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문 열고 한 걸음이면 끝...눈 오는 날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
2025-12-1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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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주차 무료, 겨울·봄철 오전 8시~오후 6시 개방
하얀 눈이 초록 능선을 덮는 순간, 조용하던 목장이 ‘겨울 산책로’라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겨울이면 바다 대신 멀리 보이는 언덕과 초원이 끌릴 때가 있다. 나무 사이를 헤집고 걷는 숲길 말고 시야가 끝까지 트인 초지 위를 따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곳. 충남 서산 운산면의 ‘서산 한우목장 웰빙 산책로’는 눈이 내리는 계절에 그런 풍경을 보여주는 장소다.
여름에는 초록 능선 위를 소들이 느릿하게 오가는 전형적인 목장 모습이지만, 눈이 내리면 2.1㎞ 데크길과 하얗게 덮인 목책, 완만한 구릉이 겹치며 알프스 사진 속 한 장면 같은 겨울 풍경이 완성된다. 입장료도, 주차요금도 받지 않아 “눈 온 날 가볍게 차 몰고 다녀오기 좋은 코스”로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 15년 만에 열린 초원, ‘서산의 알프스’ 걷기 명소로
서산한우목장은 여의도의 3배가 넘는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한우 방목지로 반세기 넘게 일반 출입이 제한돼 온 곳이다.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을 막기 위해 TV 광고나 드라마 촬영 때만 잠깐씩 화면에 비쳤고 주민들 사이에선 “언젠가 꼭 걸어보고 싶은 언덕”으로 불리며 개방 요구가 이어져 왔다.

이에 지난해 12월 서산시가 목장 일부 구역을 ‘서산 한우목장 웰빙 산책로’로 정비해 개방하면서 15년 만에 열린 초원을 따라 데크길이 놓이고 누구나 편하게 걸어볼 수 있는 걷기 명소로 탈바꿈 했다.
◈ 눈 쌓이면 더 그림 같은 2.1㎞ 데크길
웰빙 산책로 코스는 길이는 길지 않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이 통째로 달라진다. 완만한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2.1㎞ 무장애 데크길은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특히 겨울엔 이 코스가 진짜 매력을 드러낸다.
초원이 눈으로 덮이는 순간 멀리서 보기만 하던 초록 목장은 그대로 커다란 하얀 눈밭으로 바뀐다. 데크 옆으로 이어진 능선도, 소들이 다니던 길도 모두 눈 속에 잠기면서 “한국에서 이런 풍경이 나오나?” 싶은 장면이 하나씩 눈앞에 펼쳐진다.

눈이 많이 온 날에는 데크 바닥과 난간만 또렷하게 남아 자연스럽게 길을 안내해 주고 그 주변으로는 눈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고개를 들면 겹겹이 이어진 산자락 위로 구름이 천천히 지나가고 목장 울타리와 시설들이 눈을 뒤집어쓴 채 함께 배경으로 들어오면서 휴대전화로 대충 찍어도 엽서 같은 사진이 나온다.
경사가 전반적으로 완만해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걷기에도 좋고 어르신과 같이 와도 숨이 차지 않는 코스라 가족 산책로로도 부담이 없다. 중간중간 놓인 벤치에 잠깐 앉아 흰 초원을 내려다보거나, 데크 모서리마다 서서 사진을 남기기에도 딱 좋다. “눈 내리면 한 번 더 오고 싶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장소다.
◈ 입장료·주차 모두 무료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고, 주차장도 무료로 운영해 드라이브 삼아 가볍게 들르기 좋다. 서산시는 겨울철 짧아지는 해를 감안해 한우목장길 운영시간도 일몰에 맞춰 조정했다.
지난달 24일부터 내년 5월 31일까지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하며, 눈 오는 날에도 이 시간 안에서는 초원이 눈으로 덮인 풍경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해가 빨리 지는 계절인 만큼, 햇살이 가장 따뜻한 한낮에 맞춰 방문하면 여유 있게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 알프스 감성 담은 ‘국내 겨울 여행지’ 하나 더
서산 한우목장 웰빙 산책로는 여름에는 초록 초지, 겨울에는 흰 설원으로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곳이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대규모 방목지 풍경과, 언덕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데크길 덕분에 TV 속 한우 광고나 여행 프로그램 배경으로도 종종 등장해 왔다. 실제로 방문한 이들 사이에선 “해외 알프스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뷰”라는 반응이 나온다.

겨울 서산으로 향할 계획이 있다면 서산 해미읍성과 함께 묶어서 둘러보는 것도 좋다. 성곽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고 성곽 주변으로 자리한 카페에서 따뜻한 음료를 한 잔 마신 뒤 차를 몰고 한우목장으로 올라가면 된다.
오전에는 해미읍성 일대를 산책하듯 둘러보고 오후에는 한우목장 웰빙 산책로에서 눈 덮인 능선을 바라보며 한 바퀴 걷는 식으로 하루 코스를 채우기 좋다.
발밑에서는 눈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고 고개를 들면 알프스를 떠올리게 하는 구릉과 목장이 시야 끝까지 펼쳐진다. 입장료와 주차 걱정 없이 이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 눈 오는 날 일부러 찾아가 보고 싶은 겨울 여행지 목록에 충분히 올려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