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에 대한 손석희 앵커 멘트

2015-01-3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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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JTBC '뉴스룸' 방송 영상 캡처] '파이프'. 오늘(29일) 앵커브리핑이 고

[이하 JTBC '뉴스룸' 방송 영상 캡처]

'파이프'. 오늘(29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단어입니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의 배반'을 보고 계십니다.

파이프를 그린 것이 확실한데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의 내용이 미리 공개됐습니다.

8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의 회고록은 퇴임 두 달 뒤부터 준비에 들어갔다고 하지요.

결국 대통령 퇴임 23개월 만에. 마치 '불도저'처럼 밀어붙인 회고록은 대중 앞에 선을 보이게 됐습니다.

4대강, 자원외교, 청계천, 심지어 국보1호 숭례문 재건까지 초스피드로 밀어붙인 불도저 대통령. 그 때문에 부실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회고록까지 초스피드로 내놓은 셈입니다.

그러나 파이프를 그린 그림이 실제 파이프가 아니듯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회고록이지만 회고록이 아니다'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회고록을 출간했을 때 '뉴욕타임스'는 서평란에 이런 평을 내놨습니다.

"독자가 아닌 자기 자신과 자신을 어여삐 봐줄 먼 훗날 역사 기록자를 위해 주절대는 한 남자의 소리일 뿐이다"

회고록은 전직 대통령이라면 대부분 써왔습니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 또한 10명중 6명이 회고록을 출간했지요.

그러나 대부분은 자기변명과 자기미화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윈 스턴 처칠 전 영국수상의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은 1948년부터 장장 6년에 걸쳐 쓰여졌습니다. 본인의 기억뿐만 아니라 각종 문서와 사서를 접목시켜 서술한 이 회고록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만큼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지요.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회고록 중에 고전처럼 읽히는 회고록이 있었던가. 진정한 회고록은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철저하게 자신을 드러내면서 역사에 사료적 가치를 양심적으로 부여하는 회고록은 존재할 수 없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지금 나온 그의 회고록은 자기 방어를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하루 만에 나왔습니다.

4 대강과 자원외교…전임 정부의 이른바 '치적'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빗발쳤고 결국 국회 자원외교 특위가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 책이 나왔다면 그것은 온전한 회고록이라 말할 수 없지 않느냐는 것이겠지요.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의 말입니다.

진솔한 회고록을 낼 수 없는, 어쩌면 내서도 안 되는…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놓은 르네 마그리트는 이미지, 즉 허상에 속지 말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가 지난 29일 앵커브리핑에서 언급한 멘트다. (☞영상 보기)

손 앵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에 대해 벨기에 출신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의 작품 '이미지의 배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회고록이지만 회고록이 아니다"

또 그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 작가의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진솔한 회고록을 낼 수 없는, 어쩌면 내서도 안 되는,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놓은 르네 마그리트는 이미지, 즉 허상에 속지 말라는 것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