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주행 차량에... 일요일에 세종시 국도에서 벌어진 참사
2025-06-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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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서 크루즈 컨트롤 기능 켜놓고 전방 주시 안 했나

국도에서 예초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달리던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가 주행 제어 기능에 의존한 채 운전하다 벌어진 참사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58분께 세종시 금남면 발산리 1번 국도 도로변에서 근로자 A(60대)씨가 예초기로 풀을 베는 작업을 하던 중 스포츠유틸리티차에 치였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 차량 운전자 B(30대)씨는 경찰 조사에서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켜고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음주나 약물 운전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공공기관 발주 예초 작업을 맡아 3차선 도로 하위 차선을 막고 동료와 함께 근무하다 변을 당했다. 현장에는 A씨와 동료 외에 근로자 3명이 더 있었다.
크루즈 컨트롤은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를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시스템이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도 일정한 속도로 주행할 수 있어 장거리 운전 시 피로감을 덜어준다. 하지만 이 기능이 운전자를 완전히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도로 상황 판단과 긴급 상황 대처는 여전히 운전자 몫이다.
문제는 많은 운전자가 크루즈 컨트롤을 과신한다는 점이다. 자동차 제조사는 크루즈 컨트롤 사용 중에도 핸들을 잡고 전방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운전자는 크루즈 컨트롤을 켜면 운전에서 해방된다고 착각한다.
크루즈 컨트롤 보급률은 급속히 늘고 있다. 과거 고급차 전용 옵션이었던 이 기능이 이제는 중형차는 물론 소형차에도 기본 사양으로 들어가는 추세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경쟁적으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탑재하며 자율주행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운전자 인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크루즈 컨트롤은 말 그대로 '보조' 기능일 뿐이다. 갑자기 나타나는 장애물이나 도로 작업 현장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 시스템이 이런 상황을 모두 인식하고 대처할 만큼 정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크루즈 컨트롤과 관련된 사고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 관련 사고를 별도로 집계하고 있으며, 대부분 운전자의 부주의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럽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크루즈 컨트롤 사용 중 운전자가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자동화 기능에 대한 과도한 신뢰가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셈이다.
크루즈 컨트롤은 고속도로 등 일정한 속도로 장시간 주행할 때 유용하다. 반면 시내 도로나 공사 구간, 교통량이 많은 구간에서는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사용자 교육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적 책임 문제도 명확히 해야 할 과제다. 크루즈 컨트롤 사용 중 사고가 나면 운전자와 제조사 중 누가, 어느 정도까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이런 법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B씨를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 부주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크루즈 컨트롤 설정 속도와 실제 주행 속도, 운전자의 주의 상태 등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또한 작업 현장의 안전조치가 적절했는지도 함께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