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신문 배달하다가 오토바이 세워두고 엉엉 울었습니다”

2020-03-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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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감 느낀 신문배달원을 꼭 안아주며 위로해준 할아버지
“내가 살아보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꼭 빛을 볼 거예요”

글과 관련이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글과 관련이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한 신문배달원이 신문을 배달하다 오열한 사연을 인터넷에 올려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 누리꾼은 지난해 12월 인터넷 커뮤니티에 ‘신문배달하다가 오열했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신문을 배달하다 만난 한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듣고 새벽에 남 몰래 울었다고 밝혔다.

사정이 생겨서 신문배달을 병행하기 시작했다는 누리꾼은 새벽에 한 구독자가 “잠시만요!”라고 말하며 현관문을 열더니 자신을 불렀다고 했다. 구독자는 여든 살은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글쓴이에게 귤과 따뜻한 음료를 건네며 “어리게 생겼는데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그날따라 기분이 싱숭생숭한 데다 인생에 대한 좌절감을 느꼈던 글쓴이는 자기도 모르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할아버지에게 했다. “중간에 진로를 변경해서 남들보다 시작이 늦었어요. 그러다 문제가 생겼고, 이런저런 일을 하며 ‘취준’ 중이다가 곧 어머니 환갑이라 환갑기념 여행을 보내드리려고 신문배달 중입니다.”

글쓴이는 말을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왜 잘 풀리던 인생이 이렇게 꼬일까 싶은 마음이었다. 남들 다 자는 시간에 피곤한 몸으로 찬바람 맞으며 이리저리 뛰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여 속상했다.

그런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글쓴이 손을 꼭 잡아 주더니 말했다. “내가 살아 보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꼭 빛을 볼 거예요.” 할아버지의 손은 정말 따뜻했다. 꽁꽁 얼었던 손에 할아버지 온기가 퍼지면서 좌절감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맘이 녹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돈도 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며 배달할 때 차 조심하고 몸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더니 글쓴이를 꼭 껴안아주고 집으로 들어갔다.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눈물이 터져서 오토바이 세워놓고 아무도 없는 새벽에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힘들고 지쳐 쓰러질 것 같을 때면, 어디선가 낯선 위로의 손길들이 등장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어머니는 하나님이 도우시는 거라고 하시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날은 계속 추워지고, 나이는 계속 먹어가고, 사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제 길을 위해 달리렵니다! 그동안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보답하는 그날까지 더 열심히 살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행복하세요.”

home 채석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