이에는 서로로 인한 깊은 상처가 있다. 두 사람의 소비 패턴이 어린 시절의 결핍과 관련이 있음이 드러난다. 이 부분이 지나치게 심각해지진 않지만, 앞의 내용과 연결고리가 다소 헐겁다.

폴을 연기한 플로리안 데이비드 피츠가 연출까지 맡았다.

오는 9월 12일 개봉. 15세 관람가.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영화사 진진 제공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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