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역 주변에 붙은 "출판노동자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2013-12-18 12:01

add remove print link

[사진=트위터 @blackaspirin] 18일 트위터 이용자 @blackaspirin

[사진=트위터 @blackaspirin]

18일 트위터 이용자 @blackaspirin 님이 "합정역, 출판 노동자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라며 올린 사진입니다.

아래는 합정역 대자보 전문입니다.

정작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노동자가 태반인 이곳.

법정연차 15일은 고사하고 10일, 6일을 턱하니 던지며 다른 데보다 후하게 쳐준다며 뇌까리는 걸 애써 태연한 척 들어야 하는, 그마저도 눈치 보며 써야하는 이곳.

내 야근 값은 저녁 방값 아님 택시비로 때우면서 선심쓰듯 하는 사장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눈을 내리 깔고는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는 백석의 말을 참 더럽게 속삭였습니다.

밖에서는 민주투사, 안에서는 노동자 등쳐먹는 사기꾼이라며 우리 사장님들이 두 얼굴을 비아냥댔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 역시 두 얼굴을 지녔던 게 아닌가 무서워 졌습니다.

사장과는 달리 자기 자신을 등쳐먹는다는 것에 더더욱 무서워졌습니다.

더러운 건 알겠는데 누구에게 뭐라고 외쳐야 하는지 불안해하다가, 이제 이렇게 나 안녕하지 못하다고, 나와 같은 여러분들에게 외치려고 합니다.

출판노동자 여러분이라면 서로에게 안녕하냐고, 안녕치 못하면 왜 그러냐고, 사장에게 우리 자신에게 뭐라고 외쳐야하는지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출판노동자들이여, 어떻게, 안녕들 하십니까?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