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 소개된 '한국 최초 ADSL 도입자 근황'

2014-09-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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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사진=MBC 방송 영상 캡처] 지난 15일 밤 'MBC 다큐스페셜'에 공개된 전봇대

[이하 사진=MBC 방송 영상 캡처]

지난 15일 밤 'MBC 다큐스페셜'에 공개된 전봇대 위, 벼랑 끝에 선 가장들의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다.

방송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서는 "한국 ADSL 최초 도입자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KT 재직자 공규식 씨 사연이 확산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희망퇴직,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떠나거나 희망퇴직 예정자이지만 안 나가고 회사에서 버텨오고 있는 재직자들의 근황이 공개됐다.

희망퇴직만은 피하고 싶었던 이들에게 주어진 일은 '전봇대 업무'였다.

IMF 시절, ADSL(기존 전화선을 이용해 컴퓨터가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게 하는 통신수단)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KT의 부흥을 이끌었던 공규식 씨가 지금 하는 일 또한 '전봇대 업무'다. 핸드폰을 가지고 돌아다니며 잘못 설치된 전봇대 사진을 찍는 일.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KT 재직자 공규식 씨는 "왜 이런 일을 하게 됐는지 회사로부터 통보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모르죠, 단지 모여 있는 사람들 보면 명예퇴직하라고 했을 때 거부했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제가 뭘 알아서 찍겠습니까. 누구나 봐도 알 수 있는 것을 사진 찍어서 올려보내는 것 뿐이죠. 그게 일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와 함께 '전봇대 업무'를 하는, 그처럼 희망퇴직 예정자이지만 안 나가고 버텨 '전봇대 업무'를 배정받은 이들은 한때 KT의 핵심 두뇌였던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했다.

KT 재직자 최연호 "연수원에서 우리 교관님(교수)이셨어요 KT에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책을 써서 우리 직원들 교육을 시켜서 일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알려주던 분"이라며 "그런 유능하신 분하고 같이 있어서 영광입니다"

KT 재직자 이동근 "인터넷 초창기 멤버로서 제가 알기론 KT 인터넷 계통, 시초, 모든 기초를 다 구성하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던 분이고 외국에서 기술 배워서 우리 KT에 접목시키고 했던 분이거든요"

공 씨는 "잘 아는 ADSL이라든지 이런 것을 제가 직접 상품화 시켰다"며 "IMF 때 한국 최초로 실질적인 서비스를 제가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신이 과거 KT에서 한 일을 밝혔다.

공 씨는 현재 KT에서 '전봇대 업무'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나이가 있으니까 그런 것 같고 회사에서 필요 없어졌다는 거죠. 그게 가장 대부분의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전선 없는 전봇대에 오르는 연습을 한 50대 여직원도 있다.

KT 퇴직자 육춘임 씨는 "영동전화국 뒤에 가면 전주가 하나 서 있다"며 전주에 올라가는 것을 가르치려고 팀장이 뒤뜰에 세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당시 위암 수술을 앞둔 남편 때문에 일을 쉽사리 그만둘 수 없던 상황이라 3년간 7m 높이 전봇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KT CFT 재직자 이석정 씨는 현재 대전 지점을 눈앞에 두고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출근한다. 희망퇴직 대상자임에도 회사를 나가지 않은 그에게 지금 주어진 일은 전단지를 돌리는 일.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고용조정의 대부분은 전부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비용이 적게 드는 방식이면서 근로자들의 숫자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에 강제성을 수반한 명예퇴직 또는 희망퇴직 이런 것들을 기업들이 많이 선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