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꿈이던 단원고 3학년 학생의 편지

2014-04-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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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분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의 피해자

To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분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의 피해자인 단원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입니다.

제가 이렇게 기자분들께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제가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은 말들과 또한 제가 직접 보고 들으며 느낀 점에 대해서 간략히 몇 글자 적어봅니다.

사실 저는 올해 들어 장래희망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저의 장래희망은 여러분과 같은 기자였습니다.

그런데 저의 꿈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의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 애타게 기다리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가장 먼저 속보를 입수해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게 의무입니다. 그러나 업적을 쌓아 공적을 올리기 위해서만 앞뒤 물불 안가리고 일에만 몰두하는 것을 보면서 부끄럽고, 경멸스럽고, 마지막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가장 큰 고통에 빠진 경기도 안산 단원구 단원고등학교 학생에게 전해진 편지 내용이다.

이 편지는 24일 오전 수업을 재개한 단원고 측이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 등 상황을 전달하는 브리핑에서 소개됐다.

정운선 교육부 학생건강지원센터 센터장은 이날 단원고 정문 앞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단원고에 재학 중인)아이들에게 카드를 쓰도록 시켰더니 어떤 아이는 못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많은 학생들이 사망자, 실종자, 구조자는 물론 정부와 언론 등에 보내달라며 카드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받은 카드 중 기자들에게 전달해 달라는 단원고 3학년생이 쓴 카드를 소개했다.

[23일 오후 침몰 세월호에서 희생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교실로 향하는 계단에 '보고 싶다'는 글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