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팝니다" 유태형이 밝힌 인재 경매 뒷이야기

2015-12-2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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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형 씨 이력서 / "유태형 팝니다" 페이스북 "나를 경매에 부칩니다"지난 한 달간 SN

유태형 씨 이력서 / "유태형 팝니다" 페이스북

"나를 경매에 부칩니다"

지난 한 달간 SNS에서 화제가 됐던 '인재 경매'다. 취준생이었던 유태형(28)씨는 지난달 26일 본인이 새로 만든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 하나로 "유태형 팝니다"라는 경매의 장을 열었다.

그리고 약 3주간의 경매가 끝난 18일, 그는 판도라TV 공개방송에서 인재양성 스타트업 '인큐'에 가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인큐 외에도 여러 기업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음료 회사 노호코리아는 그에게 1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연봉을 제안하기도 했다.

본인도 아직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다는 유태형 씨에게 인재 경매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홍보 동영상에서 지인들이 소개한 대로 '오지랖 넓은 괴짜'일까?

21일 오후 홍대역 한 카페에서 유태형 씨와 만났다.

이하 위키트리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맛있을 것 같다, 나도 그 음료로 바꾸겠다"며 필자와 같은 커피를 주문하는 그에게서 자연스러운 친화력이 느껴졌다.

"유태형 팝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면 이번 경매에서 총 8개의 입찰서를 받았던데

'비공개'로 들어온 입찰서까지 합치면 총 15개의 입찰서를 받았다. 하지만 '입찰서 공개'가 이번 경매의 조건이라 비공개 입찰서는 선택사항에서 제외했다. 면접은 총 7번 봤다.

유명 회사도 많았고, 근무 조건들도 파격적이었다. 또 사람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유태형 팝니다" 인재 경매는 얼마나 준비한 프로젝트였나

인재 경매는 2년 전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다. 경매를 실제로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한 달 전 쯤이다. 하게 된 계기는 일단 내가 힘들어서? (웃음)

20대 대부분을 사업으로 보냈다. 아이템으로 세면 5개 정도. 실패가 많았고 올해에 취업을 시작했지만 불합격 통보를 수차례 받았다. 사실 '그래도 내가 20대에 한 일들이 이렇게 많은데. 난 능력 있는 사람일거야'라고 생각하며 자심감 있었다. 하지만 아예 지원 자격 미달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 내가 정말 능력있다고 생각하는 동생이 한 명 있는데 그 친구가 SNS에 취업에 실패했다며 좌절했다는 글을 남긴 걸 봤다. '이 동생 정말 인잰데, 왜 취업이 안 되지? 이상해'라는 생각을 했고 그 친구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경매는 그 친구에게 힘을 주고 싶어 시작한거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진짜니까.

결심하고 한 달간 홈페이지도 배워서 만들고,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했다.

일하고 싶은 분야는 마케팅, 브랜딩, 기획 분야라고 밝혔다. 하지만 프로필에 경력, 스펙 등에 대한 언급이 너무 없어 '회사에서 뭘 보고 뽑느냐'며 지적하는 댓글도 많더라. 일일이 적지 않은 이유는?

스펙 이런거 다 빼고 "유태형 팝니다"라는 경매를 알리고 이끌어가는 과정 그 자체로 평가받고 싶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나온 내용만 보면 유태형 씨가 경매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자세히 알기 힘들다. 어떤 노력을 했나

숨은 노력들도 정말 많았다.

우선 출근길에 판교, 광화문 등을 돌며 나를 홍보했다. 정말 세심하게 준비한 끝에 실천한거다. 일단 '저, 부하직원으로 어떠세요?'라는 명함을 직장인들께 건넨 다음 봉투에 담긴 입찰제안서를 나눠드렸다.

예쁘게 만들려고도 노력한거다. 이 폰트도 돈 주고 산거다. tvN 드라마 '미생'에 사용된 블랙핏체다. 진짜 예쁘지 않나(웃음)

또 (SNS에서 파급력이 큰) 유명인사들에게도 페이스북에 "유태형 팝니다" 경매를 직접 소개해주실 수 있냐고 일일이 연락 드렸다. 가장 먼저 입찰서를 보낸 야놀자 대표님도 내가 보낸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고 입찰하신거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부탁을 들어주셨다.

마지막으로 친구들. 친구들 도움이 컸다. 어떻게 쓰는지도 잘 모르는 보도자료를 직접 써서 기자분들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그간 정말 바빴을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 경매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바라는 점은?

이런 형식의 시도가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을 거다. 모두 다르다. 단지 기업에서 나를 뽑지 않았다고 힘들어하거나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만 전달된다면 정말 좋겠다.

"유태형 팝니다"같은 도전을 본인도 해보겠다는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정말 "따봉"이다. 여러 사람들이 똑같이 인재경매를 한다해도 식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 다른 사람인 만큼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월 1회 출근에 연봉 1000만 원, 업무는 아이디어 제공'을 제시한 인큐를 택했다. (노호코리아가 제시한) 연봉 1억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정말 고민을 많이 한 건 사실이다. 무려 1억이니까!(웃음) 하지만 예전에 일하던 스타트업에서 지분을 모두 포기하고 나올 때도 '이것보다 내 남은 20대의 가치가 더 크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인큐가 요구한 '아이디어 제공'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월 1회 출근이지만 늘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있어야 할 거다. 하지만 바깥을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일은 즐겁다. 그동안 해 온 음악 작업도 계속할 예정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유태형 팝니다"에 언급되지 않았던 '솔로대첩' 기획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그는 지난 2012년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에서 대규모 미팅인 '솔로대첩'을 주최해 화제가 됐었다. 이후 유 씨는 솔로대첩을 추진한 '최강 오지랖남'으로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하기도 했다.

2012년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했던 유태형 씨 / tvN ‘화성인 바이러스’

그는 이번 경매에서 '솔로대첩'을 언급하면 관심이 온통 '솔로대첩'에 쏠릴 것 같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 씨는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해 악플도 엄청 받았었다"며 웃었다. 이어 "출연 이후 내가 모델급 여자친구만 만났었다는 기사가 나가서 욕을 먹었다. 그동안 만난 여자친구들이 키가 컸기 때문에 아담한 여성 분을 만나보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기사가 그렇게 나갔더라"고 말했다.

유 씨는 "(악플로) 한 2년간 힘들었다"며 "이번 경매를 시작하기 전에도 욕 먹을까봐 많이 걱정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내 경매를 보고 관심종자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염려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걱정은 걱정대로 둔 채 유 씨는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는 "첫 번째 도전은 솔로대첩, 두 번째는 인재 경매였다"고 말했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유 씨는 "세 번째 도전은 아직 비밀"이라며 "세계로 나갈거다"라고만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좌우명이 있냐고 물었더니 "가장 위험한 외줄타기를 해야 사람들이 본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페이스북) '좋아요'와 공유는 진리"라며 이번 경매를 응원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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