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력 예방, 그루밍을 깨야 합니다"

2014-12-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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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력 예방! 그루밍(grooming)을 깨야 합니다이현혜(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아동성폭력 예방! 그루밍(grooming)을 깨야 합니다

이현혜(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아동성폭력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부모교육, 교사교육 등 심지어 공무원 대상 교육을 할 때에도 받는 질문이다. 직업을 가진 직장인이지만 누군가의 부모, 가족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가 ‘아동성폭력 예방’ 인 것 같다.

아동성폭력은 신체적 학대와 달리 피해 아동과 가해자가 밝히지 않는 한 사실을 밝히기가 어렵고, 아동은 성폭력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해 피해가 지속화되고 반복적으로 발생될 위험성이 매우 크다. 아동성폭력은 성인성폭력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특성 중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바로 가해자가 아동을 성폭력 하기 전에 아동을 길들이는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그루밍(grooming)’이라고 한다. 물론 모든 아동성폭력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아동성폭력에서 흔히 나타나므로 꼭 알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 길들이기 과정을 깨어야 하기 때문이다.

길들이기 과정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가해자가 의도적으로 아동과 친밀해지기 위해 접근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아동성폭력을 하기 전 가해자의 길들이기 과정을 잘 찾아내면 예방뿐만 아니라 가해자 처벌에도 큰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길들이기 과정의 일반적인 형태는 주로 아동과 자주 마주치기, 아동 돌보기, 아동이 좋아하는 물건 주기 등 아동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다. 길들이기 과정을 통해 가해자는 아동의 욕구를 충족시켜 아동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길들이기 과정 때문에 아동은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성폭력이 어떻게 발생하는 지를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가해 사이클(offending cycle)을 보면, 가해자 스스로 환상(아동을 보면 아동이 자신을 원하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아동을 성폭력 할지,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등 계획을 세우고, 성폭력 할 아동을 타겟으로 잡은 다음 길들이기를 한다. 그리고 성폭력을 하고 사후 관리(협박을 하기도 하고, 아동의 욕구를 채워주면서 비밀을 유지를 강요)를 한다. 즉 가해자가 범행을 하기 전 길들이기 과정에 어른이 개입되면 성폭력은 예방될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통해 아동에게 접근하는 행위가 증가하고 있어 가해자의 접근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인터넷 상에서 아동에게 말을 거는 등 행위만으로도 그루밍(grooming)이라고 여겨 처벌을 하고 있다. 가해자가 아동을 만나기전에 차단을 하여야 성폭력, 성매매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러한 특성을 알고 가해자가 아동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성폭력 예방이다. 성폭력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저항하고 대처하도록 가르치는 교육은 예방교육이 아니다.

가해자의 길들이기 과정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동이 하루 동안 자신이 경험한 일을 부모 등 보호자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동성폭력 예방의 핵심은 “의사소통”이다. 적절한 의사소통은 아동의 취약함을 줄여주고, 무슨 일이 발생하면 이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동이 자연스럽게, 부담을 갖지 않고 보호자와 이야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잘 들어주지 않고, 비난을 하는 어른에게 이야기를 잘할 아동은 없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대화의 기회를 자주 가지게 되면 아동은 스스로 자신이 겪은 상황을 자연스럽게 보호자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고, 이럴 때 보호자는 아동에게 성폭력 예방을 위한 지도를 할 수 있게 된다. 친구와 함께 다니라고 하거나,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지 등 아동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방법을 논하게 된다.

물론 아동의 안전과 보호는 부모 등 보호자만의 몫이 아니다. 맞벌이 부모, 한부모,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아동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사회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어른이 아동에게 관심을 갖고 가해자가 아동의 옆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관심과 대화가 성폭력 예방의 핵심임을 기억하자. 그리고 CCTV보다 더 나은 우리의 두 눈으로 아동을 지켜보자. 가해자들이 불안해서 아동들에게 못 다가오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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