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과 나누고 싶은 재무상담 체험기

2015-09-29 17:10

add remove print link

giphy.com깔끔한 정장과 말끔한 말투의 재무상담가. 끌리듯 가입하게 되는 몇 가지 금

giphy.com

깔끔한 정장과 말끔한 말투의 재무상담가. 끌리듯 가입하게 되는 몇 가지 금융상품. ‘재무상담’은 이런 것일 줄 알았다. 지난 24일 서울 대방동 작은 카페에서 조금득(37·여) 재무상담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재무상담 신청하셨죠? 내지갑 트레이너 조금득이라고 합니다"

단발머리,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 활동하기 편한 복장. 상상하던 재무상담가와 조금도 겹치는 게 없었다. 조금득 씨는 자신을 ‘내지갑트레이너’라 소개했다. 몸을 단련하듯 돈과 관련된 것도 단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만든 단어라 한다.

조금득 씨는 청년 연대은행 '토닥'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경영팀장이다. 청년 노동 문제에 관심이 있어 '청년유니온'이라는 청년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 참여했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토닥'은 청년들이 조합을 이뤄, 필요한 조합원에게 소액대출을 해주는 연대은행이다. (☞ 청년연대은행 토닥 사이트 바로가기)

기자가 신청한 재무상담 프로그램은 '청년부채 ZERO캠페인'으로 진행 중인 청년공공재무컨설팅이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와 서울시 금융복지 상담센터가 업무 협약을 맺고 진행하는 상담 프로그램이다. 내담자는 무료로 재무 혹은 채무를 상담할 수 있다.

똑부러지게 돈 관리 해왔을 것 같지만 조금득 씨 역시 "돈에 휘둘렸던 20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나이 들어 가난하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불안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보험에 가입했었다.

그는 "나를 위한 투자여야 할 보험이 빚처럼 느껴졌다. 결국 몇 백만 원 손해를 보고 보험을 해지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돈에 휘둘리지 않고 사는 법을 공부하고 나누는 활동을 하게 됐다"며 재무상담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돈에 휘둘리지 않고 사는 법이 있어? 그것도 공짜로 알려줘? 숫자라면 머리가 띵해지는 기자는 기대 반 의문 반의 마음으로 조금득 씨와 마주 앉았다.

모아놓은 돈도, 벌고 있는 돈도 적은 청년이 왜 재무상담을 받아야 할까. 어떤 재무상담을 받아야 하는 걸까.

Q. 내 지갑 트레이너?

A. 그렇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재무상담가를 부르는 이름이다. 청년들이 지갑 사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경제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트레이너다.

이하 위키트리

Q. 왜 청년인가

A. 흔한 오해와 달리, 재무상담은 돈 중심 상담이 아니다. 재무상담의 가장 큰 목적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재무적인 부분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돈 때문에 불안정하고 불편한 삶을 살지 않도록 재무계획에 도움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Q. 재무상담이 돈 중심이 아니라고?

A. 물론이다. 재무설계는 인생의 방향, 목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진다. 재무 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 인생이 흔들린다. 예를 들어보겠다. 수익이 많지 않은 청년일수록 월 지출비 가운데 식비 비중이 높다. 지출이 줄어들면 식비가 가장 먼저 줄어든다. 이 말은 모임과 관계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청년은 관계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Q. 재무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나.

A. 첫 번째 만남에서 재무 상황을 공유한다. 내담자가 무엇 때문에 재무상담을 하려고 하는지, 경제적 상황이 어떤지 나눈다. 물론 인생 전반적인 계획도 공유한다. 일주일 쯤 뒤 2차 상담을 한다. 1차 때 나눈 이야기를 분석해 내담자에게 맞는 재무 관리 방법을 안내한다. 이후에도 재무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추가 상담도 하고 있다.

Q. 작성해야 할 문서가 세 가지나 된다.

A. 그렇다. 1차 상담은 기본적인 정보를 기록하는 '내지갑트레이닝' 문서, 내담자가 스스로 체크하는 '다면적심층진단' 문서, 끝으로 상담자와 내담자가 대화하며 기록하는 '심화정보파악' 문서 세 가지를 채우는 일이다. 내담자 상황과 욕구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다. 1시간~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내지갑트레이닝’ 문서에는 기본적인 내담자 정보를 적는다.

Q. (다면적심층진단 항목을 보며) MBTI 뺨치게 인생 전반을 묻는군. 금융상식도 있어!

A. 상담을 깊이 있게 하기 위한 조사다. 꽤 질문 항목이 많다. 금융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 소비 성향이 어떤지, 가족·친구·일·여가 등은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등을 스스로 체크하면 된다. 금융상식도 어려운 게 아니다. 이자 계산 같은 기본적인 내용이다.

'다면적심층진단' 문서는 내담자 스스로 체크하는 금융 관련 심층 조사다.

Q. 재무상담을 하러 와서 인생상담을 하게 될지 전혀 몰랐다.

A. 재무상담에 대한 흔한 오해다. 돈은 살면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있으면 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계획이 있는지 분명한 사람일수록 재무상담도 잘될 수밖에 없다.

Q. (다면적심층진단을 모두 체크한 후) 자, 이제 심층 질문 차례인가. 무엇이든 물어보라.

A. 현재 직업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어요?

기자와 지갑트레이너는 20~30분 정도 상담을 진행했다. 이미 가벼운 대화와 다면적심층진단을 통해 어느 정도 정보를 공유한 상태여서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현재 직업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생계에 도움이 되는 일로 또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돈과 상관없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운동은 무엇을 하는지,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있는지, 가족 관계는 어떻고 가족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등 정말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조금득 씨는 "왜 그렇게 살아오셨어요"라 판단하거나 "오구오구" 무작정 격려하지 않았다. 기자가 선택한 것,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 계획하는 것에 대해 꼼꼼히 적고, 추가 질문하는 정도였다. 내담자 스스로 '아, 지금 내 인생이 이런 상황이로군'을 확인하게 되는 대화랄까.

지갑트레이너는 이날 나눈 대화를 분석해 2차 상담 때 '재무 솔루션'을 제시한다. 1차 상담 때 솔직하고 깊이있는 대화가 이루어졌다면 내담자는 좀 더 좋은 솔루션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1차 상담 전 무엇을 준비해가야 하는지 묻자 "오픈마인드^^"라 했던 조금득 씨 답변이 뒤늦게 이해됐다.

2차 상담 날짜를 잡은 뒤 카페를 등지고 걸어나오며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심화정보파악'은 일대일 대화로 이루어진다.

Q. 다들 답을 잘하나.

A.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많은 청년들이 적기 어려워하는 질문이 있다. 돈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걸 적어보라는 질문이다. 돈이 있어야 꿈꿀 수 있고, 원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정말 많다.

Q.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건 실제로 어렵다.

A. 그렇다. 하지만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원하는 걸 끄집어 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원하는 것을 적어보면 의외로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특히 사람들과 같이 하면 의외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도자기 공예를 배우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못했다 하자. 하지만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다 보면 누군가가 저렴한 도예 강좌를 소개해줄 기회가 생긴다.

Q. 원하는 것을 알고, 나눌 때 돈에 대해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건가.

A. 원하는 것은 결국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다.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을 확인하는 일이다.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인지,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한지 분명해진다. 돈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로 도울 수 있는 관계가 더해지면 통제력도 더 커진다.

home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