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직업 '마리텔 모르모트 PD' 권해봄 인터뷰

2015-09-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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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봄 출연자보다 더 주목받으며 '모르모트'(실험용 쥐)라는 별명을 얻은 PD.MB

권해봄

출연자보다 더 주목받으며 '모르모트'(실험용 쥐)라는 별명을 얻은 PD.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 활약하고 있는 권해봄(29) 조연출에게 프로그램과 PD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간 '마리텔'에서 플라잉 요가, 보컬 트레이닝, 화술 수업, 댄스 스포츠 등을 배우며 고군분투한 그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얼른 모르모트 2호가 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권해봄 조연출이 얼굴을 드러내고 직접 방송에 출연한 것은 '마리텔' 뿐만이 아니다. 그는 과거부터 체험형 방송을 해온 '방송 고수'였다.

1. 본인 이력을 설명해 달라

"저는 MBC 예능본부에서 조연출로 일하고 있는 권해봄이고요. MBC에서 일하기 전에는 CJ E&M tvN본부에서도 일했습니다. 작년에 MBC로 옮겼고요.

tvN에서 일할 땐 '화성인X파일', 'eNEWS', '렛츠고 시간탐험대' 시즌1과 시즌2에서 조연출로 일했습니다. MBC에선 '동네 한바퀴', '헬로 이방인'이라는 프로그램에 있었고, 지금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파일럿 때부터 계속 일하고 있죠."

tvN '화성인X파일'

2. 과거 몇몇 프로그램에서도 직접 출연하곤 하던데... 강제에 의한 것인가 원래 직접 체험하는 것을 좋아하나

"꼭 좋아해서 한 건 아닌데 큰 거부감도 없는 편이에요. 사실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고 선배들이 무작정 밀어 넣는 건데 제가 원래 좀 선배들 말을 잘 듣기도 하고... 또 뭘 하든 열심히 한다는 말을 많이 듣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제가 나가는 장면이 또 꼭 웃기게 풀리니까 선배들도 더 밀어 넣고 그러다 보니 안 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3. '모르모트'(실험용 쥐)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또 현재 인기를 실감했던 계기가 있다면?

"모르모트라는 별명은 사실 네티즌이 지어준 건 아니고 박진경 선배('마리텔' 담당 PD)가 지어준 건데요. 마리텔은 콘텐츠들을 배워볼 수 있는 실험대상이 있어야 시청자 입장에서 몰입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그 대상이 제가 될 줄은 미처 몰랐죠... 그리고 이렇게 길어지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어요. '곧 물 빠진다'라는 얘기를 항상 했는데, 이렇게 멀리 오니 스스로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이제 얼른 모르모트 2호가 또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요즘은 정말 많이들 알아보시더라고요. 길거리에서 사인해달란 사람도 있고. 어느 날은 카페를 가서 커피 마시는 동안 거의 한 다섯 명이 와서 같이 사진을 찍고 갔어요. 나중에 인스타그램에 #모르모트 #모르모트PD 라고 쳐봤더니 저하고 찍은 사진들이 거기 있더라고요. 재밌어서 좋아요 하나씩 눌러줬어요."

4. 가장 재미있던 마리텔 녹화는?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었던 건 역시 화술 수업이죠. 정말 배가 아프도록 웃었어요. 김현아 교수님하고 남주 씨가 둘이 진지하게 화술 수업하는 게 너무 웃겨서 그냥 미치도록 웃다 보니까 촬영이 끝나있더라고요. 특히 둘이 독침 쏠 때하고, 교수님이 저 외국에서 공부한 박사라는 얘기할 때 숨 넘어가도록 울면서 웃었어요 정말."

이하 네이버 TV캐스트,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

5. 버거웠다거나 가장 돕기 어려웠던 '마리텔' 출연자가 있다면?

"여자친구가 종종 제가 나오는 인터넷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어서, 여자 출연자들과 엮이면 난감할 때가 많아요. 특히 솔지한테 노래를 배울 때 여자친구가 생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솔지가 자기 배에 손을 대보라고 하고 그럴 때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안절부절 못하고 그랬어요. 예정화 씨하고 커플 스트레칭 시범 보이고 나서는 여자친구가 너무 서운해해서 정말 만나는 동안 가장 큰 위기였고요. 그런 점이 사실 제일 힘들었죠. 체력적으로는 정말 이번에 댄스스포츠가 제일 힘들었고요. 보통 3시간 연속해서 춤을 추진 않잖아요. 정말 얼마나 힘들었는지 탈진할 지경이었다니까요. 끝나고 나니까 운동화 엄지발가락이 양쪽 다 뚫어져 있더라고요."

6. 본인이 직접 쓴 가장 기억에 남는 자막은?

