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 스트리트 패션 접목하며 '파격 변신' 시도 중인 명품 브랜드들

2019-09-16 07:15

add remove print link

구찌 이어 버버리루이비통도 밀레니얼 세대 겨냥…
디자인 확 바꿔… '파격적'이거나 '투박'

명품 트렌드 / 뉴스1
명품 트렌드 / 뉴스1

명품 매장에도 90년생이 오고 있다. 40~60대가 주름잡던 명품 시장에 20~30대가 새로운 큰손으로 떠올랐다.

젊어진 고객에 명품 업체들도 변화를 택했다. 그동안 고수했던 전통 디자인을 버리고, 과감한 스트리트 패션 디자인을 흡수했다.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이 대표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10~20대 명품 소비 증가율은 각각 24%, 35%에 달했다. 지난 2016년 현대백화점의 20대 명품 소비 증가율이 11%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롯데백화점 역시 VIP 중 20대 비중이 지난해 38.7%까지 늘어났다. 2016년(28.5%)과 비교하면 10포인트(P) 넘게 상승한 수치다.

백화점의 새로운 큰손으로 90년생으로 대표되는 밀레니얼 세대(1980~1996년생)가 떠오른 것이다.

새로운 고객 등장에 명품 업체들도 변신에 나섰다. 주력 소비층은 여전히 40~60대지만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소비 세대를 확대하는 것이 필수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고상한 스타일은 버리고, 차려입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운 스트리트 패션 디자인을 택했다.

가장 먼저 변신에 나선 곳은 구찌다. 2015년 수석 디자이너로 등장한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구찌를 완벽히 바꿨다. 다소 고루한 구찌 상품에 커다란 로고와 새로운 문양, 형광 원색을 시도해 완전히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변화에 소비자는 열광했다. 특히 주 소비층인 40~50대뿐 아니라 20~30대도 구찌 가방에 지갑을 열었다. 덕분에 구찌 브랜드를 소유한 케링(Kering) 그룹은 2017~2018년 매출이 각각 42%, 33% 증가했다.

발렌시아가(Balenciaga)는 원색을 기반으로 한 투박한 어글리 슈즈를 내놨다. 90만원이라는 높은 발매가에도 불구하고 완판 행진을 기록하며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오랜 기간 같은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해 온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변화에 동참했다. 고유의 체크무늬로 유명 버버리(Burberry)는 지난해 브랜드 로고를 간결하게 바꾸고, 스트리트 패션을 접목한 의류와 잡화를 내놓기 시작했다.

3대 명품 중 하나로 럭셔리를 대표하는 루이비통도 2017년 스트리트 브랜드인 '슈프림'(Supreme)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했다. 슈프림은 남성복 브랜드 중 가장 화제가 되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다.

허나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명품 소비 계층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부상하면서 이전보다 다양한 스타일의 수요가 발생했다"며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 좋음을 추구하기보다 각자의 마음에 드는 것을 가장 우선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글리 슈즈도 그런 예시 중 하나"라며 "파격적이거나 투박해 보이는 디자인과 상품도 인기를 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당분간 명품 업체들의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며 "성장을 위해서는 놓칠 수 없는 고객"이라고 강조했다.

home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