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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귀환'이 될 수 있을까? 더 뉴 그랜저 3.3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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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부분변경 불구 엄청난 변화... 현대차 플래그쉽의 자리 지켜내려는 노력 돋보여
  • • 넘치는 출력에 탄성 절로... 하지만 생각보다 좋았던 연비에 더 놀라
유튜브_현대자동차

여러분들에게 현대자동차 그랜저는 어떤 의미인가요?

최근 6세대 그랜저, 코드명 IG의 부분변경 모델 광고가 TV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1993년을 배경으로 '성공하면 뭐 할래?'라는 친구의 질문에 '그랜저 사야지'라는 대답을 하는 학생의 모습입니다. 

광고와 관련해서 몇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성공하면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를 사야지 웬 그랜저냐는 코웃음 치는 반응이 여럿이었습니다. 물론 수입 승용차의 점유율이 전체의 20%를 앞두고 있는 요즘에는 성공한 사람의 대부분이 외제차를 탑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1세대 그랜저와 2세대 그랜저가 있을 때만 해도 수입차를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당시만 해도 그랜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대표 세단이었습니다. 그것도 뒷좌석에 회장님을 모시는 무려 쇼퍼드리븐카의 역할로 말이죠. 

하지만 3세대였던 그랜저XG의 시절부터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2세대 그랜저의 부분변경 모델이었던 다이너스티가 그랜저의 상위 모델로 나왔고 그 위로 에쿠스라는 초대형 플래그쉽 모델이 출시되었습니다. 1세대와 2세대 때만 해도 기업의 총수가 탔던 그랜저는 3세대에 들어서 쏘나타보다 고급스러운 패밀리카, 성공한 자영업자의 승용차 정도로 인식되었습니다. 과거, 20대가 그랜저를 타면 '아빠 차를 타고 나왔다'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제는 20대가 그랜저를 타도 '본인 차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랜저는 젊어졌고 또한 작아졌습니다. 아마 그 위치가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랜저의 포지션일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바로 그랜저의 위에 포진되었던 제네시스, 에쿠스 등의 고급 자동차가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로 독립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같은 지붕을 쓰고 있는 브랜드이지만, 현대자동차 브랜드의 무게감을 잡아주던 제네시스, 에쿠스가 사라져버리자 그랜저가 다시금 '가장'의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족이 길었지만, 더 뉴 그랜저는 이런 상황 속에서 '그랜저'가 가지고 있는 '가장의 무게'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델이었습니다. 

  현대디자인센터 이상엽 전무(왼쪽부터)와 현대차 대형총괄1PM 윤성훈 상무, 현대차 국내사업본부 장재훈 부사장

1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더 뉴 그랜저 신차 발표회에는 자동차에 대한 관심만큼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습니다. 웹툰 작가이자 방송인 김풍 씨의 소개를 필두로 이상엽 현대 디자인센터장과 현대차 대형총괄1PM 윤성훈 상무, 국내사업본부 장재훈 부사장이 차량에 대한 소개를 했습니다. 각기 다른 분야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지만 공통적으로 나온 말은 '그랜저는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쉽'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현대자동차 '르 필 루즈' 컨셉트카 / HMG저널

시승행사에 앞서 말이 많았던 디자인을 주의 깊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네티즌들에게 '마름져', '마름모랜져'라 불리었던 전면부를 살펴봤습니다. 이상엽 전무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컨셉카 '르 필 루즈'의 그릴, 전면 램프등이 나눠지지 않은 디자인 형태를 구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그랜저의 변화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이야 개인의 취향 차이이기에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없지만 국산차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또한 제 눈에는 제법 이뻐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번 디자인은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다양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더욱이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더 뉴 그랜저에서 가장 이쁘다고 느낀 곳은 C필러와 뒷휀더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의 볼륨감이었습니다.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차량 전체의 길이를 늘리면서 C필러의 디자인 또한 달라졌습니다. 전에는 삼각형 모양이었던 C필러 쪽창이 훨씬 더 커져 차량의 크기를 더욱 크게 느끼게끔 해줍니다. 보닛부터 시작하여 차량 전체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과 뒷문에서 시작해 리어램프까지 연결된 캐릭터 라인은 모두 아래로 향하게 되어있습니다. C필러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유려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맞물려 차량을 더 우아하게 보여줍니다. 

