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현자타임' 오게 만든 한 외국인의 충격적인 글

2019-10-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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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사람 냄새에 있다”
마크 테토가 인스타에 올린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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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친구들의 사진을 보면 보통 남산타워, 경복궁,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 등이 담겨있다. 그리고 또 하나 빼먹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북촌한옥마을의 유명한 언덕길이다. 사진 속에는 전통 한옥이 줄지어선 아름다운 거리가 담겨 있다. 물론, 사진을 통해 오래 전 양반들이 거주했던 지역의 역사와 아름다운 건축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사진 속의 북촌은 잘 진열된 박물관처럼 겉모습만 담아냈을 뿐, 북촌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표현하지 못한다. 살아 숨쉬는 동네의 아름다움 말이다. . 나는 북촌한옥마을에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치 못하는 살아 숨쉬는 동네를 경험하고 있다. 북촌은 가족, 어린 아이들, 할머니들의 동네다.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이 북촌을 방문하지만, 아침 첫 햇살이 나무로 된 한옥을 주홍으로 물들게 하고 격자 너머로 따스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초가을 북촌의 아침은 놀라우리만큼 고요하다. .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주변 한옥들의 굴뚝과 보일러에서 내뿜는 뜨거운 증기처럼, 조용하고 차가운 가을 공기 속에 내 입김이 맴돈다. 골목길을 내려가다 보면 이웃집 창틈을 통해 맛있는 된장찌개 내음이 솔솔 흘러나오고 가족들의 하루를 준비하는 접시와 냄비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 고요한 동네 길로 더 내려오면 연세 많으신 할머니 한 분이 대문 앞 계단에 앉아 계신다. 그리고 더 아래 쪽에는 어린 세 아이를 등교시키는 엄마가 있다. 나는 이 가족과 거의 매일 마주친다. 뒤에서 보면 늘 같은 모습이다. 똑같은 배낭을 나란히 맨 세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기도 하고 때때로 길가의 열매를 따 언덕길을 따라 던지며 등교한다. . 그 다음은 사장님과 잘 아는 사이가 된 동네 카페를 지나친다. 사장님은 “마크! 잘 다녀오세요!”라고 카페 밖으로 외치며 나를 반겨준다. 저녁 퇴근길에 지나갈 때면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사장님!”하고 외치면 “오 마크! 퇴근해요?”라며 나를 맞아준다. 이웃 모두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장님은 나를 그분들에게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 “이 분은 여기 20년 넘게 사셨어요. 여기서 자랐죠. 집까지 함께 걸어가지 그래요?” . 집으로 향하는 퇴근 길, 어둑해진 언덕을 오르다 보면 길고양이들이 슬그머니 나타나 관광객들이 떠난 빈 자리를 채운다. 고양이들은 달빛 아래 기와 지붕 위를 마음대로 걸어 다니기도 한다. 한 할머니가 대문 앞에 서서 관광객들이 경솔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를 조용히 줍고 계신다. 나 역시 우리 집 대문을 열며 같은 행동을 한다. 우리는 이 동네를 사랑하고, 이 동네는 우리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풍부한 문화 유산으로 가득한 이 곳을 관광객들과 기쁜 마음으로 나누면서도, 이 곳이 사람 사는 냄새가 없는 박물관만은 절대 되지 않았으면 한다. . #북촌 #한옥 #마을 #한옥마을 #bukchon #hanok #korea

Mark Tetto (마크 테토)(@markxhj)님의 공유 게시물님,

한국 생활 9년차인 마크 테토 TCK인베스트먼트 전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MBA 석사를 취득한 테토는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린 기업인이다. 북촌의 한옥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테토는 경복궁 명예 수문장을 역임하고, 한국 공예품과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이다.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을 보면 한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실감할 수 있다.

