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나이키 운동화’가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2020-04-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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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2시간 벽’ 깨게 만든 신발 베이퍼플라이
‘기술 도핑’ 말까지 들으며 허용 여부 놓고 논란

'기술 도핑'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나이키의 베이퍼플라이. / 나이키
'기술 도핑'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나이키의 베이퍼플라이. / 나이키

평지나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을 걷거나 뛸 때 힘이 훨씬 덜 든다는 것은 잘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다.

그런데 신발만 신어도 내리막길을 뛰는 것처럼 힘이 덜 드는 운동화가 탄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단순히 화제를 모은 데서 그치지 않고 마라톤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정도의 파장을 낳고 있다. 나이키의 운동화 ‘베이퍼플라이’가 바로 그 제품이다.

베이퍼플라이는 ‘킵초게 운동화’로 불린다. 일리우드 킵초게(35·케냐)가 이 신발을 신고 인간의 한계로 알려진 ‘마라톤 2시간 주파’의 벽을 깬 때문이다. 이 신발은 미들솔(중창)을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으로 특수 제작한 덕분에 평지보다 1~1.5% 경사가 진 내리막길을 뛰는 효과를 발휘하게 해준다. 또 미들솔 두께가 기존 31㎜에서 36㎜로 늘어나 추진력이 85%나 높다.

이 때문에 베이퍼플라이는 ‘기술 도핑’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이 운동화 덕분에 선수들이 13개월 만에 마라톤 기록을 5개 깨뜨리는 일이 벌어질 정도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마라톤 선수들에 대해 베이퍼플라이 허용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마라토너들이 ‘기록 제조화’인 베이퍼플라이에 주목하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체는 일본 브랜드인 아식스다. 전문 런닝화나 마라톤화 생산 업체로 유명한 아식스의 주가는 베이퍼플라이가 인기를 얻자 급전직하했다. 그러다 국제육상대회이 베이퍼플라이를 규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자 지난 1월 장중 한때 최고 8% 급등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식스는 2018년 순손실 약 203억엔(약 2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년 만의 적자 전환이자 1964년 상장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케냐의 마라토너 일리우드 킵초게 / 나이키
케냐의 마라토너 일리우드 킵초게 / 나이키
home 채석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