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의 기업은행 노사갈등 봉합, 어떤 타협의 산물이었나

2020-01-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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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기업은행장, 임명 27일만에 첫 출근…'낙하산 논란'뒤 노조와 타협하는 구태 반복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던 중 노조원들의 저지에 가로막혀 있다.  / 뉴스1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던 중 노조원들의 저지에 가로막혀 있다. / 뉴스1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윤종원(59) 신임 은행장이 임기 개시 27일만에 첫 출근한다. 윤 행장 임명에 반발해 임기 첫날부터 출근 저지로 맞서온 기업은행 노조가 투쟁을 풀었다.

노조의 요구가 거의 통으로 수용됐기 때문이다. 노사간 타협내용을 보면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투명성 보장 같은 명분있는 부분도 있지만, 희망퇴직 문제를 해결하고 임금체제 개편에 개입하겠다는 등 집단이익과 결부된 사항이 많다.

'낙하산 인사'로 촉발된 투쟁이 노조의 '밥그릇 지키기'와 윤 행장의 '자리 보전'이라는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인위적 봉합된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이 설 연휴 중 노사합의를 이뤄 29일부터 서울 을지로 본점에 정식 출근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3일 윤 행장이 선임된 이후 '낙하산 인사'로 규정짓고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2013년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14일)을 넘어서는 금융권 최장 행장 출근 저지 기록이다.

하지만 양 측은 설 연휴 기간에도 5차례 단독 면담을 갖는 등 대화를 이어갔고 연휴 마지막 날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노사는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정규직 전환 직원의 정원통합 ▲노조 반대시 임금체제 개편 중단 ▲임원 선임 절차 투명성·공정성 개선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인병 휴직 확대 등 6대 공동선언문에 합의했다.

당초 노조의 윤 행장 반대 이유는 은행업 경력이 부족한 관료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직전까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다.

그러나 6개 선언문 내용 중 이와 관련된 사항은 1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직원 이익 및 처우와 결부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쟁 취지와는 거리감이 있는 내용"이라며 "'자리 보전(윤 행장)', '밥그릇 지키기(노조)'라는 양 측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타협의 산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9일 첫 출근에 이어 취임식을 갖는 윤 행장은 "열린 마음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풀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home 이동기 기자 econom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