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제 출동해야 하니까 나중에 전화할게”... 추석연휴에도 5초대기 소방대원들

2019-09-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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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시민들의 안전한 명절 위해
“보고싶은 가족들과는 영상통화로 대체하죠”

추석 당일인 13일 오후 강원 원주시 명륜동 원주소방서 상황실 권용훈(48)대원이 신고상황을 파악하고 해당지역 대원들의 출동상태를 살피고 있다 / 뉴스1
추석 당일인 13일 오후 강원 원주시 명륜동 원주소방서 상황실 권용훈(48)대원이 신고상황을 파악하고 해당지역 대원들의 출동상태를 살피고 있다 / 뉴스1

“구급출동! 구급출동! 00동 00아파트 복통환자 발생, 출동대 명륜구급 명륜구급.”

추석 당일인 13일 오후 9시 24분 정적을 깨는 출동지령 방송이 원주소방서에 울려 퍼졌다.

대기하던 소방 구급대원 2명이 방송과 함께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뛰쳐나갔다.

가족을 뒤로한 소방대원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동명령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은 환자상태를 살핀 후 간단한 응급처치를 하고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한 뒤에야 비로소 소방서로 복귀했다.

큰 사고가 아닌 것을 확인 한 후 소방대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명절엔 배 아픔, 부부싸움 환자들이 특히 많다고 한다. 이날도 손목다침 환자가 발생해 출동하니 부부싸움이었다.

추석 당일인 13일 오후 10시 강원 원주시 명륜동 원주소방서 대원들이 시민들의 구조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신속히 이동하고있다 / 뉴스1
추석 당일인 13일 오후 10시 강원 원주시 명륜동 원주소방서 대원들이 시민들의 구조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신속히 이동하고있다 / 뉴스1

“아빠 이제 출동해야 하니까 나중에 전화할게”

야간근무자 이승기(42)대원은 태백에 있는 어린 아들과 영상통화를 하다가 출동지령 방송을 듣고 급히 전화를 끊었다.

추석명절 기간에 가족들과 함께 지내지 못해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게 저희 일이고 가족들도 이제 그러려니 한다”고 답하며 멋쩍게 웃었다.

이 대원은 15년차 구급대원으로 명절근무와 가족과의 짧은 만남이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와 함께 놀아주지 못해 아쉽지만 아빠가 시민들을 구조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추석 당일인 13일 오후 강원 원주시 명륜동 원주소방서 대원들이 출동 전 차량을 점검하며 상황전달을 하고있다 /뉴스1
추석 당일인 13일 오후 강원 원주시 명륜동 원주소방서 대원들이 출동 전 차량을 점검하며 상황전달을 하고있다 /뉴스1

소방상황실 근무자 권용훈(48)대원은 올해 20년차로 매년 명절에 큰 사고가 없기를 바라며 근무에 임한다.

권 대원은 원주소방서의 컨트롤타워 역할로서 신고 된 현장으로 출동하는 소방차와 대원들의 동선이 엉키지 않도록 꼼꼼히 모니터링을 하며 상황을 전달한다.

오후 10시를 기준으로 원주 내 66건의 신고내역과 출동상황을 살핀 후 “지역에 아주 큰 사고가 없어서 너무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권 대원은 “특히나 명절에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달갑지 않다”며 “사건이 크면 클수록 대원들끼리도 서로 말을 많이 아끼고 트라우마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렇지만 시민들이 안전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원주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모든 소방대원들은 “명절이라고 다를 것 전혀 없이 시민들을 위해 대기하는 것에 매우 만족하며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소방서들은 명절이 특별경계근무기간이어서 특별사유 없이는 전 대원 정상근무다.

이날 강원도에서는 시민들로부터 약 500건의 신고가 들어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또 강원도 내 총 약150명의 대원들이 자리를 지키며 급성복통, 트렁크에 갇힘, 부부싸움, 음주 등 다양한 신고현장에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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