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충제'로 말기암 치료?' 소문 급속하게 퍼지자 정부가 나섰다

2019-10-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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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 “개 구충제 사용 적절치 않다”
혈액, 간, 신장 등 심각한 손상 부작용

최근 유튜브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강아지 구충제 암 치료 효과에 대해 보건당국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28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내용 중 사실이 아닌 게 많다”고 밝혔다.

암환자들이 개 구충제를 복용하게 만든 문제의 영상/ 유튜브, 월드빌리지 매거진 TV

최근 SNS에서 확산 중인 펜벤다졸의 항암효과는 사람이 아닌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라는 것이다. 항암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입증해야 한다.

사람에게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의약품은 이미 허가돼 사용되고 있으며, 펜벤다졸은 암세포 골격을 만드는 세포내 기관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으로는 ‘빈크리스틴’(86년 허가) ’빈블라스틴’(92년 허가) ’비노렐빈’(95년 허가)이 있다. 유사한 작용으로 허가된 의약품 성분은 ’파클리탁셀‘(96년 허가)과 ‘도세탁셀’(2006년 허가)이 있다.

식약처는 “항암제는 개발과정에서 일부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더라도 최종 임상시험 결과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어 한두 명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약효가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충 효과를 나타내는 낮은 용량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나, 항암 효과를 위해선 고용량, 장기간 투여해야 하므로 혈액,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항암제와 함께 구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암제와 구충제 간의 약물상호작용으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식약처는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주장은 증명된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펜벤다졸과 관련된 주장 중 '항암제로서 효과가 있다', '40년 동안 사용돼 안전한 약제다', '체내 흡수율이 20% 정도로 낮아서 안전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펜벤다졸은 최근까지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결과는 없으며, 오히려 간 종양을 촉진시킨다는 동물실험 결과 등 상반된 보고(1996년 오노데라 등, 2009년 쇼다 등의 연구)가 있었으며, 40년 이상 사용된 대상은 동물(개)이며, 사람에게는 처방해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사람이 사용할 때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없다.

체내 흡수율의 경우에도 흡수율이 낮은 항암제는 효과도 적을 가능성이 높아 고용량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용량 증가에 따라 독성이 증가하게 된다.

식약처는 "대한암학회 등 전문가와 함께 동물용 구충제를 항암제로 복용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환자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암환자들이 개 구충제를 실제로 먹어보는 미투 영상이 많이 올라와 문제가 되고 있다/ 유튜브, 안핑거
home 이제남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