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이 vs 중고품' 턴테이블 어떻게 고를까?

2016-01-20 15:00

add remove print link

빠르게 돌아가는 레코드판(LP) 위에 조심스럽게 바늘을 올린다. 바늘이 레코드판을 긁고,

빠르게 돌아가는 레코드판(LP) 위에 조심스럽게 바늘을 올린다. 바늘이 레코드판을 긁고, 곧이어 노래가 흘러나온다.

내 곁에만 머물러요...

떠나면, 안돼요♬

-이문세 '소녀'

이하 pixabay

오래된 유물로만 여겨졌던 턴테이블이 최근 인기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은 2015년 한 해 동안 턴테이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상승했다고 밝혔다.

턴테이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음향기기 업체들도 신제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6)에서는 소니, 테크닉스, 오디오테크니카 등이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눈길을 끌었다.

오디오 칼럼니스트 이장호 씨는 "턴테이블과 LP의 인기가 20대, 30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평가한다. 2013년부터는 젊은층에 인기가 많은 가수 지드래곤, 아이유, 신승훈, 조용필 씨 등이 LP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30세대 대부분에게 턴테이블은 생소하다. 음악이 나오는 턴테이블보다 카페 인테리어 소품으로, 또는 박물관에 놓인 전시물로 접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막상 턴테이블을 구입하려고 해도 구체적인 기능이나 사용법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간단하게, 턴테이블은 무엇인가

턴테이블은 LP 음악을 재생시키는 기계다. 여러 구분법이 있지만 보통 세 부분으로 나뉜다. 플래터, 톤암, 베이스다.

플래터는 LP가 올려지는 부분이다. 플래터 아래 설치된 모터가 LP를 돌린다.

턴테이블에 달린 막대를 톤암이라 부른다. 톤암 끝 부분에는 LP 신호를 읽어들이는 카트리지가 있다. 카트리지 끝에는 바늘이 달렸다. 이 바늘이 LP와 접촉하면서 진동 신호를 읽는다.

마지막으로 턴테이블 전체를 지지하는 아랫부분이 베이스다.

턴테이블만 있다고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턴테이블로 노래를 들으려면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 턴테이블, 앰프, 스피커다.

턴테이블 바늘이 LP 신호를 읽어내면 앰프가 그 신호를 증폭시켜야 한다. 너무 작아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신호가 앰프를 통과하면 스피커가 그 신호를 받아들여 소리로 흘려보낸다.

앰프에는 '포노앰프'가 포함돼 있어야 한다. 포노앰프는 턴테이블 신호를 1차로 증폭시키는 기기다. 만약 포노앰프가 없는 앰프라면 턴테이블과 앰프 사이에 포노앰프를 추가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턴테이블은 대체 어떤 걸 사야 할까? 턴테이블은 종류도 많거니와, 10만 원대부터 1000만 원을 훌쩍 넘기기까지 가격도 제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 가운데 입문자에게, 또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20·30대에게 추천할 만한 턴테이블은 무엇일까?

똑똑하게 턴테이블 사는 법,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최근 출시되는 보급형 턴테이블 초보자에게 '강추'

1962년 설립된 일본 음향기기회사 오디오테크니카 공식수입원 세기AT 황성준 부장은 최근 다양한 턴테이블이 나오고 있지만 "여러 가지 기능보다는 턴테이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제품을 구매하길 권한다"고 했다.

최근 출시되는 10만 원 초반, 10만 원 미만 가격대 일부 턴테이블에는 LP 재생기능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포함돼 있다. 라디오를 들을 수 있고, 스마트폰과 연결해 MP3 음원을 재생할 수 있고, LP 노래를 녹음해두는 기능도 있다.

보급형 전자식 턴테이블은 초보자들이 사용하기 쉽다는 게 장점이다. 보통 앰프가 내장돼 있어 턴테이블을 스피커에 연결하면 바로 노래가 나오게 만들어졌다. 스피커가 본체에 달린 턴테이블도 있다.

