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서 홍콩 시위 '지지 vs 비판' 맞불 대자보

2019-11-1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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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학생들 시위 지지 현수막 다시 게시
대학가로 번지는 갈등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김다혜 기자 = 최근 대학가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현수막이 무단 철거돼 논란이 인 가운데 고려대에서도 관련 대자보가 훼손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고려대 재학생·졸업생 등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서울 성북구 안암캠퍼스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전날 오후 훼손된 것을 목격했다는 게시글이 잇따랐다.

훼손된 대자보는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11일 작성한 '홍콩 항쟁에 지지를!'이라는 제목의 글로, 홍콩 경찰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으며 홍콩 시위대의 요구는 정당하다는 주장 등이 담겼다.

고파스에 글을 쓴 한 이용자는 "(찢어진) 대자보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엉킨 채 정경대 후문 쓰레기통을 굴러다니고 있었다"며 "홍콩 시민의 요구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면 맞대응하는 대자보를 써야지 (무단으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라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중국인 한둘이 화난 목소리로 (말을 하며) 대자보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걸 봤다"고 적었다.

실제로 이 대자보를 중국 국적 학생들이 훼손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학내 논란이 커지자 고려대 총학생회는 입장문을 내고 "대자보 훼손 행위가 반복될 경우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은 11일 오후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부착된 '홍콩 항쟁에 지지를!' 대자보가 세 차례에 걸쳐 의도적으로 훼손됐다며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방법으로 학내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저해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은 이날 오전 다시 홍콩 시위에 지지를 표하는 대자보를 부착한 상태다.

게시판에는 홍콩 시위를 규탄하는 대자보도 게시됐다.

'고려대 중국 유학생 모임'은 '민주인가 폭행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홍콩 시위대가 불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를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학생들이 이런 대자보를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옆에 붙이자 일부 학생이 "홍콩 시위가 왜 불법이냐"고 반발하면서 잠시 소란이 빚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페이지 '정대후문 게시판'
페이스북 페이지 '정대후문 게시판'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중국 정부에 항의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와 정부의 강경 대응 진압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대학가에서도 갈등이 번지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이 게시한 홍콩 민주화 지지 현수막이 누군가에 의해 무단 철거된 바 있다.

연세대가 해당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았다고 밝힌 가운데,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현수막을 떼어 가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앞서 두차례 현수막을 게시했던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 측은 12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현수막을 다시 게시했다.

이 단체 소속 연세대생 A씨는 "추가 훼손 우려가 있어 현수막을 게시하고 근처에서 감시하는 중"이라며 "또 무단 철거될 경우 경찰에 신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최근 학생들이 홍콩 시민들을 향한 응원 문구를 적을 수 있도록 중앙도서관 벽면에 '레넌 벽'을 설치했는데, 홍콩 시위를 비판하는 메모들도 확인되고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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