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GV80 직접 타보니... 제네시스가 해석한 럭셔리는 극강의 부드러움

2020-01-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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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80, 중장년층 타깃으로 한 부드러운 세팅 돋보여
신규 디젤 엔진과 다양한 최신 기술... 제대로 작정하고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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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일이다. 2017년 뉴욕 모터쇼에서 GV80 콘셉트카를 선보인 지 3년이 된 2020년 1월 15일, 드디어 제네시스의 첫 번째 SUV, 그것도 플래그십 모델인 GV80이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이미 11월에서 12월로, 다시 12월에서 1월로 몇 차례 출시 일정을 미룬 바가 있었기에 더더욱 많은 이들이 고대하던 차량이다.

실물을 마주하면 스파이샷 등의 사진으로만 통해서 보던 인상에 비해 차체가 상당히 큰 느낌이다. 전장은 5m에 가깝고 전폭은 2m에 가깝다. 제네시스의 앰블럼을 본따 디자인했다는 대형 5각형 그릴과 두 줄로 평행을 이루는 쿼드 램프의 디자인 때문에 차량은 더욱 와이드해 보인다. 전시 차량은 무려 22인치의 휠이 달린 차량이었는데, 22인치 휠이 결코 과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작은 19인치 휠을 선택하면 차량에 비해 작아 보일 것 같다.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SUV라는 것을 알리듯 극단적으로 짧은 전면 오버행이 눈에 들어온다. 렉스턴, 모하비 등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 국산 SUV는 많았지만 이렇게 오버행을 줄인 차는 처음이기에 첫인상은 마치 유럽의 럭셔리 SUV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상대적으로 긴 뒷 오버행과 아래를 향해 내려가는 캐릭터 라인으로 후면부는 다소 둔해 보이는 느낌도 있지만 전체적인 비례감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훌륭한 디자인이다.

가장 한국적인 미, 여백의 미를 드러내고 싶었다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출시 전 퍼진 스파이샷을 통해 많은 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가장 큰 것은 대시보드 디자인이 너무 휑해 보인다는 지적이었는데, 실물을 봤을 때 시야가 대시보드만 향하는 것이 아니기에 크게 문제가 될 여지는 없어 보였다. 상대적으로 화려한 도어트림 디자인과 시트, 센터터널 등의 디자인과 어우러져 상당히 깔끔한 인상을 심어준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은 2스포크 스타일이며 운전 중 손의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자인이란 설명이다. 제네시스의 디자인 언어가 될 평행을 이루는 두 줄을 표현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해석된다.

인테리어 소재는 럭셔리함의 진수를 보여준다.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는 편하면서도 운전자를 잘 감싸준다. 대시보드 상단과 도어트림은 물론, 심지어 조수석 글로브 박스가 있는 하단부도 전부 가죽으로 둘렀다. 알루미늄 느낌의 내장 소재 역시 거친 느낌 없이 상당히 부드러운 감성을 전달한다.

2열도 상당히 안락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동식 리클라이닝 기능은 물론이고 뒷좌석을 위한 별도의 공조장치와 열선, 통풍 시트, 전동식 햇빛 가리개와 화장 거울 등을 갖추고 있다. 다만 뒷좌석을 위한 별도의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추후 출시될 2.5, 3.5 가솔린 엔진에서는 기대해볼 만하다.

3열은 성인이 앉기에는 머리 공간이 좁은 편이라서 아이가 탑승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3열 역시 컵홀더와 별도의 송풍구, 수납공간 등이 준비되어 있다.

새롭게 개발한 직렬 6기통 디젤엔진은 자동 8단 미션을 맞물려 최고출력 278마력, 최대토크 60kgf.m의 넉넉한 힘을 보여준다. 디젤 엔진 특성상 진동과 소음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NVH에서는 수준급의 능력을 보여준다. 연비는 후륜구동 모델 기준 리터당 11.8km, 4륜 구동 모델 기준 리터당 10.9km를 선보인다. 동급 파워트레인의 수입 럭셔리 SUV와 비교하면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모두 우세한 편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많이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다.

엔진과 미션의 세팅은 모두 부드러운 편이다. 60kgf.m라는 무시무시한 토크는 마치 목이 뒤로 젖힐 정도로 통쾌한 가속 성능을 보여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넉넉한 힘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2톤이 넘는 차체를 밀어주는 세팅이다. 심지어 NVH 역시 매우 훌륭한 편이기에 주행 중 계기판을 확인하고 놀라서 속도를 줄이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미션 역시 빠른 체결감보다는 부드러운 변속 느낌을 선사하는데, 이는 GV80의 실질적인 타깃층인 중장년층을 고려한 세팅으로 보인다.

서스펜션의 세팅 역시 매우 부드러운 편이다. GV80에 에어 서스펜션이 빠진 것에 대해 실망하는 의견들도 자주 보이고 있는데 현대차는 2세대 에쿠스 이후로는 아직 에어 서스펜션을 활용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에어 서스펜션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내구성과 수리 비용에 대한 이유 때문이다. 대신 GV80에는 최초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었다. 전면 카메라를 통해 도로의 포트홀, 과속방지턱 등을 식별하고, 네비게이션에 탑재 된 과속방지턱 정보 등을 활용해 미리 서스펜션의 감도를 조절해 최고의 승차감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기술은 독일의 럭셔리 브랜드 차량 중에서도 플래그십에 적용되는 옵션으로 실제로 GV80은 고속도로에서 매우 안정적이고 편한 승차감을 보여줬다.

그에 비해 롤과 피칭은 적은 편이고 특히 나들목에서는 제법 탄탄하게 차가 돌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시트에 있는 7개의 공기주머니가 주행 환경에 맞춰서 운전자를 잡아주는 에르고 모션 시트가 운전자에게 더욱 안정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그 외 GV80에 처음으로 선보인 증강 현실 네비게이션이나 자율 주행으로 차선까지 변경해주는 시스템은 시간 상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실제로 경험해본 다른 매체의 반응에 따르면 정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GV80의 시작 가격은 6,580만 원이다. 제네시스는 GV80을 최초로 '유어 제네시스'시스템을 도입했는데, 과거 차량을 구매할 때 각 트림별로 옵션을 구성했던 방식과는 다르게 기본형 단일 트림에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만 골라 담는, 수입차 업체의 인디 비주얼과 비슷한 형태의 판매 형식이다. 소비자는 선택의 다양성이 늘어나 좋지만 제조사는 기준점 없이 매번 다른 차량을 생산해야 하는 까다로운 형태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소비자의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유어 제네시스'시스템을 점차적으로 제네시스 전 차종에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GV80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상급 인테리어 디자인 패키지에는 5가지의 가죽 색상 중 1종, 4개의 우드그레인 색상 중 1종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으니 첫 시도라고 보기에는 제법 본격적인 형태다.

모든 옵션과 액세서리까지 합하면 GV80의 가격은 9천만 원 초반까지 오른다. 비싸다는 의견이 많지만 파워트레인과 여타 다른 최신 기능들을 살펴봤을 때 그렇게 비싸다고만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것이다. 참고로 GV80은 판매 이틀 만에 계약대수 2만 대를 넘기며 아직까지는 매우 순조로운 출발세를 유지하고 있다.

home 권혁재 기자 mobomtaxi@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