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대신 항공기?' 건설사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인수판에 뛰어든 이유

2019-11-0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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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매각 본입찰 마감, 애경과 2파전…“신라호텔 면세점 등 시너지 충분”

정몽규 HDC 회장 / 뉴스1
정몽규 HDC 회장 / 뉴스1

건설사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금융사 미래에셋대우와 연합전선을 구축해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뛰어든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래 먹거리 창출, 그룹 외형 확장을 위한 포석이라지만 항공업과 시너지를 누릴 만한 사업이 딱히 없다는 점에서 의문부호가 붙는다. 리스크가 있는 만큼 M&A(인수합병)가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번져 소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경영외적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포니 정으로 불린 아버지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자동차 한(恨)을 항공기로 승화시키는 행보라는 해석이다.

7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마감된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는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PE 컨소시엄 3곳이 응찰했다.

눈길을 끄는 후보는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다.

미래에셋대우야 '실탄'을 대는 재무적투자자(FI)여서 논외로 치더라도, 방향키를 쥔 전략적투자자(SI)인 현산은 애경과 달리 항공산업 경험이 전무하다.

종합건설그룹 HDC그룹의 주력사인 현산은 분양과 시공, 부동산 개발업을 위주로하는 디벨로퍼 건설사다. 항공분야 문외한이 ‘이종융합’ M&A에 뛰어든 셈이다.

인수 도전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현산은 아시아나 인수 시 그룹이 보유한 면세점과 호텔 사업 등 부분에서 동반 상승효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국내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국내 주택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90%에 육박한다. 토목과 해외, 일반건축은 미미한 수준이다. 특정 사업에 대한 편식은 대외변수에 영향을 받아 안정적인 경영 흐름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주택사업은 장기적으로는 시장 둔화가 예상된다. 불확실성이 큰 건설사업의 돌파구로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오너인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이후 종합 인프라 부동산 그룹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리조트나 부동산 등에 연계해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현산 관계자는 "확정된 부분이 아니라 답변 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면세점 사업을 진행 중이라 그 부분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산을 인수판에 끌어들인 곳은 미래에셋대우다. 지갑이 두둑한 현산과 파트너가 되면 대규모 자금을 들이지 않고 아시아나발(發) 투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수익성과 메리트를 고려해 (아시아나가)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에 투자를 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 인수가 정 회장의 신사업 갈증을 푸는 소재로 적당할지는 모르나, 그룹 시너지 효과를 내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항공업 경험이 없다는 점, 항공업과 시너지를 누릴 만한 사업이 딱히 없다는 점 등은 여전히 전망을 불투명하게 한다.

라진성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계약이 체결되고 사업 계획이 나와야 (인수 목적을) 알 수 있다"며 "인수전에 뛰어드는 이유에 대한 정보는 지극히 적어 현재로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포니 정으로 불리는 아버지 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행보로 읽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대자동차 설립자인 정 명예회장은 1999년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낼 당시 현대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경영권을 빼앗기다시피 넘겨주고 현대그룹을 떠났다. 그 댓가로 받은 기업이 현산이었다.

자동차(땅)가 항공(하늘)으로 입지 조건이 바뀌긴 했지만 건설업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정 회장의 '유지'가 작동된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증권가에선 "인수를 포기하는 게 오히려 주가 반등 요소”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건설업과의 시너지와 불분명하다는게 주된 이유다.

하나금융투자, DB금융투자, 케이프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은 현산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조정했다.

home 이다빈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