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층 20m... 잠실 지하에선 무슨 일이?”

2014-11-0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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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 서호 건너편에서 본 제2롯데월드 / 사진=위키트리] [경제산업팀 이동훈-임재랑

[석촌호수 서호 건너편에서 본 제2롯데월드 / 사진=위키트리]

[경제산업팀 이동훈-임재랑-이아리따] = 제2롯데월드와 서울 지하철 9호선 공사를 둘러싼 싱크홀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 위키트리는 ‘곳곳에 싱크홀, 잠실은 원래 섬이었다(☞ 1편 바로가기)'에 이어 지층 탐사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잠실지구 지질을 심층 취재했다.

잠실 일대는 서울에선 보기 드문 충적토 지형

서울은 화강암과 화강편마암 등 암반이 발달한 지역이다. 지질학계에 따르면 이는 2억 년~1억8천만 년 전인 중생대에 형성된 지층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까지 부리도(浮里島)로 불리다가 이후 잠도(蠶島)로 불려온 잠실지역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수십 미터를 파야 비로소 암반층이 나온다.

아래 자료는 한국지질연구원 사이트에서 확인한 서울 동부권 지층 분포도다. 다른 지역이 대부분 암반지층인 데 비해 잠실과 성수동 일대는 충적토층으로 나타난다. 충적토란 오랜 시간 강물에 쓸려온 모래나 자갈, 부유물이 차곡차곡 쌓인 퇴적지층을 말한다.

[자료=한국지질연구원 홈페이지]

최고 25m까지 사질토층 확인돼

이어질 두 장의 이미지는 서울시 지반정보통합관리시스템으로 잠실 일대 지질을 확인한 결과다. 위키트리는 ‘송파구 송파 1동 65’ 지점의 지질 시추분석도를 통해 이 곳이 지하 18.2m까지 모래가 주 성분인 사질토(沙質土)층임을 확인했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의 ‘제3기 지하철 9호선 토목기본설계용역’ 프로젝트에서 제출된 지반 보고서를 근거로 작성된 자료다. 이는 대규모 굴착공사를 위한 지질 조사, 발파 준비를 위해 지반을 시추하는 과정에서 잠실지역 지층구조를 확인한 것이다.

[송파구 송파1동 65 지역의 시추 추정도 / 서울시지반정보통합관리시스템 웹사이트 화면 캡처]

위 시추지점은 2016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9호선이 지나가는 곳으로, 석촌호수와는 직선 거리 500m 위치다. 같은 시스템으로 잠실 다른 지역의 시추 분석도를 확인한 결과, 송파구 잠실본동 289 지점의 경우에는 지하 25m까지 모래에 자갈이 섞인 사질토층으로 확인됐다.

수직으로 자른 위 지역의 단면도는 다음과 같다.

[시추 추정도로 확인한 위 지역의 지층 단면도. 지하 18~19미터까지 모래층으로 이뤄져있다. / 인포그래픽= 위키트리]

사질토층 위에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30층 이상 고층빌딩의 경우 암반에 닿도록 파일을 깊이 박아 구조물을 지지한다. 그러므로 사질토층이라는 지질과 관련한 각 개 건물의 안정성만 보자면, 암반까지 파고 들지 않은 저층 건물이 더 위험하다는 게 건축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불어, 지하 깊숙이 파고 들어 건립되는 고층 건물이 사질토층으로 이루어진 주변 지하에 문제를 일으킬 경우, 위험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파이핑 현상, 일어났을까?”

[석촌지하차도에서 발견된 다섯 개의 동공 / 사진=연합뉴스]

지하 20m에 이르기까지 모래층이 이어지는 이런 지층구조에서 대규모 토목공사가 40여 년에 걸쳐 이뤄졌다. 이 때 가장 우려되는 건 ‘파이핑(Piping) 현상'이다.

파이핑 현상은 굴착한 지하공간에 지하수가 흘러들어 물길이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물길을 따라 모래층이 함께 쓸려나와 동공(洞空. 빈 공간)이 만들어지고, 이 동공이 무너지면 싱크홀이 생긴다.

그렇다면 잠실 지하는 어떤 상황일까. 나타난 결과로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제2롯데월드 건설이 진행되는 동안 인근 지역은 도로 침하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0년 한 해 동안 송파 지역 도로 침하 건수는 225건. 연평균 200건에 비해 늘어난 수다.

2011년 201건, 2012년 136건으로 줄었지만 2013년에는 237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특히 굴착 공사가 마무리된 직후인 2013년 11월 한 달간 송파지역 도로 침하 건수가 60건으로 급증, 역대 최고에 달했다.

[제2롯데월드 토목 공사 현장 / 사진=롯데건설]

이처럼 잠실지역 지반침하가 심각함에도 지질, 토목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리고 있다.

먼저 위키트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금오공대 토목환경공학부 장일영 교수는 잠실 지층의 파이핑 현상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큰 지진이 수백 년 동안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지반변동 및 파이핑, 보오링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장 교수는 분석했다.

이어 장 교수는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기존 건물처럼 암반까지 파일을 박고 건물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암반까지 굴착 후 콘크리트 벽체를 구성하여 안전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제2롯데월드 토목공사 과정에서 석촌호수 물이 빠져나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 토목공사 과정에서 파이핑 현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이 교수는 지난 10월 <아시아경제>에 보도된 기사에서 송파지역 도로침하 건수 증가에 대해 "제2롯데월드로 인해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인근 지반이 침하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잠실 일대 지하 암반층 역시 서울에서 가장 깨지거나 금이 가기 쉬운 곳이다. 파쇄가 많으면 물이 많이 돌아다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질 구조상 물이 많이 나오는 곳에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면 물막이 수준이 아니라 방수까지 되는 수준의 공법을 써야 제대로 됐다고 볼 수 있다"며 “서울시에서 문제를 파악했다면 제2롯데월드는 절대로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었을 것. 시공을 앞두고 기본적인 조사부터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 3편 [“잠실 개발은 허가부터 잘못됐다” 이수곤 교수]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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