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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업체에 전화했는데 왜…” 배달의민족 이용하다 기이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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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 음식 사업자가 여러 업체 운영하는 ‘업소 돌리기’ 만연
  • • 많게는 10개 이상 운영하기도… 배달의민족 “사업자 기회”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사업자가 같은 음식을 여러 업소에서 판매하고 있다. / 이지은 기자

# A씨는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다 기이한 경험을 했다. 한 업체를 통해 주문한 갈비찜이 맛이 없어서 다른 음식점에 배달을 시켰는데 같은 갈비찜이 도착한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A씨는 각 업소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음식점 상호명과 대표 이미지는 모두 달랐지만 사업자 대표자명과 상호명, 주소가 일치했던 것이다. ‘내가 말로만 듣던 호갱이 됐구나.’ A씨는 씁쓸함을 삼켜야 했다.

배달의민족 입점 사업자들이 상호를 바꿔가며 사실상 같은 업체를 서로 다른 업체인 것처럼 운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사업자가 일정 지역에서 동일 메뉴로 많게는 10개가 넘는 업소를 운영하면서 시장을 독점해 애꿎은 업체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개 업체인 배달의민족이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위키트리가 배달의민족 앱에 접속해 ‘갈비찜’을 검색한 결과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다수의 업소가 나열됐다. 무심코 보면 각각 다른 음식점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세정보로 들어가면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상당수 사업자의 대표자명, 상호명, 주소, 등록번호가 모두 일치하는 것이다. 사실상 ‘눈속임’ 마케팅인 셈이다. 한 업체가 동시에 여러 업소를 운영하다 보니 같은 메뉴임에도 평점은 제각각이다.  

문제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찾기 위해 소비자들이 사업자 상세정보까지 꼼꼼히 살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데 있다. 한 사업자가 여러 업소를 운영하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다신 주문하길 바라지 않은 음식을 또 배달시킬 수 있다.

동일 메뉴로 업소 두 개 이상 운영하는 C 가맹점의 점주는 “똑같은 재료와 조리법으로 제조하니 상호가 달라도 맛이 같을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돈을 벌려고 어쩔 수 없이 ‘업소 돌리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소 돌리기’가 배달시장 내 과열경쟁과 과대광고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위키트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영업신고를 할 때 영업소 명칭을 쓰게 되는데 이때 쓴 상호로 광고해야 한다. 그 외의 상호를 사용해 광고하면 허위과대광고에 해당한다”며 “허위과대광고를 잡는 부서가 따로 있지만 온라인과 배달 앱을 통해 영업하는 음식점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도 ‘업소 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한 사업자가 여러 개의 업소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일부 사업자는 ‘숍인숍’ 형태로도 업체를 운영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한 면만 보면 과대광고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사업자에게는 기회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중재하기보다는 여러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폐해는 안중에 두지 않는 해명인 셈이다.

이지은 기자 heyg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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