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단식 농성 중단 김장훈이 병원에서 쓴 글

2014-08-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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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장훈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중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 단식에 동참하고

[가수 김장훈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중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 단식에 동참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모든 상황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이용되지 않고 처음 취지대로 안전하고 좋은 나라 만드는 것 민큼은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김장훈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단식에 돌입했지만, 24일째 만에 결국 중단하고 응급실로 향했다.

김장훈은 2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더는 단식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하며 다른 방법으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할 것을 알렸다.

김장훈은 "병원입니다. 팔에는 익숙한 풍경인 주삿바늘이 꽂혀있고 정신은 왔다 갔다 하다가 좀 안정을 찾았다"며 "안 그래도 오늘내일 단식을 끝내겠다고 여러분과 결정을 봤는데 몸이 알아서 저를 쓰러뜨리고 일어나보니 여러분도 알다시피 몬가 더 혼란만 난무합니다. 참 아프고 슬픕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23일 전 처음 광화문에 가서 한 소외되고 나약한 인간에 대한 인간의 도리로 시작한 일이 진흙탕으로 끝난다면 그동안 모진 칼 맞고 똥 뒤집어쓰고 견뎌온 날들이 참 허망해질 듯도 합니다”라며 “제가 어제 여러분께 단식을 끝내겠다고 말씀드린 건 단순히 많은 분들이 제 건강을 걱정해서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장훈은 "23일간 광화문에 나가면서 참 많은 일도 있었고 많은 인간의 군상을 보았습니다. 매일 일어나는 그 슬픈 전쟁도”라고 덧붙였다.

김장훈은 이달 초에 세월호 침몰 사건 관련 기소권과 수사권을 포함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23일간 단식에 동참했다. 김장훈은 단식 중 공황장애가 재발하면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병원에 24일 입원한 바 있다. 다음날 자신의 의지로 퇴원해 단식을 계속 이어갔지만 26일 입원함으로써 단식을 중단하게 됐다.

김장훈이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수정..혼미한 정신이 주사맞고 이제 좀 깨어서 제 정신인듯..)

병원입니다.팔에는 익숙한 풍경인 주사바늘이 꽂혀있고 정신은 왔다갔다하다가 좀 안정을 찾았구요.

어제 광화문에 갔다가 서있기도 힘들고해서 집으로 와서 여러분들과 한참 채팅하다가 잠들어 조금 아까까지 기절했다가 깨어났죠.

안 그래도 오늘내일 단식을 끝내겠다고 여러분과 결정을 봤는데 몸이 알아서 저를 쓰러뜨리고 일어나보니 여러분도 알다시피 몬가 더 혼란만 난무합니다

참 아프고 슬픕니다.

이런 진흙탕같은 혼란속에서 앞으로 제가 어떤것을 믿고 인간애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지 자신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23일전 처음 광화문에 가서 한 소외되고 나약한 인간에 대한 인간의 도리로 시작한 일이 진흙탕으로 끝난다면 그동안 모진 칼 맞고 똥 뒤집어쓰고 견뎌온 날들이 참 허망해질듯도 합니다. 일주일이나 할까..싶었던 행동이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면서 저를 3주까지 끌고오게 했구요.

제 몸 망가진건 조금도 아깝지 않으나 백번 천번을 감당할수도 있으나 부서져버린 영혼은 무엇으로 채울까..충격이 한번에 와서인지 그대로 주저앉아 병원으로 왔습니다.

제가 어제 여러분께 단식을 끝내겠다고 말씀드린건 단순히 많은분들이 제 건강을 걱정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23일간 광화문에 나가면서 참 많은 일들도 있었고 많은 인간의 군상을 보았습니다.

매일 일어나는 그 슬픈 전쟁도..

제 소신에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는 특별법이, 정쟁으로 변화하고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저 또한 살면서 체험하지못한 욕도 처먹고 상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면서 점점 제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만 두려했던거죠.

그 혼란의 정신적스트레스가 몸이 망가지는것보다 몇십배 힘들었죠

누군가에게는비난을 받고 누군가에게는 지지를 받고 정치인도 아닌데 그런건 제게 중요치 않았기에 신경도 쓰지 않았구요

오직 대한민국이라는 네글자만 생각했기에 버텨왔습니다

몸이 망가지건 말건..설령 끝이라 하더라도

하지만 이 일을 끝내려 했던건 제가 나선다고 그 일이 되고 안 되고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걸 너무 정확하게 알았기 때문이었죠.

이제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제는 노래로 사랑으로 힐링을 행동하리라 굳게 마음먹고 끝을 결정했습니다.

정말 우습게도 아까 깨어나서 처음 한 일이 매니저에게 시켜서 제 가슴에 붙이는 큰 명찰 위의 국민단식위에 노란종이를 덧붙이고 힐링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그리고 23일째라는 숫자에는 01을 써넣었구요.

국민힐링01일째라는 슬로건으로 다시 희망을 사람들과 나누려고하는 시작에서 그만 풀썩 주저 앉았습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정말 제가 살아온 날이 보잘것없어지는 살면서 가장 허망하고 아픈 하루입니다

참 혼란의 시절이고 아픈 현실의 내 가 그토록 사랑하는 내 나라입니다.

감히 다시 일어서서 그래도 긍정과 희망의 힘으로 다시 시작해보겠다는 약속을 지금 이 순간은 못하겠네요

그래야 하는 건 아는데.. 누군가는 그러시겠죠.

'김장훈씨 답지 않게 왜 그러세요 다시 또 일어서서 시작해야죠'

저 다운 게 몬지도 잘 모르지만 그 약속을 지금은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일단 병원에서 망가진 몸 추스리고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말하는 저다운 모습처럼 내일부터 다시 희망 찾기를 시작할지도 모르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다시 희망의 에너지를 갖고 세상 속에 뛰어들 것이라는 겁니다.

끝으로 바란다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모든 상황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이용되지 않고 처음 취지대로 안전하고 좋은 나라 만드는 것 민큼은 이루어지기를 소망합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