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대판 싸웠습니다. '82년생 김지영' 때문에요”

2019-10-2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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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조목조목 말 이어간 남자친구
영화로도 제작된 책 '82년생 김지영'에 연인 갈등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한 배우 공유, 정유미 / MBC '커피프린스 1호점', KBS2 '연애의 발견'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출연한 배우 공유, 정유미 / MBC '커피프린스 1호점', KBS2 '연애의 발견'

한 연인이 '82년생 김지영'에 관한 견해차로 다투고 말았다.

지난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82년생 김지영 책 때문에 남친과 싸웠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누가 이상한 건지 정말 답답하다"라며 사연을 털어놨다.

글쓴이에 따르면 친구가 책 '82년생 김지영'을 글쓴이 차에 두고 내렸는데 글쓴이는 그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고, 남자친구가 이를 먼저 발견했다. 남자친구는 다짜고짜 "이딴 책 언제부터 읽었어? 넌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착하고 순수한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페미 하는 거냐?"라며 따졌다.

당황해 말문이 막힌 글쓴이에게 남자친구는 줄곧 얘기를 이어갔다. 그는 "여자들만 억울하게 살아온 거 아니야. 남자는 차별 안 받고 산 줄 알아? 무거운 물건도 남자가 다 들고, 학교 다닐 땐 여자애들은 체벌 거의 안 받지만 남자들은 죽도록 맞았어"라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은 "여자만 피해자인 척 하지 마"였다.

'82년생 김지영' 캐릭터 예고편 캡처 / 이하 유튜브, '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 캐릭터 예고편 캡처 / 이하 유튜브, '롯데엔터테인먼트'

글쓴이는 그 말이 가장 어이없다고 표현했다. 그는 "남자들도 당연히 억울하고 답답한 부분이 있을 거다"라면서도 "80년대를 살았던 여자들이 심하게 당했던 것도 인정해야 하지 않냐"라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교복을 찢었던 경험을 예로 들었다. 이어 "80년대 직장생활을 했던 우리 엄마는 '오늘은 가슴이 더 커 보이네'라는 등 툭하면 성희롱을 당하셨다"라고 했다.

글쓴이는 글 말미 남자친구가 말을 다시 반박했다. 그는 "학창 시절 남자라서 많이 맞았다고 하는데 때린 선생님도 남자겠지, 여자 선생님들은 거의 때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82년생 김지영' 내용에 모두 공감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여자들이 부당한 일을 겪은 건 인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남자들이) 책에 그렇게 분노를 하면서 '82년생 김철수'도 만들어야 한다고 난리를 치니"라며 답답해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조남주(40) 작가가 지난 2016년 펴낸 책이다. 누적 판매량 100만 부를 넘기면 큰 화제를 모았다. 여자라면 공감할 내용이라는 의견과 피해 의식이 심하다는 의견이 대립하며 '젠더 갈등'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배우 정유미(36), 공유(공지철·40)가 주연인 영화로도 제작돼 오늘(23일) 개봉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