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받으면 ‘현질’ 해야죠”… 선 넘은 게임 과금

2020-01-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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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3N 주력 게임, 과금 논란 여전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IP 재활용 곧 과금 악순환 반복 초래할 것”

“구단 가치요? 더 올려야죠.” “세뱃돈 받으면 절반은 ‘현질’ 할 예정입니다.”

21일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PC방에서 만난 A씨는 기자에게 이 같이 말했다. A씨는 넥슨이 배급하는 축구 게임 ‘피파 온라인4’를 즐기고 있었다. A씨가 말한 ‘현질’이란 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목표는 본인의 축구팀 가치(구단 가치)를 올리는 것. 설날 세뱃돈 중 절반 이상을 투자해 아이템 획득을 위한 신규 패키지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A씨는 말했다.

넥슨은 PC 게임 ‘피파 온라인4’와 함께 인기 모바일 게임 ‘V4’도 배급한다. 모두 무료 게임이다. 다만 원활한 게임을 위해 ‘현질’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유저들의 선택이다. 그러나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비롯한 대다수 게임사의 과금 유도 추세는 만연하다. 실제로 기자가 PC방에서 만난 중·고등학생 유저들은 용돈을 모아 게임 결제를 하는가 하면, 부모 몰래 휴대폰 결제를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중학생 B군은 “좋아하는 축구 선수의 신규 카드가 최근 출시됐다. 이 선수를 ‘현질’ 없이 구매하려면 아마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 유저 상당수는 ‘현질’을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응답자 중 47.2%는 ‘일정 정도의 거래 한도를 두어야 한다’고 했다. 50대에서는 ‘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현금 지출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은 평균 8만3537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는 ‘현질’에 상품권을 주로 이용했다. 50대에선 본인 명의 휴대폰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PC·모바일 게임의 대표적인 과금 방식은 부분 유료화다. 유료 아이템을 기획해 성공적으로 유저들에게 판매하면 게임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게임사는 유료 아이템의 희귀성, 과금 유도를 위해 획득 확률을 낮춘다. 이로 인해 유저들은 과금을 했음에도 원하는 아이템을 구하기 어렵다. 수백만원을 투자해도 마찬가지다. 유저들은 다시 ‘현질’을 한다.

엔씨소프트의 주력 게임인 ‘리니지’도 마찬가지다. 최근 출시 50일이 지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은 전작들에 이어 여전히 과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기자가 ‘리니지’ 인기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과금이었다.

한 유저는 “1, 2주마다 꺼내는 과금 패키지와 이벤트에 돈을 쓰지 않으면 게임 내 격차가 너무 벌어진다”며 “최소 패키지를 한 번 구매하는 데 22만원이 든다. 게임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한 유저는 “투자하지 않는 유저는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유저는 “(아이템 획득) 확률 자체가 말이 안 된다. 현질해도 남는 건 허탈감”이라고 토로했다.

넷마블 역시 비슷했다. 주력 게임인 ‘세븐나이츠’,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를 두고 다수 유저들은 각각 ‘과금나이츠’, ‘현질의 마블’, ‘몬스터 돈들이기’라고 지적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 연합뉴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 / 연합뉴스

3N을 필두로 국내 게임 산업은 꾸준히 성장세다.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7% 증가한 14조2902억원이다. 2009년 이후 성장률은 매년 오르는 추세다. 2018년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은 6조6558억원으로 전체 게임 산업 점유율 46.6%를 차지, PC 게임 점유율을 넘어섰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은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산업이 지속해서 성장 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전망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위 학회장은 “게임 시장을 선도하는 3N의 최근 게임 콘텐츠는 IP(지적재산) 재활용 형태를 띄고 있다”며 “단기 수익을 위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3N 모두 이 같은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학회장은 “과금 유도는 게임 산업의 본질적인 속성이지만 3N은 리딩 컴퍼니다. 즉 책임과 의무를 수반해야 한다”며 “로또 당첨보다 어려운 아이템 획득 확률, 수익성 위주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선을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3N을 비롯한 게임사들은 수익 모델의 다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며 “과금을 유도하는 현 추세에서 벗어나 좋은 IP를 만들어내 신규 게임 개발에 힘써 게임 산업을 선도해야 한다. 기존 IP를 재활용해 같은 유저들을 계속 유입하는 것은 과금, 현질 유도의 반복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home 김성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