 

그 아래로 리어윙같이 입체감 있는 리어램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역시 그동안 국산차에서는 처음 본 듯한 디테일이라 눈에 익는 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립니다. 쿠페처럼 비스듬히 떨어지는 뒷유리창을 보자면 과장을 보태서 '이 차가 패스트백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테리어 역시 기존의 그랜저IG 대비 많은 부분이 변경되었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에 대거 적용되고 있는 버튼식 변속 레버가 달려있고, 스티어링휠 디자인 역시 쏘나타 dn8의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랜저IG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돌출형 디스플레이의 디자인 역시 매끄럽게 변했습니다. 전자식 계기판과 같은 베젤을 사용하여, 마치 긴 가로형 디스플레이가 배치되어 있는 것 처럼 디자인되었습니다. 비록 디스플레이는 분리되어 있지만 센터 디스플레이 역시 가로 비율이 상당히 긴 편에 속하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공조기는 센터페시아와 센터패널 사이에 비스듬히 배치되어 있으며 물리버튼과 디스플레이 터치 버튼을 혼용하여 사용하게 되어있습니다. 형태는 최근의 아우디에서 많이 봤던 느낌이지만 중요한 기능은 물리버튼으로 뺀 것은 분명 칭찬할만합니다. 공조장치같이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은 물리버튼으로 직접적인 조작감을 제공해야 시선을 덜 빼앗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내 소재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합니다. 센터페시아 윗부분의 가죽 질감과 한 땀 한 땀 꿰맨듯한 스티치의 감성, 도어 트림의 플라스틱 소재도 부드러운 느낌으로 손에 닿는 곳에서 거친 재질의 내장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천장 역시 스웨이드 재질로 되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물씬 풍겼습니다.

 

19일 시승행사 때 주어진 차량은 가솔린 3.3리터 모델이었습니다. 기존 그랜저의 엔진 라인업은 2.4 GDI, 3.0 GDI, 3.3 GDI, 3.0 LPG, 2.4 하이브리드, 2.2 디젤 엔진 등 총 6가지였는데 이번에는 4개의 엔진 라인업만 출시되었습니다. 기존 2.4 GDI를 대체하는 2.5 스마트스트림 엔진, 3.0 GDI 엔진은 라인업에서 삭제하고 3.3 GDI 엔진으로 통일했습니다. 이외에도 2.2 디젤 엔진 역시 라인업에서 사라지고 하이브리드 모델과 LPG 엔진은 유지했습니다. 

기아자동차 K7이 3.3 GDI 엔진을 라인업에서 삭제시키고 2.2 디젤 엔진을 유지하는 것과 매우 대조되는 상황입니다. 부분변경 전, K7보다 10mm 작았던 그랜저가 몸집을 불리고 심장을 키워서 '준대형 시장의 최정상은 나'라고 주장하는 모양새 같기도 합니다. 
시승차는 V6 3.3리터 가솔린 엔진에 8단 미션을 맞물려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35kg.m을 냅니다. 공차중량은 약 1,670kg. 

시승코스는 일산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남양주에 위치한 한 카페까지 약 58km 거리를 주행한 후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원칙은 2팀이 1개 조가 되어 한 팀이 편도만 운행하는 것인데 운이 좋게도 혼자 차량에 탑승해서 약 120km에 가깝게 차량을 운전해볼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코스의 대부분이 자유로와 외곽순환고속도로로 구성되어 있어서 급격한 선회라던가 시내 주행에서 연비 등을 체크해볼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엔진의 반응과 고속주행 시 안정감이나 승차감에 대해 더 집중해보기로 했습니다.

