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에 올려줄게" 관리자 사칭 사기 주의보

2015-09-0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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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영국의 작은 여행업체에서 일하는 댄 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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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영국의 작은 여행업체에서 일하는 댄 톰슨은 회사를 알리기 위해 인터넷 개방형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자신의 회사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문서를 만들어 올린 지 며칠 후 그는 "당신의 글은 인지도가 부족한 데다 위키피디아의 기준에도 맞지 않아 등록이 거절됐다. 내가 신뢰할 만한 자료를 활용해 다시 작성한 후 내 권한을 이용해 등록시켜주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위키피디아 관리자의 메일이라고 생각한 톰슨은 기꺼이 작업을 의뢰했고, 이후 작업자의 요구대로 400달러(약 47만원)를 지불했다. 그러나 돈을 보낸 뒤 그의 회사 페이지는 또다시 위키피디아에서 삭제됐다.

이처럼 중소상인이나 개인 등을 대상으로 관리자를 사칭하며 위키피디아에 문서를 만들어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위키피디아는 두 달간의 조사 끝에 최근 이 같은 사기 조직의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 381개를 적발해 차단했다.

개방형 사전인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편집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이나 자신의 회사에 대한 페이지를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중립적 시각'을 견지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광고성이 짙은 항목은 곧바로 삭제되고, 내용에 부정확하거나 편견이 담긴 부분이 있을 경우도 추후 다른 사용자들의 이의 제기 등으로 걸러지게 된다.

이번에 적발된 사기는 이처럼 위키피디아에 페이지를 올리려다 지나치게 광고성이라는 이유 등으로 삭제된 경험이 있는 이용자들을 노려 이뤄졌다. 때로는 사기꾼이 페이지에 이의를 제기해 삭제시킨 후 관리자 등을 사칭해 접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이 직접 페이지를 다시 만들어 등록시켜주겠다고 한 뒤 최고 수백 파운드까지 요구하거나, 페이지 관리비로 매달 보수를 요구하는 식이다.

확인된 피해자들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IT기업부터 스턴트 배우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 등 덜 알려진 연예인까지 다양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위키피디아 대변인은 "중립성은 위키피디아 핵심 가치"라며 "돈을 받고 우호적인 내용을 올리는 것은 심각한 이해 충돌을 불러오고 위키피디아 콘텐츠의 질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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