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으로 경험하는 황홀경, ASMR의 매력

2015-10-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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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정 씨는 파워 유튜버다. 유튜브 구독자 13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또 'ASMR' 전

유민정 씨는 파워 유튜버다. 유튜브 구독자 13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또 'ASMR' 전문 유튜버다. 하루 평균 1만 명의 ASMR 마니아가 그의 채널을 찾는다. 그는 국내 ASMR 유튜버 가운데 가장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ASMR. 이 생소한 단어는 자율 감각 쾌감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ce)의 약자다. 'ASMR 대학'에 따르면 ASMR은 시청각적 자극으로 황홀감을 꾀하는 일종의 심리요법이다. 머리 자르는 소리, 쩝쩝 대는 소리 등 개인이 기분좋게 느꼈던 소리를 시청각적으로 재현해 안정을 유도한다. '에이에스엠알' 혹은 '에스머'라고 읽는다.

ASMR에는 여러 장르가 있다. 태핑 사운드(Tapping Sound)는 ASMR의 인기 장르 가운데 하나다. 태핑 사운드란 플라스틱 컵, 책상 등 무언가를 반복적으로 두드리는 소리다. 일정한 박자가 심신에 안정감을 준다는 평이다.

유튜브, DonnaASMR

롤 플레이(Roll play)도 인기 장르다. 롤 플레이란 일종의 '상황극'이다. 하나의 공간을 설정해 가상 상황을 연기한다. 청각적 자극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속삭이듯 말한다. 이어폰은 필수다. 스피커로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어서다. 롤 플레이는 '귀청소방', '치과' 등 다양한 공간을 무대로 삼는다.

이하 유튜브, Miniyu ASMR

노 토크(No talk)라는 장르도 있다. 문자 그대로 말을 하지 않는 장르다. 태핑 사운드도 여기 속한다. 노 토크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생활 소음을 활용한다. 빗소리, 플라스틱 컵을 두드리는 소리, 종이를 긁는 소리 등. 무심코 스쳤지만 들을수록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던, 그 소리를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무엇보다 ASMR의 가장 큰 특징은 '언어 장벽'이 없다. 노 토크나 태핑 사운드는 언어가 아닌 '일상적 소리'라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ASMR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던 이유다. 특히 미국은 ASMR 열풍을 주도하는 나라다. 'ASMR 대학'이 바로 미국에 있다.

이 대학에 따르면 ASMR은 2007년 미국의 한 건강 전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서 시작됐다. 한 이용자가 "손바닥에 펜으로 무언가를 그리거나, 피부가 스칠 때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든다"며 "이게 무슨 감각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말했지만, 누구도 명쾌한 이유를 내놓지 못했다.

한동안 ASMR은 '미확인 현상'으로 남아있었다. 2010년, 제니퍼 알렌(Jennifer Allen)이라는 미국 여성이 이 현상에 'ASMR'이라 이름 붙이며 대중화됐다. 제니퍼는 ASMR 대학의 창립자다.

유 씨가 ASMR을 처음 접한 건 2013년이다. 블로그에서 본 ASMR 리뷰 글이 호기심을 일으켰다. 그러다 한 외국인이 올린 메이크업 아티스트 롤플레이 영상을 보고 ASMR의 매력에 완전히 빠졌다.

ASMR 전문 유튜버 유민정 씨 / 위키트리

서울 광진구에서 만난 유 씨는 "이렇게 좋은 영상을 한국어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ASMR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유 씨는 2013년 8월 처음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꾸준히 ASMR 영상을 올렸다. 처음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게 뭐하는 거냐", "목소리 왜 작게 말하냐"며 트집을 잡았다.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그만큼 ASMR의 매력에 빠지는 사람도 늘어났다. 불만과 비아냥은 차츰 잦아들었다.

유 씨는 "모든 사람이 ASMR을 통해 안정감을 찾진 않는다"며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특정 장소나 상황에서 느끼는 (기분 좋은) 청각적 감각이 있다"며 "그래서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ASMR이 꾸준히 화제가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ASMR이 심리 안정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 씨는 '과학적 타당성'과 별개로 ASMR을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 씨는 "ASMR이 안정감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면서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듣듯이 ASMR도 일종의 취미생활이다"라고 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58) 교수는 위키트리에 "소리엔 오감에 저장됐던 쾌감을 그대로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며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 자연스레 부침개가 연상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를 떠나)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는 소리들을 개발해 내면 상당히 심리적이나 신체적으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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