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전... '지하철서 쓰러진 핫팬츠녀' 최초 신고자가 등판해 전혀 다른 얘기를 내놨다 (원문)
2021-07-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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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드림에 올라온 글 사실 아니야
“제 번호도 최초 신고자라고 받아 가”
이른바 ‘지하철에서 쓰러진 핫팬츠녀’라며 얼마 전 각종 언론에서 다뤄진 사건에 대해 ‘최초 신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해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밝혔다.

이번 일의 전말은 먼저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어제 지하철에서 생긴 일’이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일어났다.

보배드림 회원은 지난 3일 서울 지하철 3호선에서 쓰러진 여성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쓰러진 여성이 짧은 반바지에 장화를 신고 있어 신체 노출이 조금 있었다"며 "때문에 해당 칸에 있던 어떤 남성들도 그 여성을 부축하거나 도울 생각을 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아주머니들과 젊은 여성들이 도와서 지하철 밖으로 여성을 부축해 나갔다"라고 덧붙였다.
보배드림 회원의 이 글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각종 언론은 ‘지하철 핫팬츠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고 남성들이 성추행 신고를 우려해 여성을 돕지 않았다는 논조를 내놓았다.
그러나 최초 신고자(이하 신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네이트판에 올린 글 '지하철 핫팬츠녀로 기사난 사건의 119 최초 신고자입니다'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그는 “최근 며칠간 인터넷을 거의 안 했더니 어떤 소식이 있는지도 모르고 살았는데 (중략) 이 사건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일파만파 퍼진 것 같아서 가장 파급력이 높다고 생각한 네이트판에 글을 쓴다”라며 “119 신고한 내용 첨부한다”라고 밝혔다. 이후 자신의 119 신고 내역을 캡처한 사진을 ‘인증’했다.



이후 신고자는 “정확히 사건에 대해 쓰자면 (중략) 순간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그분 주위로 몰려왔다”라며 “바로 119에 신고하니까 구조대원 분들이 일단 바깥으로 옮기라고 해서 제가 주위 분들한테 누가 좀 도와서 들어서 밖으로 옮겨달라고 소리쳤고 (저는 119구조대원이랑 통화 중이라 정신이 없었다) 여성 한 분과 남성 두 명이 그분 들어서 압구정역에서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은 응급환자 발생 시 멈춘다고 잠시 동안 멈추고 역무원분들 바로 달려와서 장화 벗기고 처치했고 간호사로 보이는 여성분도 달려와서 도와주셨다. 이 간호사로 보이는 여성분, 저, 그리고 옮길 때 도와주신 여성분 세 명은 열차가 다시 출발하고 나서도 압구정역에 남아 상황을 지켜봤다”라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신고자는 ‘핫팬츠녀’라는 명칭도 부정했다. 그는 “심지어 딱히 핫팬츠도 아니었고 장화도 신고계서서 성추행이니 뭐니 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라며 “안 도와주시는 분들은 그냥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해서 안 도와주신 거지, 정말 순식간에 사람들 몰려와서 괜찮냐고 물어보고 다 같이 한마음 한뜻으로 도왔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역무원분들이 제 번호도 최초 신고자라고 받아 가셨다”라며 “그 여성분은 우시면서도 저한테 감사하다고 했다”라고 말을 이었다.
신고자는 이어 자신의 글을 ‘주작’이라며 의심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그때 상황이 정리되고 지인들한테 보냈던 카톡 대화 내용을 첨부했다.


그는 “보다시피 (대화 속 내용에) ‘남자들이 들어서 도와주고’라고 되어있다”라며 “그때 저는 와 우리나라 아직 살 만하구나 세상이 아직 따뜻하구나 느꼈는데 제대로 상황을 보지도 않으신 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상하게 글을 퍼 날라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지 않는 사회가 될까 무섭다”라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간호사로 보이는 분은 다른 칸에 계셨는데 응급환자 발생이란 방송하자마자 바로 튀어나와서 환자 상태 체크하시더라. 멋있었다”라며 “역무원들이 바로 달려오고 열차가 멈추는 것도 우리나라 시스템이 이렇게 잘돼있었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당시 여성이 쓰러졌다거나 성추행 관련으로 들어온 신고나 보고가 없다"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서울지하철공사에서 신고 들어온 게 없다고 했다는데, 제가 신고를 했고 역무원들도 제가 최초 신고자라서 번호까지 받아 가셨는데 신고가 들어온 게 없다는 건 뭔지. 상부까지 보고가 안 간 건지. 아무튼 그 시간대 CCTV 돌려보면 바로 나올 사실을 왜 굳이 아니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온라인 커뮤니티 원본 글에 따르면 '7월 3일 서울 지하철에서 짧은 바지를 입고 있던 여성이 쓰러졌다'고 특정돼 있었다"라며 "일반적으로 서울 지하철에서 사람이 쓰러지면 경찰이 출동하는 등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출동 사실도 전혀 확인되는 게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신고자는 마지막으로 “댓글에서 저한테 훌륭하시다고 하는데, 정말 어려운 일도 아니고,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눈앞에서 사람이 쓰러졌는데 어떻게 안 돕나”라고 글을 맺었다.
이에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최초에 보배드림에 틀린 정보를 올려 논란을 야기한 해당 보배드림 회원과 이를 기사화해 논란을 확대한 언론들을 지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7일 사실 확인을 묻는 위키트리와의 통화에서 “최초 보배드림 게시물이 올라왔을 때 토요일 3호선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만 적혀있었지 어느 역인지 밝혀지지 않아 사실 확인에 어려움을 겪어 그런 통화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이후 수정된 게시물에 압구정역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해당 사건이 있었다는 점을 정확히 확인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