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펀스'가 미국 원작에 미친 새로운 바람 '젠더 프리 캐스팅'

2019-10-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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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라일 케슬러 “미국에서도 이와같은 새로운 시도를 할 것”
“여성의 목소리로 여성들이 격려를 받는다면 더 강력하고 솔직한 위로를 받을 것”

이하 연극 '오펀스' 포스터
이하 연극 '오펀스' 포스터

연극 '오펀스'는 세상에 버림받은 세 고아의 처절한 생존기를 그린다. 갑자기 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아이, 아이로 남겨져야만 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로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한다.

'오펀스'는 미국 극작가이자 배우로 다방면에 활동하고 있는 라일 케슬러(Lyle Kessler)의 대표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7년 초연에 이어 두 번째다.

오펀스가 많은 화제를 모았던 이유는 '젠더 프리 캐스팅'에 있다. 고아 '트릿'과 '필립', 시카고 갱스터 '해롤드' 모두 남자 캐릭터였지만 이번 공연에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캐스팅됐다.

김태형 연출은 "여성의 목소리로 여성들이 격려를 받는다면 더 강력하고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라며 여성 캐스팅을 주장했던 이유를 밝혔다.

정경순 씨
정경순 씨
최유하 씨
최유하 씨
최수진 씨
최수진 씨

이에 캐스팅된 정경순, 최유하, 최수진 씨는 이 작품을 통해 여자 혹은 남자라는 성별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좀도둑질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가는 청년 '트릿' 역에 최유하 씨는 단지 생존을 위해 자제력을 잃은 한 인간을 보여준다. '필립' 역에 최수진 씨는 과보호에 위축된 동생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해롤드' 역에 정경순 씨는 그 어떤 남자 배우보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표현해내며 젠더 프리 캐스팅의 가치를 보여줬다.

이처럼 공연계에 불어오는 '젠더 프리 캐스팅' 바람은 미국까지 전해졌다.

원작자는 "지난 4년간 매번 특별한 캐스팅으로 작품을 진행해온 프로듀서, 디렉터에게는 특별한 고마움을 전한다"라며 "한국에서 남성 캐릭터 연기에 여배우를 캐스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국에서도 이제 같은 시도를 해 보겠다고 합니다. 즉 한국 팀에서 이 작품 '오펀스'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연 것입니다"라고 인사 영상을 보내왔다.

연극 '오펀스'는 세계 최초 한국에서 젠더 프리 캐스팅을 시도해 성공한 사례가 됐다. 원작자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고, 많은 팬들은 이와 같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연극 '오펀스'에는 박지일, 정경순, 김뢰하, 김도빈, 최유하, 박정복, 김바다, 최수진, 현석준 씨가 열연 중이다. 오는 11월 17일까지 대학로 아트윈 씨어터 1관에서 공연한다.

home 도예지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