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엄청 아꼈는데…” 화재로 불길 속 동생 구하려던 형까지 사망했다

2020-04-0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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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었던 냄새 없애려 초를 켰다가 화재 발생해 형제 사망
형제의 장례 위해 울산시교육청 성금 모금해

이하 셔터스톡
이하 셔터스톡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난 화재로 사망한 9살과 18살 형제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이들의 장례를 위해 울산시교육청이 성금 모금을 진행했다.

지난 8일 오전 4시 6분경 울산 동구 전하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집 안방에서 자고 있던 A(9)군이 숨지고, 형인 B(18)군이 불을 피해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 추락해 사망했다.

불이 나기 전 형은 친구와 함께 음료수를 사 먹기 위해 편의점에 갔다가 돌아와 보니 집에 불이 나 있어 동생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형과 친구가 새벽에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은 뒤 냄새를 없애려고 촛불을 켜 놨다가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에 초가 넘어져 불이 번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는 형이 아파트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편의점에 다녀온 지 불과 10분 만에 벌어졌다. 화재 당시 형제의 부모는 식당 장사 준비를 위해 집을 비운 상태였다.

9일 주민과 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사망한 형제는 평소에도 우애가 남달랐다. 형은 일 때문에 집을 비우는 일이 많은 부모를 대신해 9살 터울의 동생을 잘 돌봐주는 든든한 장남이었다.

한 주민은 "형은 평소 기숙사 학교에서 지내고 동생은 장애가 있어 경주의 한 특수 학교에 다녀 평일에는 떨어져 있지만 주말만 되면 동생을 챙기던 착한 아이였다"고 말했다.

형제의 아버지는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로 인해 빚이 많아 식당을 운영하면서 모텔 수건을 수거하는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현재 이 형제의 장례식 비용, 운구차 비용도 없는 사정임이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에 울산시교육청은 부서별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진행했다. 노옥희 교육감도 이날 울산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 방문해 조문할 계획이다.

기사와 관계 없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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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최정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