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자칫 치명상 입을라… ‘새벽배송’ 때문에 골병드는 기업들

2019-09-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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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도 쿠팡도 매출은 급증했지만 영업손실도 눈덩이
계획된 적자라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유동성 위기 우려도

‘새벽배송’ 서비스에 뛰어든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출액을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된 적자’라곤 하지만 자칫 치명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벽배송의 새 지평을 열었던 마켓컬리와 쿠팡이 계획된(?) 적자를 안고 ‘배송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2015년 출사표를 던진 덩치를 한껏 키웠다. 첫해 30억원의 매출이 지난해 1570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매출이 커진 만큼 영업손실도 급격히 불어 2017년 123억원이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336억원으로 늘었다.

적자의 주범은 운반비, 포장비, 광고 선전비다. 지난해 마켓컬리는 운반비 150억원, 포장비 177억원, 광고 선전비 148억원을 지출했다. 각각 전체 매출의 10~11%를 차지하는 액수다. 전년보다 운반비는 2.7배, 포장비는 4배 증가했다.

마켓컬리는 산지에서 소비자 집 앞까지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운영한다. 최대 온도에 대해 냉장차량은 10도, 상품 배송 냉장차량은 4도, 물류센터는 4도를 넘지 않는 시스템이다. 운반비가 높은 까닭도 600대의 냉장차량과 냉장창고의 유지비용 때문으로 보인다. 풀콜드 시스템은 마켓컬리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화 전략인 만큼 비용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마켓컬리 물류센터에는 입고된 후, 당일 소진해야 하는 ‘하루살이 존’이 존재한다. 오전에 입고된 수량만큼 주문을 받는다면 문제가 없지만, 재고가 남는다면 폐기 비용은 고스란히 마켓컬리의 몫이다. 10분 단위로 온도를 기록하는 타코미터지에 따라, 냉장차량 최대 온도 10도가 넘어버린 제품은 회수 조치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포장을 위한 용기 개발과 신선식품을 위한 특수 포장재에도 힘쓰고 있다. 마켓컬리 포장비가 전년보다 350% 증가한 이유다. 또 스타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우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면서 상당 부분 비용이 들어갔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이 부담하기엔 투자비용이 과다하다는 조심스러운 지적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마켓컬리는 2017년부터 매출과 물류를 예측하는 데이터 시스템 ‘데멍이’(데이터를 물어다 주는 멍멍이)와 ‘피옹이’(피드백을 기다리는 야옹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고 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신선식품의 폐기율을 일반 대형마트(2~3%)의 절반 이하인 1%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고객 주문 데이터 외에도 계절, 날씨, 마케팅 프로모션 등 다양한 항목을 고려해 효과적인 수요예측을 하고 있다”며 “아직 성장 단계이기 때문에 당장 흑자를 꾀하기보다는 물류 투자를 통해 마켓컬리가 가진 장점을 확대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적자 폭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또한 새벽배송 선두주자로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65%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보이며 4조42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손실 또한 전년의 2배에 이르는 1조907억원을 기록했다. 3000원짜리 물건을 팔면 1000원 가까이 손해를 보는 셈이다.

쿠팡은 새벽배송 선점을 위해 배송인력과 물류 인프라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문제는 늘어나는 물량을 쿠팡맨이 감당할 수 있느냐다. 2015년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7년 말까지 쿠팡맨 1만5000명을 채용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달 기준 쿠팡맨 수는 약 500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70%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쿠팡은 지난해 8월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배송 아르바이트 쿠팡 플렉스를 론칭했다. 그러나 쿠팡맨보다 쿠팡 플렉스의 인건비가 더 높게 책정돼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또 쿠팡 플렉스가 시간 내 배송하지 못한 나머지 물량은 쿠팡맨에게 넘겨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쿠팡 플렉스는 새벽배송 업무 시 박스 한 개당 1000원에서 많게는 2000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론칭 초기보다 단가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차로 배송하는 쿠팡 플렉스의 시스템에 따라 일일 택배기사가 부담하는 비용도 존재한다. 차량 감가상각과 유류비, 택배로 오염된 차량 내부 등을 따진다면 일일 택배기사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 커진다. 또 이익 창출이 목적인 ‘유상운송’으로 발생한 사고는 개인 자동차보험 처리가 불가하며, 신종 운송 서비스인 만큼 관련 보험상품도 없는 상태다.

쿠팡 관계자는 “4대보험, 주5일근무, 복리후생을 비롯해 업무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는 쿠팡소속인 쿠팡맨과 배송 업무를 위탁받는 방식의 쿠팡플렉스를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며 “고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배송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