 

주행모드를 컴포트에 두고 일반적인 주행을 해봤습니다. 3.3리터 엔진은 풍부한 토크로 차량을 가볍게 이끌어줍니다. 8단 미션은 빠른 변속으로 엔진 회전수를 2천 RPM 아래에 묶어두며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주행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엔진과 미션의 궁합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라 계기판을 보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에 변속을 하는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정숙하고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신차발표회에서 NVH, 즉 소음과 진동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써서 뒷좌석 창문을 2중 차음 유리로, 뒷유리 역시 기존의 IG보다 더 두껍게 설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외부의 소음도 크게 유입되는 편은 아닌지라 매우 안락하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잠시라도 한 눈을 팔아 차선을 밟는다든지, 사각지대의 차량을 보지 못하고 차선 변경을 시도하면 곧바로 스티어링 휠의 진동과 경고음을 통해 경각심을 일깨워줍니다. 고속 주행 위주의 시승이긴 했지만 일산에서 남양주까지 주행했을 때 트립컴퓨터 상 평균 연비는 리터 당 13.6km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과거 '기름을 퍼먹는다'라고 표현했던 6기통 엔진을 생각해보면 예상외로 좋은 수준의 연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일산으로 돌아올 때는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에 두고 주행해보기로 했습니다. 엔진 회전수가 3천 RPM을 가리키고 있지만 변속은 되지 않습니다. 최대한 높은 회전수를 유지하며 엑셀링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줍니다. 스티어링휠 역시 컴포트 모드일 때 보다 훨씬 단단하게 조여져 제법 묵직한 느낌이 듭니다. 엑셀을 꾹 밟으면 35kg.m의 토크가 차량을 밀어붙입니다. 엔진의 힘은 차고 넘친다고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편입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왠만해서는 노즈다운 없이 원하는 만큼 정직하게 속도를 줄여줍니다. 다만 이렇게 주행하면 트립컴퓨터 상의 평균 연비도 덩달아서 쭉쭉 떨어지게 됩니다. 

차체 길이가 늘어난 만큼 전반적인 세팅은 편안한 주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대형 세단처럼 출렁출렁한 느낌은 아닌지라 필요한 노면 정보는 기분 나쁘지 않게 적당히 전달하는 편입니다. 고속도로 위주의 코스였기에 그 흔한 과속방지턱 한 번 밟아보지 못했지만 교량의 이음새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차를 가지고 와인딩에서 코너링 테스트를 한들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생각은 뒷좌석에 앉아보면서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운전석을 드라이빙 포지션 그대로 놔두고 뒷좌석에 앉았을 때 남는 무릎 공간은 흡사 리무진급입니다. 전장이 60mm가 늘어나면서 5m보다 10mm가 부족한 4,990mm의 전장을 가지게 되었는데, 가늠이 잘 안되시는 분들을 위해 부연 설명드리자면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펠리세이드보다 10mm가 더 깁니다. 뒷좌석 공조장치나 안마시트 기능만 없을 뿐 쇼퍼드리븐카로 써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 공간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한 그랜저를 보면서 다시금 글 앞부분에 썼던 내용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가장, 플래그쉽의 자리를 되찾은 그랜저는 이번 모델을 통해 기함급 모델로서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 임무를 맡았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판매량 1위를 가뿐히 차지하던 자동차의 크기를 늘리고 부품을 다 바꿔가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또한 부분변경 전 도심을 누리며 드리프트를 하던 그랜저IG(런칭 광고의 모습)의 성격을 '성공'한 인생을 대변하는 컴포트카로 바꾸지도 않았을 겁니다. 

실제 주행을 해보니 그랜저의 변화는 나름 성공했다고 보입니다. 공간은 더욱 넓어졌고 그만큼 안락한 주행 질감과 승차감을 보여줍니다. 걱정했던 부분은, 부분변경임에도 변화의 폭이 너무 큰지라 차량 가격 역시 기함의 위엄과 더불어 상승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시승했던 차량은 3.3 캘리그래피 사양에 옵션이 전부 다 들어간 모델로 4,663만 원의 가격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분변경 전 그랜저 3.3 셀러브리티 풀옵션 모델의 가격은 4,476만 원이고요. 모든 사양이 이전의 그랜저 IG보다 약 150~200만 원 정도 상승한 정도입니다. 통상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오르는 정도의 상승폭이니 가격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권혁재 기자 mobomtaxi@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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