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싱크홀, 잠실은 원래 섬이었다"

2014-11-03 17:25

add remove print link

위키트리가 고지도와 1970년대 이전 사진자료 등을 통해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의 원래 지형을 확인해 봤다.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 석촌로터리에 생겨난 싱크홀 / 위키트리에 페이스북 이용자 김성진 씨가 제보]

[경제산업팀 이동훈-임재랑-이아리따] =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가 '싱크홀' 공포에 휩싸였다. 제2롯데월드와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장 주변이 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과연 대형 토목공사 자체가 문제였을까?

이 일대가 조선 후기까지도 ‘섬’이었거나 한강변 백사장, 또는 뻘 지대였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싱크홀이 잠실지역의 유래와 연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잠실지역의 경우 대규모 토목공사 때 심층 지질조사 등 특별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싱크홀과 포트홀은 이를 무시한 지층 파헤치기식 마구잡이 공사가 낳은 당연한 결과다.

위키트리가 고지도와 1970년대 이전 사진자료 등을 통해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의 원래 지형을 확인해 봤다.

"제2롯데월드 자리는 섬 남쪽 백사장이었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중후반 경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서울 잠실 주변 지도. 현재 석촌호수는 원래 한강의 본류였으며, 잠실 개발 후 우각호로 변했다. 지도에 표시된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은 강중도 남쪽 백사장이었거나 강 남측에 접해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은 대부분 백사장 위치거나, 강 유역 뻘이 형성된 곳이었다 / 위키트리]

위 지도는 일제 강점기 무렵인 1920년대 중반 무렵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송파구 잠실지역 대부분이 한강 강중도(江中島)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잠실(蠶室)이란 지명은 원래의 섬이름인 부리도(浮里島)가 바뀐 이름인 잠도(蠶島)에서 유래했다. 위 지도의 지명들이 대부분 1920년대 무렵 새로 생겼다는 게 지명 어원 연구가들 주장이다. 이 시기 대홍수를 겪으면서 섬과 강 지형이 변해 마을들이 새로 자리잡은 셈이다.

한강 본류 물줄기가 지금의 잠실 남쪽으로 돌아 현재의 탄천과 합류하고, 당시 한강 지류였던 북측 물길이 현재 한강 본류로 바뀌었다.

원래 북측 물길은 홍수 때나 수량이 넘칠 때만 흐르던 간헐천이란 기록이 있다. 지금의 신천(신천역)과 위치는 다르지만, 한강 북측 지류 아래 신천리(新川里)란 지명이 이 물줄기가 새로 생겨난 것임을 말해준다.

잠실지구는 1970년대 초부터 아파트 단지 개발 붐을 타고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됐다. 특히 알려진대로 석촌호수의 동,서 호수는 당시 강 본류에 포함된 물길이었다. 한강 본류가 바뀌고 강중도가 사라지면서 인공적 우각호(牛角湖)로 남은 게 석촌호수다.

현 제2롯데월드 자리(위 지도 참조)는 섬 남측 강변이었다. 지도에도 백사장 표시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특히 이 지점은 굽이치는 강 흐름으로 볼 때 침식구간이 아니라 대량의 모래가 쌓이는 퇴적구간이다. 현재 고층 아파트들이 밀집한 지하철 2호선 신천역 부근 역시 백사장과 뻘이 발달한 강변이었다.

[현재의 석촌호수 북쪽변에 있던 송파나루의 조선후기 모습. 이 사진은 제2롯데월드 부지가 과거 강변에 접해 있던 자리임을 잘 보여준다 / 송파구청 홈페이지]

모래층 평균 18미터, 특별 대책 세웠어야

잠실지역 지층은 약 6400만 년 전인 신생대 4기 무렵에 형성됐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이 때부터 퇴적된 지층이 현재의 잠실지역 토양을 형성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의 기반암은 호상편마암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지층은 서울 강북 일대와 강남 동부지역에 널리 분포돼 있다. 견고한 암반인 호상편마암이 기반암이라 고층빌딩이 들어서기에 무리가 없다는 게 롯데건설 측 설명이다.

문제는 이 기반암 위쪽 지층이다. 평균 약 18미터 두께로 덮인 사질토층이 그것이다. 모래에 흙과 자갈이 일부 섞인 이 사질토층 때문에 싱크홀이 생겨난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아래 사진)들은 한결같이 과거 강변 백사장 지역이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두터운 사질토층 내부에는 많은 지하수가 잠겨 있고, 이 지하수는 느린 속도로 이동한다. 이 지층에서 대규모 토목공사가 이뤄질 경우 지하수들이 공사장 쪽으로 쏠려 빠른 속도로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모래층이 함께 쓸려나면서 물길이 형성되는데, 이를 토목 전문가들은 ‘파이핑(Piping)현상’이라 부른다.

특히 아래 두 장의 사진은 잠실이 개발되기 전, 백사장과 뻘이 발달한 이 지역 토질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 없이 제2롯데월드와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진행되면서 곳곳에 싱크홀과 포트홀이 발생했다는 추정이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 2편 [“모래층 20m... 잠실 지하에선 무슨 일이?”] 바로 가기

☞ 3편 [“잠실 개발은 허가부터 잘못됐다” 이수곤 교수] 바로가기

[지난 7월까지 발생한 제2롯데월드 일대의 싱크홀 지점 5군대를 지도에 모아 표시했다 / 위키트리]

[아파트단지 개발이 시작되기 직전인 1960년대 잠실지구 모습. 아직 백사장과 뻘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송파구청 홈페이지]

[잠실 개발 전 항공사진. 백사장이 광범위하게 발달해 있고, 현재의 석촌호수가 위치한 우측 한강 물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 서울시 항공사진]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