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구멍까지 테이프로 막아"...천안 '냉장고 속 시신' 모자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9-09-1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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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화재 냉장고 시신 부검 진행
경찰 “숨진 모자 중 누군가가 불을 붙였을 가능성이 높다”

천안서북소방서 제공-연합뉴스
천안서북소방서 제공-연합뉴스

지난 11일 충남 천안시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60대 어머니와 30대 아들이 숨졌다. 이들 모자(母子)는 집 안 양문형 냉장고 안에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됐다.

오른쪽에는 어머니 A(62) 씨가 왼쪽에는 아들 B(34) 씨가 누워 있었다. 발견 당시 냉장고는 주방 바닥에 뉘어 있었으며 코드는 뽑혀 있었다.

냉장고 주변엔 인화성 물질이 뿌려져 있었고, 가스 밸브 고무가 잘려 가스가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머니 A 씨는 오래전부터 남편과 별거 상태로 숨진 차남과 이 아파트에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와 아들은 모두 직업이 없었고, 별거 중인 아버지에게 매월 생활비 150만 원씩 받아 생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다른 가족과의 왕래는 없었다고 한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잠금장치 3개는 모두 잠겨있었고, 현관문 틈새부터 열쇠구멍까지 청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그덕에 모든 구멍이 차단돼 이들 모자가 살던 아파트 내부만 태웠을 뿐 큰 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천안 서북경찰서 측은 "냉장고 앞부분에 인화 물질이 뿌려져 있었고, 이것을 담았던 빈 통도 발견됐다. 발화 지점은 여러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침입의 흔적이 없고, 모자의 시신은 그을린 자국 외에 특별한 외상이 없어 강력범죄 가능성은 낮다"며 "숨진 모자 중 누군가가 불을 붙였을 가능성이 높고, 동반 극단적 선택인지 타살 후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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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분석 결과 아들 B 씨가 지난 10일 오후 6시 16분쯤 귀가할 당시 플라스틱 통을 들고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 A 씨가 집에 들어간 시간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B 씨가 귀가한 이후 방문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5시 22분쯤 천안시 쌍용동의 한 아파트 5층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불은 "'펑' 터지는 폭발음이 들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4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인근 주민들은 화재가 발생하기 전날에도 이들 모자가 심하게 다퉜다고 전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천안 서북경찰서는 이들 모자가 화재로 숨졌는지, 아니면 불이 나기 전에 숨졌는지 등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