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위해우려' 생물인데…4000억 투자할 만큼 인기 있는 슈퍼푸드 생선

2025-04-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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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어나 은연어 등 토종 연어류 등 공격할 우려 있어

뛰어난 맛과 영양 덕분에 대중에게 인기가 많지만 생태계위해우려 생물로 지정된 비운의 생선이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4000억 원을 들여 해당 생선 양식 사업을 구축하는 데 한창이다.

대서양연어 / Ilya Marchenko-shutterstock.com
대서양연어 / Ilya Marchenko-shutterstock.com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손꼽히는 연어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소비량이 많은 어종은 대서양연어다. 고단백 저지방의 대표적 건강식품으로 잘 알려진 대서양연어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심혈관 건강, 뇌 기능 향상, 면역력 강화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비타민 D, 셀레늄, 비타민 B군 등 다양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늘어난 사업비와 인허가 절차, 로열티 문제 등으로 1년 가까이 지연된 대서양연어 스마트 육상 양식 단지 조성 사업이 해답을 찾으면서 본궤도에 올라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노르웨이 현지에서 인정받은 육상 연어 양식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와 대서양연어를 강원도 양양에서 기르는 사업이다.

해외의 한 연어 양식장 / Russ Heinl-shutterstock.com
해외의 한 연어 양식장 / Russ Heinl-shutterstock.com

이와 관련해 양양군은 지난 2월 군정 브리핑을 열고 그간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양양군에 따르면 2020년 시작된 친환경 스마트 육상 연어양식 농공단지 조성 사업은 총 4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0만 6375㎡의 부지에 육상 연어 양식장과 R&D센터, 가공시설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인기와는 별개로 대서양연어는 최근 한국에서 생태계위해우려 생물로 지정되며 또 다른 의미로 주목받고 있다.

대서양연어(Salmo salar)는 원산지가 북대서양과 북유럽 지역이며, 2016년 한국에 연구 및 양식 목적으로 도입됐다. 바다와 민물, 기수역을 오가는 회귀성 어류로, 생태적으로 적응력이 뛰어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몸길이는 최대 150cm에 이르고 무게는 최대 46.8kg에 달할 수 있으며 수명은 약 13년이다. 치어는 몸 옆면에 푸른빛이나 보랏빛이 도는 8~12개의 큰 반점이 줄지어 있고, 그사이에는 작고 빨간 반점이 흩어져 있다. 성어는 등 쪽이 어두운 푸른색을 띠며 배 쪽은 은백색이고, 몸 옆면에는 흑색 반점이 산재한다. 산란기 수컷은 턱이 길게 구부러지고 지느러미가 두꺼워지며, 혼인색으로 붉은 얼룩무늬가 생기거나 커다란 검정 반점이 형성된다. 산란 후에는 이 혼인색이 사라지고 몸 색은 어두워진다.

한국의 토종어류 중 대서양연어와 생태적 위치나 습성이 유사한 경쟁종으로는 산천어(Onchorynchus masou masou), 연어(O. keta), 곤들매기(Coreoleuciscus splendidus), 버들치(Rhynchocypris oxycephalus), 쉬리(Coreoperca herzi) 등이 있다. 이들 토종어류와 비교했을 때, 대서양연어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체구가 크며 먹이 활동이 활발한 점에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포식성 습성이 강하고 생존력이 높아 먹이와 서식지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토착종의 개체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WH_Pics-shutterstock.com
WH_Pics-shutterstock.com

이러한 이유로 대서양연어는 생태계위해성 평가에서 2등급을 받았다. 2등급은 현재 위해성이 높지는 않지만, 확산할 경우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생물에 해당한다.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대서양연어를 생태계위해우려 생물로 지정하고, 상업적인 판매를 목적으로 한 수입 또는 반입은 유역(지방)환경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상업 판매 외 목적으로 수입하거나 주요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신고해야 하며, 생태계로의 방출, 유기 또한 제한된다.

대서양연어는 공격성과 적응력이 강한 특성으로 인해 생태계 내에서 토착 생물과의 경쟁뿐 아니라 다른 영향을 야기할 수 있다. 첫째, 질병 매개체로서의 역할이다. 대서양연어는 전염성 조혈기 괴사증 바이러스(IHNV)에 감염될 수 있으며 이는 부화장에 감염이 발생할 경우 한국 연안으로 이주하는 태평양 연어 개체군에까지 전파될 수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는 태풍으로 인해 대서양연어가 양식장에서 탈출하며 야생 개체군에 질병과 기생충을 퍼트린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는 국내 수산자원의 유전자 오염과 질병 확산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연어보다 상당히 공격적이어서 왕연어(Chinook salmon)와 은연어(Coho salmon) 같은 토종 연어류를 공격할 우려가 있다. 특히 사육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질병에 더욱 취약해진다. 그래서 바닷물이(Lepeophtheirus salmonis) 같은 기생충이 야생종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

문화적, 경제적 측면에서도 대서양연어의 도입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영양 식품으로의 매력도가 높고 수입 및 양식을 통한 수산업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 교란과 질병 전파에 따른 수산업 피해 가능성, 토착 생물 보호에 대한 가치까지 고려하면 반드시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는 대서양연어의 유통과 사육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Paul Abrahams-shutterstock.com
Paul Abrahams-shutterstock.com

생태계 단위의 교란 가능성도 크게 우려된다. 만약 자연 하천에 유기되거나 탈출할 경우 토종어류와의 경쟁, 교잡, 질병 전파 등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특정 수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토종 연어나 다른 어류와 먹이, 서식지 경쟁을 벌이며 이 과정에서 잡종이 생기기도 한다. 교배가 일어나면 야생종의 생존 능력이 감소한다. 어장에 있는 치어 또한 공격성이 강해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한다.

이와 같은 대서양연어의 특성과 잠재적 위험성은 단순히 외래생물이라는 이유를 넘어 실제 생태계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건강식품으로서의 가치가 아무리 높더라도 생태계를 보전하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대서양연어의 국내 도입과 양식은 명확한 관리 계획과 제도적 장치 속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돼야 하며 감시 체계 또한 지속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서양연어는 고영양 슈퍼푸드로서의 장점이 많지만 국내 자연 생태계에서의 무분별한 확산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부와 민간 모두가 외래생물 도입에 따른 생태계 영향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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