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이춘재에게 사형 아닌 무기징역 선고한 판례를 찾아봤다

2019-09-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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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번호 ‘94도 2662’ 처제 살인·강간·사체유기 사건
대법원 “살해 사전계획 증거 없어… 우발범행인 듯”
대법원 판결로 인해 사형서 무기징역으로 형량 감형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인 이춘재(56)가 과거 저지른 ‘처제 살인·강간·사체유기 사건’에 누리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이 관심을 모은 까닭은 대법원에서 이춘재 형량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1995년 1월 13일 이춘재의 형량을 무기징역으로 선고하면서 “강간범행을 저지르려고 하였는데, 피해자가 약효가 나타나기도 전에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면서 떠나려 하자, 피고인이 이를 저지하면서 강간범행을 저지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반항하자 살해까지 한 것으로도 의심할 수 있으므로, 당초 수면제를 먹였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살인 범행까지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 사건 강간 범행은 피고인이 미리 수면제를 음료수에 타서 먹여 피해자를 강간할 마음을 먹고 원심 판시와 같이 계획적이고도 치밀하게 저지른 것으로 인정할 수 있겠지만, 그 후에 있은 살인 범행에 대하여는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것까지 사전에 계획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자료는 찾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오히려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그 경위에 대하여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방안에 쪼그려 앉아 울면서 피고인을 원망하자 피고인은 강간 범행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가출한 처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범행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어 우발범행인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고 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가면 판례번호 ‘94도 2662’인 이춘재에 대한 판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판례의 제목은 ‘살인, 강간, 사체유기’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나온 판례를 소개한다.

살인,강간,사체유기

[대법원 1995. 1. 13., 선고, 94도2662, 판결]

【판시사항】

가. 사형의 선택이 허용될 수 있는 경우

나. 처제를 강간,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사체를 유기한 일련의 범행이 문제된 경우, 사전에 모든 범행이 계획되어 이루어진 것인지 우발적이고순간적인 감정으로 이루어진 것인지의 여부를 면밀히 심리·확정한 다음에 양형을 정하여야 옳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사형에 처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극형으로서 그 생명을 존치시킬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궁극의 형벌이므로, 사형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범행의 동기, 태양, 죄질, 범행의 수단, 잔악성,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 피해감정, 범인의 연령, 전과, 범행 후의 정황, 범인의 환경, 교육 및 생육과정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죄책이 심히 중대하고 죄형의 균형이나 범죄의 일반예방적 견지에서도 극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나. 처제를 강간,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사체를 유기하는 등 때로는 순간적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격정적인 상태에서 흔히 저질러지기 쉬운 강간 및 살인을 그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일련의 범행이 문제된 경우, 사전에 모든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되어 이루어진 경우와 단순히 우발적이고 순간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경우,그리고 최초 범행은 사전 계획하에 실행에 옮겨졌으나 그에 잇따른 범행은 당초 범행을 은폐하거나 또는 흥분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범의가 일어나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경우에 있어서 각 그 양형조건을 달리한다고 할 것이므로, 과연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다음 살해할 것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범행한 것인지, 아니면 강간만 할 생각으로 범행하였는데 순간적인 상황의 변화로 살인의 범행에까지 이어졌던 것인지 여부가 면밀히 심리·확정된 다음에 그 양형을 정하여야 옳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사형에 처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가.나.

형법 제41조

제51조

나.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참조판례】

가.

대법원 1985.6.11. 선고 85도926 판결,

1987.10.13. 선고 87도1240 판결,

1992.8.14. 선고 92도1086 판결

【전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석휘

【원심판결】

대전고등법원 1994.9.16. 선고 94노33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피고인 및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의 점에 대하여

