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대여... 공유... 다음은 무소유?

2019-11-0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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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가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자리 잡아
구독경제 모델의 선두 겸 대표주자는 넷플릭스
구글-애플 등도 게임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기는 구독 서비스

넷플릭스구독경제 모델의 선두 겸 대표주자는 영화·드라마 등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미국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넷플릭스'다. /EPA_연합뉴스
넷플릭스구독경제 모델의 선두 겸 대표주자는 영화·드라마 등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하는 미국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넷플릭스'다. /EPA_연합뉴스

'구독경제'가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구독'(購讀)이란 매달 일정액을 내고 신문·잡지 등을 주기적으로 받아보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영화, 음악, 식품, 옷·신발·화장품 등 일상용품, 게임·스마트폰 등 IT 용품, 고가의 명품·자동차까지 월정액을 내고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엄밀히 말하면 '구독'이 아니라 '구용'(購用)이지만 이런 방식의 신개념 유통을 '구독경제'라고 통칭한다. 직접 구매 시 뒤따르는 시간·가격·선택 등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 구독경제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접 사서 소유하는 상품경제 시대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경제로 진화했다면, 이제는 가입 기간에 상품과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받는 구독경제가 뒤를 잇는 분위기다. 인터넷 기반의 상거래 확산, 5G 상용화 등 ICT(정보통신기술) 발달, 스마트폰 대중화 등이 구독경제 확산의 배경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전문성을 갖춘 업체나 구매 담당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해주는 데다, 저렴하고 빠르게 경험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구독경제 모델의 선두 겸 대표주자는 1997년 창업한 미국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회사 '넷플릭스'다. 월정액을 지불한 회원들에게 인터넷을 이용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을 거의 무제한 제공하며, 190여 개국에서 약 1억5천만 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다. 이들은 영화 한 편을 내려받을 때와 비슷한 돈을 내고 매월 수백~수천 개의 영상을 맘껏 골라 볼 수 있다.

그밖에 세계 ICT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구글과 애플 등도 게임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즐기는 구독 서비스를 내놔 주목받는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G70~G90 모델을 월 2회까지 골라 탈 수 있다. 사진은 주행 중 제네시스 G80 전면 유리에 나타난 '홀로그램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 현대기아차 제공
증강현실 내비게이션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G70~G90 모델을 월 2회까지 골라 탈 수 있다. 사진은 주행 중 제네시스 G80 전면 유리에 나타난 '홀로그램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 현대기아차 제공

국내에서는 2010년대를 전후해 구독경제가 등장했다. 그 후 기업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급부상하면서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는 중이다. 이중 특히 주목받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말 내놓은 자동차 구독 서비스다.

해외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캐딜락 등의 유명 자동차 업체가 이런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월 149만 원을 내면 정비, 세금, 보험료 등의 부담 없이 제네시스 G70~G90 차량을 월 2회까지 바꿔 탈 수 있다.

출시 후 2개월 만에 목표 회원 수에 도달했으며, 최근 누적 가입자가 1천 명을 훌쩍 넘었다. 이중 약 80%는 구독기간을 2개월 이상 연장하는 등 호응이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밖에도 최근 '한국판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가 출시돼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곡을 한 곡씩 구매해 내려받던 음악시장도 최근에는 대부분 구독 형태로 돌아섰다.

온라인 쇼핑몰도 예외가 아니어서 쿠팡의 경우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정기배송' 코너를 운영하며 생수, 기저귀, 다이어트 식품 등 1천여 종의 상품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고객이 배송일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최대 10%의 할인도 추가로 받을 수 있어 구독자가 꾸준히 증가한다는 게 회사 측의 말이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사람이 늘고, 소유가 절실하지 않은 1인 가구,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가구 등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구독경제의 미래가 상당히 밝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일례로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규모가 2016년 500조 원에서 내년에 6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3년이 되면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의 약 75%가 구독경제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이 구독경제를 꾸준한 수익원으로 정착시키려면 회원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한 정기배송이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정교하게 분석해 차별화된 상품·서비스를 내놔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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