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인신매매’ 중국으로 팔려간 파키스탄 여성들

2019-12-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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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명이 ‘가짜 결혼’으로 중국으로 넘겨져
신체적, 언어적 학대에 이어 성매매까지

사진출처 /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사진출처 /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수백 명의 파키스탄 여성들이 인신매매범에 의해 중국 남성들에게 신부로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4일(이하 현지시각) AP통신은 수사 당국의 말을 빌려 파키스탄 전역의 수백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중국 남성에게 신부로 팔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연방수사국은 올해 6월 출입국 시스템 정보를 활용해 ‘매매혼’, ‘인신매매’를 당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 629명의 신원과 중국인 남편의 이름 등을 적은 명단을 만들었다.

피해 여성 중에는 10대 소녀도 포함됐으며, 대부분 기독교의 소수 민족으로 가족이 팔아넘긴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인 신랑이 브로커에게 신부를 사 오는 대가로 400만루피∼1000만루피(약 3000만원∼7700만원)를 지급하지만 딸을 판 가족에게 주어지는 돈은 20만루피(약 154만원)에 불과하다.

이렇게 팔려나간 파키스탄 신부는 반복적으로 강간을 당한 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집으로 끌려갔다. 심지어 중국으로 팔려 간 여성 중 일부의 장기를 떼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신부의 부모는 중국인 사위가 부유한 기독교 개종자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출처 /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사진출처 /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일단 중국에 도착한 신부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혼한 사람들이라 외딴 시골 마을에 고립되어 성적 학대를 포함해 신체·언어적 학대를 당하고, 때로는 성매매를 강요받기도 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중국은 1979년 가구당 자녀를 1명으로 제한하는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하면서 남녀 성비 불균형 현상이 생겼다. 이 때문에 외국 신부에 대한 수요가 ‘한 자녀 정책’의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

파키스탄 여성 수미이라씨는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한 집에서 중국인 남성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강간을 당했다. 또 다른 여성 아슈라프는 올해 16세로 파키스탄으로 아내를 찾으러 온 중국인 남성과 결혼했다.

AP통신은 파키스탄이 중국과 우호 관계를 강조하다 보니 수사와 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10월 파키스탄 법원은 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된 31명의 중국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여성들이 회유와 협박을 받아 진술을 번복하거나 침묵으로 증언을 거부했다.

수사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깊이 파고들지 말라는 ‘윗선’의 압력을 받고, 심지어 다른 곳으로 전보 당한 사람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몇몇 고위 관리들은 인신매매에 대한 조사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아 수사관들이 불만을 품고 있으며, 파키스탄 언론은 인신매매에 대한 기사를 쓰지 말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 운동가들은 “파키스탄이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신부 인신매매’를 눈 감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파키스탄 내무부와 외무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파키스탄 양국 정부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자발적 동의를 바탕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을 지지한다”며 “불법적인 국제결혼업 종사자에 대해서는 단호히 처벌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이번 달 휴먼 라이트 워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중국으로 신부를 밀매하는 행위가 기록되어 있다. 보고서에는 미얀마 외에도 파키스탄,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네팔, 베트남 등 상당 국가가 ‘무자비한 사업(인신매매)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home 장원수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