오디오테크니카 AT-LP120-USB / 오디오테크니카 제공

하지만 저가 제품은 고가 턴테이블과 비교해 음질이 다소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음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품인 '카트리지' 교체가 저가 턴테이블에서는 대체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카트리지에 연결된 바늘은 LP판과 접촉하며 음악신호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카트리지와 바늘 품질에 따라 보통 음질이 결정된다. 턴테이블에 고급 앰프를 연결하는 것도 음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오디오테크니카는 10만 원대 턴테이블 2종과 40만 원대 턴테이블 1종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 기업 스카이디지탈은 8만 원대 제품도 내놨다. 미국 음향기기 기업 크로슬리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가방형 턴테이블을 약 15만 원에 판매한다. 색상도 다양하다. 초록, 주황, 분홍, 파랑 등 모두 8가지다.

40만 원대 중고, 지금 가격으로 치면 약 200만 원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고 제품을 사는 것도 좋겠다. 세운상가에서 1985년부터 음향기기 가게 '반도전자'를 운영한 김영식 사장은 1980년대, 1990년대에 제작된 턴테이블을 추천했다. 과거에는 원자재 가격이 저렴해 턴테이블에 지금보다 훨씬 고가의 부품들이 들어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 나오는 20만 원 새 제품과 중고 45만 원짜리 옛날 제품은 비교가 안 된다. 25년 전 만들어져 현재 45만 원으로 팔리는 중고 턴테이블은 지금 시장에 신상품으로 나온다면 200만 원대로 팔릴 제품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최근 나오는 저가 턴테이블을 못 미더워했다. 그는 "요즘 턴테이블은 원자잿값이 비싸 부품에 잘 투자하지 못한다. 디자인 위주라 실속이 없다고 본다. 기계가 약하다"고 말했다. 옛날 제품들이 수명이 길다고 그는 주장한다.

토렌스 TD320. 중고가 45만 원이다 / 위키트리

김 사장은 되도록 저렴한 제품은 피하라고 했다. 고급 턴테이블은 사두면 가격이 대폭 내려가지 않아, 다음에 더 좋은 턴테이블을 살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수입 턴테이블은 쓰다가 중고로 내놔도 구매가격의 70%는 건진다. 싸다고 쓰다가 버리는 것보다는 나중에 조금이라도 남길 수 있는 제품을 사는 게 좋다"고 했다.

부모님이 사용했던 턴테이블을 고쳐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한다. 턴테이블은 관리만 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턴테이블은 특별한 관리법이 없다며, 습기만 피하면 된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세운상가에서 볼 수 있었던 중고 턴테이블은 10만 원대부터 200만 원 이상까지 가격대가 다양했다. '반도전자'에서 파는 중고 턴테이블 가운데 가장 저렴한 제품은 45만 원이었다.

세운상가에서 중고 턴테이블을 사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수많은 '사장님들'이었다. 20, 30년 경험을 살려 언제든지 턴테이블에 관해 충분히 설명해 줄 준비가 된 분들이다.

"저가 제품은 턴테이블 흉내만 낸 것들"

오디오 칼럼니스트 이장호 씨는 최근 출시되는 저가 턴테이블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음질이나 내구성 등을 따질 때 10만 원 주변 제품들은 그냥 턴테이블 흉내만 낸 것들"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경우는 구조와 설계상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제품들도 있다. 이런 턴테이블로 LP를 오래 들으면 LP 소리골이 망가져 애꿎은 LP 생명만 단축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가격과 성능을 모두 고려하자면 중고 제품을 사는 것이 괜찮은 방법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하지만 "중고의 경우 초보가 접근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pixabay

턴테이블의 매력은 무엇일까? LP로 듣는 노래 음질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이 씨는 말한다. "60년대 발매된 LP를 당시 발매된 초판으로 듣느냐와 이후 리마스터된 음원을 듣느냐는 음질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디지털 음원이 최고 수준으로 발전할수록 그 소리는 아날로그 사운드와 유사해진다"고 덧붙였다.

home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