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조커' 상영 중 관객들이 두려움에 떨며 도망가는 일이 발생했다

2019-10-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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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살인 장면에 과잉 반응하며 다른 관객들 불안감 고조
조커 둘러싼 모방 범죄 우려 때문에 촉각 곤두선 미국 현지 분위기

영화 '조커'
영화 '조커'

뉴욕 한 극장에서 '조커' 상영 중 한 관객이 소란을 피워 관객들이 도망가는 소동이 일어났다.

소동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AMC 엠파이어 25 극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상영관에 있었던 관객 중 한 명인 나다니엘 후드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후드는 젊은 백인 남성 사진을 게재하며 "이 남성은 조커 상영 내내 사람들에게 욕설하거나 조커가 사람을 죽일 때마다 박수를 쳤다"고 전했다.

후드에 따르면 관객 중 3분의 1이 이 남성이 '사냥'을 벌일까봐 두려움에 떨며 상영관을 떠난 뒤에야 경비원이 나타나 해당 남성을 퇴장시켰다. 미국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후드는 "무서웠다. 대부분의 다른 관객들도 무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남성은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알려졌다. 해당 남성 바로 앞에 앉았다는 에타이 벤슨이라는 관객은 해당 남성이 음료에 술 한 병을 통째로 부어서 섞어 마신 것처럼 보였다고 AP통신에 증언했다.

벤슨은 남성의 행동이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난장판과 결합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무해한 술주정뱅이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영화를 둘러싸고 형성된 긴장감 때문에 매우 불안했었다"고 덧붙였다.

미국 현지에서는 영화 '조커'가 범죄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촉각을 곤두 세우는 분위기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호평 받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위험한 영화'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북미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인셀'들의 반사회적 폭력에 정당성을 제공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다.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Involuntary Celibacy)를 뜻하는 신조어다. 성관계를 원하지만 성경험이 없는 이성애자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 201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차량 돌진으로 10명을 숨지게 한 사건 용의자가 '인셀' 커뮤니티에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대부분이 젊은 백인 남성인 이들은 자신들이 특권적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것을 차별과 소외로 보고 스스로를 취약계층으로 정체화하며 사회에 대한 적개심을 키운다. 이러한 적개심은 토론토 사건처럼 테러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FBI는 인셀 극단주의자들이 영화에 이입해 범죄를 저지를 것을 우려하며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FBI는 SNS에 올라오는 '조커' 관련 글을 모니터링 할 방침이다. 영화 개봉 당일 뉴욕 링컨 센터 극장 입구에서는 경찰들이 입장 전 관객들 무기 소지 여부를 검사했다.

육군도 이러한 FBI 보고를 바탕으로 군인들에게 메일을 보내 조커 상영관에서 항상 탈출구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을 경계하라는 행동 지침을 하달했다.

지난 2012년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 개봉 당시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 영화관에서 총기 난사로 1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번 영화를 둘러싼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오로라 사고 유가족들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에게 우려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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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