원심 및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과 대조하여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피해자를 강간하고 살해한 다음 그 사체를 유기한 각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양형부당의 점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범행은 평소 피고인을 믿고 따르던 처제를 강간, 살해한 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한 반인륜적 범죄로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그 행위태양에 있어 범행이 계획적이고도 치밀하게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망치 등으로 두부를 4회나 강타하는 등 범행방법이 잔혹한 점이 있는데다가 이 사건 각 범행에 대하여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엿보이지 아니한 점 기타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기준이 되는 모든 조건을 살펴보면 피고인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한 제1심의 형은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생각컨대,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극형으로서 그 생명을 존치시킬 수 없는 부득이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궁극의 형벌이므로, 사형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범행의 동기, 태양, 죄질, 범행의 수단, 잔악성,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 피해감정, 범인의 연령, 전과, 범행 후의 정황, 범인의 환경, 교육 및 생육과정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죄책이 심히 중대하고 죄형의 균형이나 범죄의 일반예방적 견지에서도 극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 할 것이다( 당원 1992.8.14. 선고 92도1086 판결; 1987.10.13. 선고 87도1240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을 사형에 처한 제1심 판결을 유지함에 있어 그 주요한 양형조건의 하나로 이 사건 범행이 계획적이고도 치밀하게 이루어진 점을 들고 있는 바, 이 사건과 같이 때로는 순간적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격정적인 상태에서 흔히 저질러지기 쉬운 강간 및 살인을 그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일련의 범행이 문제된 경우, 사전에 모든 범행이 치밀하게 계획되어 이루어진 경우와 단순히 우발적이고 순간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이루어진 경우, 그리고 최초 범행은 사전 계획 하에 실행에 옮겨졌으나 그에 잇따른 범행은 당초 범행을 은폐하거나 또는 흥분된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범의가 일어나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경우에 있어서 각 그 양형조건을 달리 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도 과연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다음 살해할 것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범행한 것인지, 아니면 강간만 할 생각으로 범행하였는데 순간적인 상황의 변화로 살인의 범행에까지 이어졌는 것인지 여부가 면밀히 심리·확정된 다음에 그 양형을 정하여야 옳다 할 것이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의사 권일훈 작성의 부검감정서(수사기록 제3책 제2권 815면)의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의 위(胃) 내용물 및 혈액에서 수면제에 들어 있는 독실아민염이 다량 검출되었고, 혈액에서 검출된 그 농도에 비추어 볼 때 이는 대략 수면제 십수 개 내지 수십 개에 이르는 양으로 사망이 추정되는 날의 전날에 투약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고,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는 범행장소인 피고인의 집에 가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활동하였고 더구나 피고인의 집에 잠시 들린 다음 교회에 함께 가기로 친구와 만날 약속까지 하였다는 것이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도착한 시각과 사망추정시각은 불과 1, 2시간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결국 피해자가 피고인의 집에 도착한 후에 피고인이 원심 판시와 같은 방법 등으로 피해자 몰래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인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이 사건 강간 범행은 피고인이 미리 수면제를 음료수에 타서 먹여 피해자를 강간할 마음을 먹고 원심 판시와 같이 계획적이고도 치밀하게 저지른 것으로 인정할 수 있겠지만, 그 후에 있은 살인 범행에 대하여는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것까지 사전에 계획하고 있었다고 볼 만한 직접적인 자료는 찾아 볼 수 없고, 오히려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은 그 경위에 대하여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방안에 쪼그려 앉아 울면서 피고인을 원망하자 피고인은 강간 범행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가출한 처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범행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어 위 사실인정 자체만을 두고 볼 때에는 우발범행인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만일 피해자에게서 검출된 수면제의 양이 치사량 이상임이 분명하다면 이 사건 살인 범행마저도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만한 양의 수면제가 투약됨으로써 원심 인정의 살해 범행 시 피해자가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상실된 정도에 이르렀다면 아무런 항거능력이 없는 사람을 망치로 치고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잔학성을 엿볼 수 있을 터이지만, 그렇지 않고 수면제의 양이 치사량에 이르지 못하고 위 살해 범행시 피해자에게 그 약효가 뚜렷하게 나타나지도 아니하였다면,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먹인 수면제의 약효가 나타나 피해자가 항거능력을 상실하거나 미약하게 되었을 때 계획하였던 강간범행을 저지르려고 하였는데, 피해자가 약효가 나타나기도 전에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면서 떠나려 하자, 피고인이 이를 저지하면서 강간범행을 저지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반항하자 살해까지 한 것으로도 의심할 수 있으므로, 당초 수면제를 먹였다는 점만으로 이 사건 살인 범행까지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이고, 이는 이 사건 양형을 정함에 있어서 고려되어야 할 주요한 조건 중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음료수 한 잔에 수면제를 타서 복용시켰을 것으로 보이므로, 위 부검감정서에서 피해자가 복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한 수면제의 양을 고려하면서, 통상 음료수 한 잔에 그 맛과 색깔을 유지하면서 넣을 수 있는 수면제의 양을 알아 본 후, 그것이 치명적인 것인지 혹은 어느 정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여부와, 그 수면제의 양과 투약 후 살해 범행 시까지의 시간의 경과에 비추어 그 당시 피해자에게 어느 정도로 약효가 나타났었는지 여부 등을 보다 세밀하게 심리하여 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처제를 강간,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사체를 유기한 것은 반인륜적 범죄임에 틀림없고, 그 범행방법 또한 잔인한 면이 없지 아니하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존엄하기 비할 바 없는 인간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극형을 선택, 처단할 것인가 여부는 그 양형조건에 관하여 충분한 심리를 한 다음 신중히 이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위와 같은 의문점을 해소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모두를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저질렀다고 보아 피고인을 극형에 처한 것은 양형의 조건에 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한 결과가 되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할 것이니,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훈(재판장) 박만호 박준서(주심) 김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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