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둔화 벗어나려 안간힘’ 아모레퍼시픽 반등 활로 모색

2019-09-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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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쇼핑 행사 광군제 앞두고 실적 개선 기대감↑
매출 이끈 설화수 성장세 둔화… 차기 럭셔리 포트폴리오 부재

아모레퍼시픽 사옥 전경
아모레퍼시픽 사옥 전경

로드샵 브랜드와 설화수로 K뷰티의 한 획을 그었던 아모레퍼시픽의 성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매출액은 1조39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78억원으로 39.8% 감소했다. 국내 매출액은 1.6% 증가한 8919억원, 영업이익은 20.5% 줄어든 736억원, 해외 매출액은 7.4% 늘어난 5121억원, 영업이익은 55.7% 줄어든 201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매출액은 5조6454억원, 영업이익은 8481억원을 기록했다. 사드 후폭풍 이후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2017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9% 감소한 5조1238억원, 영업이익은 30% 줄어든 5964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 성장한 5조 2778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18% 하락한 4820억원을 기록했다.

◇ 주춤하는 사이 ‘LG생활건강’이 추월

아모레퍼시픽이 주춤하는 사이 LG생활건강이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를 앞세워 맹추격했다. 특히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원 이상 달성하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실현했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2조24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상승했고, 영업이익은 4720억원으로 16.2% 성장했다. 면세점 실적 또한 LG생활건강 ‘후’가 6024억원,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가 3026억원으로 LG생활건강이 약 2배 앞서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 매출 하락의 이유로 국내 채널 매출 감소, 아리따움 라이브 채널 전환, 중국 이니스프리 매장 확대에 따른 고정비 부담, 국내외 마케팅 투자비용 등을 꼽았다. 이 중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는 ‘중국 실적 회복’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해외매출에서 중국매출이 80%를 차지한다. 결국 중국인들의 손에 실적 회복이 달린 셈이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이 사드 사태를 겪는 동안 중국 현지 화장품 브랜드들이 급증했고,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 시세이도, SK-Ⅱ 등이 K뷰티 자리를 차지했다. 또 중국 내 로드숍 브랜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럭셔리 브랜드가 상승하면서 이니스프리의 성장세도 둔화됐다. 아울러 인플루언서들이 대거 등장해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를 통해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마케팅 비용투입 대비 더딘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반기에도 중국시장 경쟁 강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11월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를 앞두고 분위기 쇄신에 성공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광군제 시즌, 설화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서만 약 163억원 이상이 판매됐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중국 최대 소비 이벤트인 11절을 앞두고 알리바바 및 JD닷컴과의 브랜드 제휴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 성장률 회복 및 점진적인 가치평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신제품 출시나 브랜드 행사에 왕홍 등을 이용

최근 국내 기업도 중국 SNS 채널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왕홍(网红, 유명 크리에이터)과 협력해 홍보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K쇼핑은 지난 3일 업계 최초로 중국 왕홍 커머스를 통해 국내 상품을 중국 시장에 유통하는 MOU를 체결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4일 인플루언서와 왕홍 150여 명과 함께 CNP 차앤박화장품의 피부 건강 캠페인 행사를 진행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월과 8월 광저우 지역의 유명 왕홍과 연계해 한국 수출농식품을 실시간 생중계로 중국 전역에 소개했다. 생방송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청자가 증가해 누적 조회 수는 2일 기준 회당 8000만 뷰, 합계 5억6000만 뷰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홍보를 어떤 왕홍이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수입이 좋은 판매 1위 왕홍 웨이야가 홍보하는 제품이라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내 신제품 출시나 브랜드 행사에서 왕홍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디지털 마케팅과 플래그십스토어도 선보이고 있다. 매년 해오듯 중국 광군제를 대비해 유통사와 협업하며 다양한 프로모션 및 전용 상품 출시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실적도 눈 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라이브 매장으로 전환함에 따라 판관비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또, 럭셔리 브랜드 설화수의 성장세가 느려지면서 차기 럭셔리 포트폴리오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는 백화점 방문판매 등의 럭셔리 채널뿐만 아니라 아리따움이 여전히 20% 이상의 역신장에 그치며 마케팅 효과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아리따움 라이브점이 1분기 12점(店), 2분기 추가 160점에 이어 연간 500점 전환이 예상돼 전체 1190개 매장 중 50% 이상 전환되는 내년 이후 매출 흑자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조경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의 성장세가 둔화되며 차기 럭셔리 브랜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는 성장성이 높은 기존 브랜드 럭셔리 세그먼트와 려와 같은 헤어케어 부문에 대한 마케팅 비용 투입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기업은 매출이 하락세를 지속하면 구조조정이나 임금동결 등의 카드를 꺼내들기 마련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에 따르면, 2016년 아모레퍼시픽 직원 6267명 1인당 평균급여액은 5900만원, 2018년 직원 6087명 1인당 평균급여액은 약 6000만원으로 2년 동안 1인당 평균급여액은 비슷했으나 직원 수는 180여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나 임금동결 등과 관련해 얘기가 나온 것은 없다. 경영방침은 혁신적인 제품 출시와 고객들을 위한 체험 요소 강화, 디지털 사업 확장 이 세 가지가 우선순위”라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는 헤라와 아이오페 중심으로 진행 중이고, 프리미엄 급인 프리메라도 론칭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설화수를 잇는 차기 럭셔리 제품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