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에 두근”…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밝힌 '파비안느'와 드뇌브

2019-12-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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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씨네토크에 참석
영화의 장면 속에서 카트린 드뇌브의 실제 모습을 반영한 부분 많아 눈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의 주인공이자 프랑스의 전설적인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와의 일화들을 통해 영화를 둘러싼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진행된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씨네토크에 참석해 영화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히 주인공 카트린 드뇌브와의 일화들은 영화 속 노배우의 이야기와 겹치며 막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전설적인 여배우 파비안느의 회고록 발간일에 맞춰 딸 뤼미르 부부가 고향 프랑스에 방문하고, 가족들이 서로에게 쌓인 오해와 숨겨진 진실에 대해 알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이 영화는 지난해 제71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의 연출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서양 배우들과 찍은 글로벌 프로젝트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포스터 © 뉴스1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포스터 © 뉴스1

프랑스 전설적인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실제 캐릭터를 연상하게 하는 유명 배우 파비안느 역을 맡았다. 파비안느는 카트린 드뇌브의 미들 네임이기도 하다. 줄리엣 비노쉬가 미국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파비안느의 딸 뤼미르 역을, 에단 호크가 뤼미르의 남편이자 미국 TV 배우 행크 역을 맡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16년 전인 2003년 자신이 썼던 희곡을 바탕으로 했다고 했다. 그는 "대기실에서 출연 순서를 기다리는 노배우의 하루였다. 자기 역할의 감정을 잡지 못해 신경질이 나 있는 배우고, 유일한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배우는 일찍 세상을 떠나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 강한 척 하고 있는 여배우의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당시에는 일본을 배경으로 했기에 일본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여주인공으로 원로 배우인 와카오 아야코를 염두에 뒀었다고 했다.

이어 "이야기는 '아무도 모른다'를 찍은 뒤였다. 연기 경험이 없는 아이들과 촬영하면서 촬영 후에 '연기란, 배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 것이 출발점이었다"라고 밝혔다.

영화의 계절적 배경은 가을이다. 백은하 배우연구소장은 "늘 감독님의 작품에 나오던 여름이 아닌 가을에 찍었다. 여름에 들리지 않았던 소리를 가을에 듣게 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게 되면서 어떤 계절로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주인공 여배우가 말년을 맞게 되면서 아직 겨울은 아니지만 가을의 끝 무렵, 겨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릴 것 같은 계절이 어울릴 것 같았다. 인생의 시기와 계절을 맞물리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스틸 컷 © 뉴스1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스틸 컷 © 뉴스1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카트린 드뇌브와의 여러 일화들을 밝혔다. 전설적인 여배우와의 작업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그는 "카트린 드뇌브가 '걸어도 걸어도'를 보고 마음에 들어하셨다는 소문을 들었고,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며 "호텔에서 약속을 잡고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 안 오시더라. 연락했더니 지금 샤워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오늘은 못 온다고 해서 그날은 못 봤다. 약속이 펑크가 난 상황이었다. 한 번 더 그런 일이 있었다. '밀당'이 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후 만남에서도 카트린 드뇌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나 잡담만 하고 돌아갔다. 시나리오를 전달했으나, 읽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대배우와의 작업을 위해 끈임없이 노력을 기울였고, 여러 차례 인터뷰를 거쳐 실제 배우 카트린 드뇌브의 삶을 영화 속에 녹일 수 있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카트린 드뇌브와 영화 속 주인공 파비안느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카트린 드뇌브가 실제로(영화 속 파비안느처럼)젊을 때 배우였던 언니를 사고로 잃었다. 16년 전에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카트린 드뇌브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라이벌이 죽은 이야기를 설정했는데 이걸 굳이 변경해야하나 해서 설정을 놔뒀다"며 "시나리오를 본 프로듀서가 장난으로 '변호사를 준비해두시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말할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대본을 본 카트린 드뇌브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어떤 걸 하지 말라는 얘기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영화에 파비안느라는 자신의 미들 네임을 역할에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줬다"며 영화의 제목이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된 이유도 알렸다.

실제 카트린 드뇌브는 파비안느와 자신의 모습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에 홍보 때문에 개봉에 맞춰 오셨을 때는 기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할 거면 한 사람이 정리해서 해달라'고 하시더라. 어디서 들어본 대사인데 하다가 생각이 났다. 영화 앞부분에서 파비안느가 기자에게 그렇게 얘기한다. 일본에 왔을 때 똑같은 얘기를 했다. 그때 미소를 지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장면 속에서 카트린 드뇌브의 실제 모습을 반영한 부분이 많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극 중 사위인 행크가 장모로부터 입 주변에 키스를 받고 당혹스러움을 드러내는 장면이 사실은 자신이 카트린 드뇌브와 작업 중 겪은 일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카트린 드뇌브는 아이 같은 분이다. 이것은 결코 비난하는 게 아니라 진짜 솔직하게 얘기하면 대본을 전혀 외우지 않고 나타나신다. 현장에서 무의 상태에서 외워서 (외우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드시 100점의 테이크가 한 번 나온다. 그런데 그게 언제 나올지 모른다"고 운을 똈다.

이어 "테이크가 나왔을 때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기뻐하면서 미소를 띄고 촬영장을 떠난다. 만족도가 높으면 볼에 키스를 하고 떠나신다, 좋은 테이크를 건졌다고 생각할수록 위치가 입술에 가까워진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그러면서 "키스가 진해서 마음이 두근거렸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반영해 에단 호크에게 연기하게끔 추가했다. 그 장면은 어디까지나 실제 경험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말하는 카트린 드뇌브의 모습은 영화 속 파비안느와 많이 닮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미팅을 하게 되면 애완견 잭을 데리고 온다. 시바견이다. 안정이 안 되는 것이 잭이 항상 왔다갔다 걸어다녔다. 카트린 드뇌브는 흡연을 좋아해서 항상 담배를 어디서 태울 수 있는지를 찾아다니면서 끊임없이 움직이신다. 눈 앞에 차분히 앉아계시지 않았다"고도 일화를 밝혀 웃음을 줬다.

한편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지난 5일 개봉해 2만 관객을 넘기며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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