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해 몸부림치는 랄라블라의 극약처방 과연 통할까

2019-12-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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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랄라블라 오프라인 플랫폼 통합운영, 독일까 약일까
랄라블라 가맹사업 가능성… 편의점 플랫폼 다양화할수도

랄라블라 용산아이파크몰점 / 이지은 기자
랄라블라 용산아이파크몰점 / 이지은 기자

회사 이름까지 바꿔가며 용을 써봤지만 여전히 신통찮다.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2위 자리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닥치자 급기야 ‘조직개편’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게 됐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헬스앤뷰티(H&B) 기업 랄라블라 이야기다.

GS리테일이 GS25와 랄라블라 등 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합 운영한다고 밝히면서 랄라블라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 시너지가 발휘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S리테일은 이달 초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플랫폼 비즈니스 유닛(BU)과 신사업 추진실을 신설했다. 플랫폼BU는 GS25, 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한 조직 단위다. GS리테일의 1만4000여 오프라인 플랫폼을 디지털, 온라인, 생활 서비스 등의 영역과 결합해 시너지 확대를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신설된 플랫폼 BU장은 현재 GS25 편의점 사업부를 담당하는 조윤성 사장이 맡는다.

업계 관계자는 “GS리테일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GS25와 달리 랄라블라가 부진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조직개편은 침체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랄라블라의 몸부림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은 CJ올리브영과 랄라블라, 롭스의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 중 CJ올리브영이 1233개의 점포를 운영하며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랄라블라와 롭스가 각각 2, 3위로 뒤를 잇고 있다.

2위라고는 하지만 랄라블라의 속은 편치 않다. 매년 점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AS왓슨과 합작으로 왓슨스코리아를 설립한 GS리테일은 2017년 왓슨스코리아를 흡수합병한 뒤 지난해 리뉴얼을 통해 랄라블라를 론칭했다. 회사 이름까지 바꿔가며 공격적인 출점을 선언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되레 롭스는 꾸준하게 점포를 확장하며 랄라블라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다.

랄라블라는 사람들이 즐거울 때 부르는 콧노래인 ‘lalala(랄랄라)’와 수다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blah blah(블라블라)’를 결합한 합성어다. 하지만 랄라블라는 현재 콧노래를 부를 수 없다.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랄라블라와 롭스의 점포 수가 2배가량 차이가 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랄라블라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질 만큼 추락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다. 현재 랄라블라는 139개, 롭스는 132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는 롭스가 랄라블라 점포를 수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적으로 봐도 랄라블라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지난해 2분기 450억원을 기록한 매출액이 올해 2분기 40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영업적자가 70억원에서 41억원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적자 탈출’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2분기 경영 역시 ‘낙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랄라블라는 다양한 경영 실험을 해왔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학교 후문에 위치한 GS25 건국점에 ‘숍 인 숍’ 형태로 랄라블라를 입점시킨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아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편의점뿐’이라는 막연한 예측에 기댄 패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뷰티 편집숍 시코르와 세포라가 한국 침공을 감행한 시점에서 ‘고급화’ 추세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소비자들의 즉각적인 거부감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H&B 스토어를 24시간 내내 운영함으로써 사각시간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잠재력을 제외하면 큰 시너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GS리테일은 매장 운영 방식을 테스트하는 것일 뿐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는 것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하지만 GS리테일의 강점이 전국 1만3000개가 넘을 정도로 막강한 편의점 플랫폼인 만큼 ‘숍 인 숍’ 형태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편의점 플랫폼 형태를 다양화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GS리테일이 랄라블라 매장을 늘리기 위해 가맹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직영점으로만 운영하는 매장에 가맹 경영을 도입하면 매장 수를 확 늘릴 수 있다. GS25를 운영하며 축적한 가맹관리 노하우를 이용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GS리테일은 2017년 말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 ‘랄라블라’라는 영업표지로 정보공개서를 등록하며 가맹 사업 여지를 열어뒀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급변하는 소매 유통 환경에 대응해 GS리테일의 강점인 전국 1만4000여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사업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