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한국인이 납치·살해됐지만 별다른 대처 없는 한국 정부

2019-09-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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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필리핀에서 경찰에게 납치·살해당한 한국인
“한국 사람 건드리면 맛있다. 돈도 나오고, 아무 말도 안 해”

필리핀에서 자국민이 납치, 살해됐지만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에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MBC 'PD 수첩'에서 '사라진 남편, 그는 왜 표적이 되었나' 편이 방송됐다. 방송에서 필리핀에서 실종된 남편 지익주 씨 살인사건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아내 최경진 씨 모습이 그려졌다.

유튜브, MBC PD 수첩

지익주 씨는 지난 2016년 필리핀에서 경찰에게 납치돼 살해당한 한국인이다. 남편이 필리핀에서 없어지자 최경진 씨는 직접 남편을 찾아 나섰다. 실종된 지 3개월 만에 남편 소식을 들은 최경진 씨는 충격을 받았다. 필리핀 경찰들이 지익주 씨를 납치하고 살해한 것이다.

당시 최경진 씨는 필리핀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남편을 찾아달라"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최 씨 노력에 한국 정부도 관심을 보였지만 그때뿐이었다. 현재 해당 사건 용의자는 보석으로 풀려나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이하 MBC 'PD 수첩'
이하 MBC 'PD 수첩'

최경진 씨와 함께 재판에 참석한 현지 교민은 눈물을 흘렸다. 교민은 "지금도 사건이 지지부진한데 한국은 어떤 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나 미국, 일본 사람이 죽었으면 대단한 사건이 됐을 거다"라며 "중국·미국·일본 사람에게는 필리핀 사람들이 손도 못 댄다"고 했다.

최경진 씨는 "대통령과 대사에게 '당신의 남편이나 아내가 이런 사건을 당했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얼마만큼 더 큰 일이 일어나야 정부가 움직일 거냐"고 했다.

최경진 씨는 "이렇게 큰 사건에도 가만히 있으면 한국 사람은 정말 '마사랍'이다"라고 말했다. 미사랍은 필리핀 말로 '맛있다'라는 뜻이다. 그는 "필리핀 사람들은 '한국 사람 건드리면 참 맛있다. 돈도 나오고, 아무 말도 안 한다'면서 '쟤네는 건드려도 돼'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당 방송에 대한 국민청원이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담당 PD에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되묻는 대사관 직원 모습이 충격적이었다"라며 "철저한 사건규명을 통해 제대로 된 필리핀 정부 차원의 사과와 보상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청원은 19일 오후 기준 3163명 동의를 얻었다.

home 유주희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