테토는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사진 속의 북촌은 잘 진열된 박물관처럼 겉모습만 담아냈을 뿐, 북촌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표현하지 못한다. 살아 숨 쉬는 동네의 아름다움 말이다”라면서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이곳을 관광객들과 기쁜 마음으로 나누면서도, 이곳이 사람 사는 냄새가 없는 박물관만은 절대 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테토의 이 글을 소개하는 글의 제목을 <한국인들 ‘현타’ 오게 만드는 외국인>이라고 달았다. 읽으면 누리꾼이 왜 이런 제목을 달았는지 알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아름답고도 충격적인 글이라고 할 수 있다. 북촌 한옥마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치 못하는 살아 숨쉬는 동네'이자 '가족, 어린 아이들, 할머니들의 동네'라고 표현할 줄 아는 테토의 식견과 감수성이 놀랍다.

<테토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친구들의 사진을 보면 보통 남산타워, 경복궁,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 등이 담겨있다. 그리고 또 하나 빼먹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북촌한옥마을의 유명한 언덕길이다. 사진 속에는 전통 한옥이 줄지어선 아름다운 거리가 담겨 있다. 물론, 사진을 통해 오래 전 양반들이 거주했던 지역의 역사와 아름다운 건축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사진 속의 북촌은 잘 진열된 박물관처럼 겉모습만 담아냈을 뿐, 북촌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표현하지 못한다. 살아 숨쉬는 동네의 아름다움 말이다.

나는 북촌한옥마을에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치 못하는 살아 숨쉬는 동네를 경험하고 있다. 북촌은 가족, 어린 아이들, 할머니들의 동네다. 매일 수천 명의 관광객이 북촌을 방문하지만, 아침 첫 햇살이 나무로 된 한옥을 주홍으로 물들게 하고 격자 너머로 따스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초가을 북촌의 아침은 놀라우리만큼 고요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면, 주변 한옥들의 굴뚝과 보일러에서 내뿜는 뜨거운 증기처럼, 조용하고 차가운 가을 공기 속에 내 입김이 맴돈다. 골목길을 내려가다 보면 이웃집 창틈을 통해 맛있는 된장찌개 내음이 솔솔 흘러나오고 가족들의 하루를 준비하는 접시와 냄비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흘러나온다.

고요한 동네 길로 더 내려오면 연세 많으신 할머니 한 분이 대문 앞 계단에 앉아 계신다. 그리고 더 아래 쪽에는 어린 세 아이를 등교시키는 엄마가 있다. 나는 이 가족과 거의 매일 마주친다. 뒤에서 보면 늘 같은 모습이다. 똑같은 배낭을 나란히 맨 세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기도 하고 때때로 길가의 열매를 따 언덕길을 따라 던지며 등교한다.

그 다음은 사장님과 잘 아는 사이가 된 동네 카페를 지나친다. 사장님은 “마크! 잘 다녀오세요!”라고 카페 밖으로 외치며 나를 반겨준다. 저녁 퇴근길에 지나갈 때면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사장님!”하고 외치면 “오 마크! 퇴근해요?”라며 나를 맞아준다. 이웃 모두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장님은 나를 그분들에게 소개시켜 주기도 한다. “이 분은 여기 20년 넘게 사셨어요. 여기서 자랐죠. 집까지 함께 걸어가지 그래요?”

집으로 향하는 퇴근 길, 어둑해진 언덕을 오르다 보면 길고양이들이 슬그머니 나타나 관광객들이 떠난 빈 자리를 채운다. 고양이들은 달빛 아래 기와 지붕 위를 마음대로 걸어 다니기도 한다. 한 할머니가 대문 앞에 서서 관광객들이 경솔하게 버리고 간 쓰레기를 조용히 줍고 계신다. 나 역시 우리 집 대문을 열며 같은 행동을 한다. 우리는 이 동네를 사랑하고, 이 동네는 우리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풍부한 문화 유산으로 가득한 이 곳을 관광객들과 기쁜 마음으로 나누면서도, 이 곳이 사람 사는 냄새가 없는 박물관만은 절대 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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