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이 집값 당긴다?…겨울 '新세권', 우리 동네 '소확행'

2019-11-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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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세권' '호세권' '슬세권'…접근성·편의성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 확산 반영

트위터 이용자들이 올린 '붕세권'에 대한 게시글 / 이다빈 기자
트위터 이용자들이 올린 '붕세권'에 대한 게시글 / 이다빈 기자
“우리 집은 역세권 부럽지 않은 붕세권~”

‘역세권’, ‘학세권’, ‘숲세권’ 등 흔히 아파트 분양 광고에서 보이던 ‘O세권’이라는 용어가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확행’을 자랑하는 신조어로 전이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역세권 저리 가라 하는 '붕세권'이 어김없이 소셜미디어(SNS)에 등장한다.

겨울철 인기 간식, 붕어빵 가게가 근처에 있으면 집값이 뛰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 된다는 속설 내지 우스개소리다.

붕세권에 맞서는 '호세권'도 있다. 쫄깃하고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호떡을 파는 곳을 입지조건으로 갖춘 주거 단지를 의미한다.

붕어빵과 호떡은 대개 노점상 형태라 먹고 싶더라도 찾기 힘들다. 요즘 길거리에서 가판대 보기가 쉽지 않다.

경기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물가상승으로 원재료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고로 거주지 인근에 겨울 주전부리 노점이 있는 것이 일종의 특혜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SNS상에서는 ‘붕세권에 살아 너무 좋다’, ‘추워졌는데도 호떡 아저씨가 안 오신다. 호세권에서 멀어져 집값 떨어지면 어쩌냐’, ‘겨울만 되면 붕세권에 사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등 게시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기자가 19일 저녁 찾은 서울 영등포 당산 푸르지오 아파트 일대는 붕세권이자 호세권이었다. 퇴근을 마친 직장인과 인근 주민들이 집에 싸들고 갈 겨울 야식을 사러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5분 거리에 산다는 주민은 “가까워서 그런지 항상 참지 못하고 온다”며 “역시 겨울에는 다이어트를 포기해야 한다”며 웃었다. 호떡은 이미 완판돼 기자가 맛볼 수도 없었다.

신종 'O세권'이 실제 주택가격 상승과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통계로 뒷받침된바 없다.

다만 유행어가 생겨날 만큼 겨울 길거리 간식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분명해보인다.

SNS에서 전국의 붕어빵, 잉어빵, 계란빵, 호떡 등 각종 풀빵의 위치를 표시한 '대동풀빵여지도(@pulppangmap)'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 같은 트렌드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을 추구하는 문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 동네가 역세권, 학세권을 갖춘 근사한 곳은 아니지만, 붕어빵과 호떡의 ‘소확행’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 만족한다는 젊은이들의 위트가 담겨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세태는 ‘편세권(편의점+세권)’, ‘슬세권(슬리퍼+세권)’ 용어를 생산했다.

간단한 먹거리와 생필품 구입은 물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금융서비스와 택배 업무까지 가능한 편의점은 생활형 플랫폼을 넘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앱 ‘다방’에서는 해당 매물 인근에 편의점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슬세권은 잠옷이나 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마트, 쇼핑몰, 영화관, 커피전문점, 은행과 같은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주거 권역을 일컫는 말이다.

'붕세권'이자 '호세권'인 서울 영등포 일대의 붕어빵 노점상과 호떡 노점상 / 이다빈 기자
'붕세권'이자 '호세권'인 서울 영등포 일대의 붕어빵 노점상과 호떡 노점상 / 이다빈 기자
home 이다빈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