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세대 정전 강풍 피해 속출…태풍 링링 제주 비상

2019-09-0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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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육·해상 태풍경보…하늘·바닷길 끊겨 '고립'
당국 '비상 Ⅱ단계' 24시간 대응…“행정력 총동원”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북상 중인 6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아파트 외벽이 강풍에 무너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뉴스1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북상 중인 6일 오후 제주시 연동의 한 아파트 외벽이 강풍에 무너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뉴스1

한반도를 향해 빠르게 북상하고 있는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제주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현재 제주도 육·해상 전역에는 태풍경보가 발효 중이다.

링링은 전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중심기압 94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43m(시속 155㎞), 강풍반경 390㎞의 강한 중형급 세력으로 서귀포 남서쪽 약 25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4㎞로 북진하고 있다.

이어 링링은 세력을 유지하며 이날 오전 2~3시 제주도 서쪽 약 140~150㎞ 부근 해상까지 올라와 제주도에 최근접할 전망이다.

현재 제주도 산지를 중심으로 시간당 50㎜ 이상의 비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날부터 이날 0시까지 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윗세오름(산지) 236.5㎜, 제주(북부) 68.8㎜, 서귀포(남부) 54.1㎜, 성산(동부) 43.7㎜, 고산(서부) 36.1㎜ 등으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이날까지 100~200㎜, 많게는 400㎜가 넘는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문제는 바람이다.

이날 0시 기준 지점별 하루 최대순간풍속은 지귀도 초속 36.5m, 윗세오름 초속 33.9m, 마라도 32.6m 등으로 벌써 초속 30m를 크게 웃돌고 있다.

기상청은 7일까지 최대순간풍속 초속 40~50m(시속 145~180㎞)의 강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초속 40m 이상의 풍속은 사람이나 바위가 날아갈 수 있고, 초속 50m 이상의 풍속은 콘크리트 건축물이 넘어질 수 있는 바람세기로 분류된다.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북상 중인 6일 오후 제주시 연북로 인근 공사장에서 철제 울타리가 강풍에 쓰러져 있다 /뉴스1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북상 중인 6일 오후 제주시 연북로 인근 공사장에서 철제 울타리가 강풍에 쓰러져 있다 /뉴스1

위협적인 강풍을 동반한 링링이 점점 제주도에 근접하면서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까지 모두 18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9시40분쯤 제주시 한경면에서는 강한 비바람을 피해 등대에 몸을 숨겼던 20대 관광객 1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오후 4시8분쯤 제주시 연동에서는 20m 길이의 케이블선이 도로에 유실됐고, 오후 7시23분쯤 제주시 건입동에서는 오수가 도로 위로 역류했다. 오후 9시40분쯤에는 제주시 오라동의 한 공사장 철제 울타리가 도로 위로 넘어지기도 했다.

오후 8시34분쯤 제주시 연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벽돌이 떨어졌고, 오후 9시4분쯤 제주시 삼도2동의 한 건물 2층에서는 유리창이 깨져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강풍으로 인해 고압선이 끊기면서 곳곳에 정전도 발생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서귀포시 서호동 414세대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380세대, 서귀포시 법환동 235세대 등 약 2400세대가 정전돼 현재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강풍으로 인해 복구작업이 계속 지연되면서 현재 복구과 완료된 곳은 280여 세대 뿐이다.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북상 중인 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대정농공단지 교통반사경이 강풍에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하고 있다(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뉴스1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북상 중인 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대정농공단지 교통반사경이 강풍에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하고 있다(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뉴스1

제주도와 타 지역을 잇는 항공기, 여객선 운항은 일찍이 끊긴 상태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태풍·윈드시어(Wind Shear·급변풍) 특보가 발효 중인 제주국제공항에서는 전날 오후 8시35분 청주행 아시아나항공 OZ8236편을 끝으로 모든 항공기가 결항됐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 발이 묶인 체류객은 34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항공사들이 비행시간 4~5시간 전 항공기 이용객들에게 결항 사실을 미리 알리고 비행시간을 옮기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현재 공항 안에 남아 있는 체류객은 거의 없는 상태다.

선박안전기술공단 제주지부 운항관리센터에 따르면 제주기점 8개 항로(완도·목포·우수영·부산·녹동·여수·마라도 2개)에서는 전날 일찍이 소형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대형 여객선의 경우 전날 오전 조기 출항한 산타루치노(제주~목포)·아리온제주호(제주~녹동)를 제외하고 모두 기상 악화로 결항됐다.

기상청은 이날까지 항공기, 여객선 운항에 계속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북상 중인 6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가로수가 강풍에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뉴스1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이 북상 중인 6일 오후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가로수가 강풍에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뉴스1

제주도는 태풍경보가 처음 발효된 전날 낮 12시부터 비상근무단계를 '비상 Ⅱ단계'로 격상해 13개 협업부서와 교육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한국전력공사, 해병대 9여단 등 재난관리책임기관과 함께 24시간 근무체제에 돌입했다.

현재 제주도는 문자, 방송, 전광판 등을 활용한 대도민 홍보와 재해위험지구, 세월, 해안가, 급경사지, 절개지 등 재해취약지역에 대한 사전 예찰에 주력하고 있다.

전날 학교들은 교육청의 권고로 오전까지만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점심 급식 후 오후 1시 전에 귀가할 수 있도록 하교시간을 조정했다.

해경은 이날로 사흘째 연안 안전사고 위험예보를 최고 위험등급인 '경보'로 유지하며 관내 항‧포구와 위험구역을 중심으로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어선, 비닐하우스, 축사 등 결박 조치와 함께 농작물 피해가 없도록 주변 위험요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야외활동과 위험지역 출입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현재 제주도가 갖고 있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만반의 태세를 구축하고 있다"며 "태풍이 제주를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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