"제가 맡은 출연자는 제가 연출하게 되기 때문에 저는 거의 주로 제가 나온 부분을 스스로 편집하고 자막도 쓰게 되죠. 솔지가 트로트를 가르쳐줄 때, 윙크를 하라고 가르쳐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때 채팅창에 '여자친구는 좋다고 저 윙크에 넘어갔겠지' 이런 채팅이 있었는데 그런 걸 골라서 쓰는게 참 애달프기도 하고 웃겼어요.

최근에 최여진이 절 보고 좋아하는 장면에 '뭐지 이 얼뜨기 같은 매력은' 이런 자막을 썼는데 스스로 자막으로 디스하는 게 또 재밌기도 하더라고요. 망가지는 걸 시청자분들이 재밌어 해주시는 것 같아서. 가끔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되나 싶기도 한데, 예능PD라 또 웃기고 싶은 마음도 있고. 매회가 딜레마예요."

이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7. '마리텔'에 함께 출연중인 제작진은 어떤 이들인가

"다들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많다 보니까 막상 투입되면 눈 돌아가서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또 제작진이 나온 부분이 재밌기도 하니까 지금 와서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장군 작가와 꼬마 작가 둘은 같이 저희 팀에서 막내작가인데 둘이 같이 영혼의 단짝이에요. 둘 다 뭘 하든 열심히 하는 성격이고 엄청 열정적이에요. 기미작가는 사실 방송 출연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편인데, 막상 투입되면 자신의 방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엄청난 열정을 발휘하죠. 원래가 좀 웃기고 리액션도 큰 편인 것 같아요. 최근에 기미로봇작가라고 새로 출연했는데 원래 그 작가가 엄청 웃음소리가 호탕하고 리액션이 웃겨서 방송에 웃기게 나올 줄 알았는데, 아직 본모습을 안보여준 것 같아요. 곧 본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왼쪽부터 장군작가, 기미작가

8. 배우 송중기 씨와 성균관대 경영학과 05학번 동기라고 하더라 두 사람 얼마나 친했나

"중기는 제일 친한 대학교 친구 중 하나에요. 저보다 한 살이 많긴 한데 제가 빠른 생일이라 친구거든요. 대학교 1학년 말에 같이 후배들 받으러 OT 갔다가 친해졌는데 벌써 그게 10년이 지났으니 나름 10년 친구네요.

둘이 똑같이 경영학과 본전공에 신방과를 복수전공해서 수업도 같이 많이 듣고, 연예인 되기 전엔 수업 끝나고 밥도 먹고 위닝(게임)도 하고 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둘이 전공 복수전공이 같으니까 제가 복학하고 나서는 아예 저하고 중기 시간표를 똑같이 맞춰서 수업을 다 같이 들었죠. 팀플을 하면 아예 저희 팀에 넣어놓기도 하고요.

중기는 정말 성격이 좋기로 유명했어요 대학교 때부터. 중기랑 저 둘 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뿌듯하기도 하고. 나중에 꼭 프로그램 같이하고 싶어요."

페이스북 '권해봄'

9. 평균 일주일 일과는?

"하루 일과는 정말 눈 떠서 눈 감을 때까지 편집실에 앉아서 편집을 하거나 자막을 써요. 잠도 거의 편집실 소파에 누워서 쪽잠 자는 게 다고요. 밥도 거의 도시락 시켜서 편집하면서 먹어요. 예능국에서 '마리텔'이 제일 힘들다고 소문이 났을 정도로 일이 힘들어요. 그래도 프로그램 반응 좋은 게 낙이라면 낙이죠. 또 박진경 이재석 선배 둘이 MBC에서 워낙 편집 잘하고 자막 재밌게 쓰기로 소문난 선배들이라 선배들한테 배울 수 있는 게 많은 것도 좋고요.

일요일에 인터넷 생방송 녹화를 하면 보통 촬영분을 인제스트(캡쳐) 해야 해서 월요일 하루를 쉬죠. 그럼 보통 화요일에 출근해서 목요일 오전에 퇴근하고 다시 목요일 점심때 출근해서 토요일 방송 직전에 퇴근하는 스케줄이에요. 일주일동안 출근과 퇴근을 두 번 하네요."

10. PD로서 앞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프로그램

"전 원래 PD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느낌표’, ‘21세기 위원회’ 같은 소위 공익적 예능이라고 불리는 프로그램들이었거든요. 마리텔 같은 B급 정서의 느낌을 풍기는 프로그램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좀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그런 예능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가족애라던가 친구 간의 유대, 이웃 간의 정 그런 것들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개인, 그리고 사회가 더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있고 정이 있어야 한다고 믿거든요. 그런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휴머니티 있는 예능을 만들고 싶어요."

권해봄 조연출이 최근 '마리텔'에서 배우고 있는 댄스스포츠 영상이다.

home 김도담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