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다이아몬드' 비아그라 둘러싼 전쟁사

2016-01-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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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1991년 영국 웨일스 스완지의 모리스턴 병원에서 협심증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1991년 영국 웨일스 스완지의 모리스턴 병원에서 협심증 치료약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1상이 시작됐다. 안타깝게도 효능은 신통치 않았다. 다만 흥미로운 부작용이 발견됐다.

원래 이 약은 심장 동맥을 확장해 혈류를 더 보내 통증을 줄이려고 개발됐는데, 바라던 효과 없이 엉뚱한 곳에 피를 더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음경(陰莖)이었다. 제조사인 화이자는 방향을 틀어 이 부작용을 상품화하기로 했다.

그렇게 개발된 의약품이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출시된 '비아그라'다.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비아그라 알약의 푸른 다이아몬드 모양 상표권을 둘러싸고 수년간 이어진 한국화이자제약과 한미약품[128940]의 법정 다툼이 최근 모두 끝났다.

이하 연합뉴스

◇ '푸른 다이아몬드'의 선풍적인 인기

비아그라가 나오기 전까지 발기부전증은 그야말로 치료하기 난감한 질병이었다.

먹는 치료제는 없었고, 요도·음경에 약물을 주입해야 하는 치료법뿐이었다.

미국에서도 비아그라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었지만 '비타민V', '블루필', '블루 다이아몬드' 등의 별칭으로 불리며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 영웅 펠레의 텔레비전 광고도 판매를 부추겼다. 펠레는 그 광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사와 상담하세요. 저도 하려고요."

비아그라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 2012년 비아그라의 글로벌 매출액은 20억5천100만 달러. 약 2조원으로 1개 품목의 매출액이 당시 대한민국 전체 제약시장 규모보다 컸다.

국내에서도 관심은 뜨거웠다. 1990년대 후반, 비아그라는 아직 국내에 반입되지 않았지만, 관심만큼은 미국 못지않았다.

한국화이자제약이 비아그라의 국내 허가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을 임상시험 대상으로 써달라고 제약사 측에 조르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거나 유수의 대기업 직원이 회장님께 드려야 한다며 '돈을 얼마든 줄테니 비아그라를 구해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는 등의 당시 언론 보도도 있다.

아직 허가가 나기 전, 한국화이자제약이 임상시험 등을 위해 미국 본사로부터 받아 보유하던 비아그라 60알의 행방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 마침내 국내허가…제네릭 발매후에는 한미약품 '팔팔' 초강세

비아그라는 1999년 마침내 국내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1996년에 취득한 '실데나필'의 성분 특허는 2012년에 만료됐고, 이후부터는 이 시장을 노리고 들어오는 제네릭들과의 싸움이었다.

국내 제약사들은 '자하자', '스그라', '쎄지그라', '오르그라', '오르맥스', '불티스', '헤라크라' 등 민망하지만 강인한 인상을 심는 제품 이름을 들고 비아그라의 복제약 출시를 준비했다.

이들 의약품의 모습은 대부분 푸른색 알약이었고, 그 중 일부는 마름모, 또는 육각형으로 비아그라의 '블루 다이아몬드' 모습과 유사한 경우가 많았다.

제네릭 시장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제품은 한미약품의 팔팔이었다.

2012년 출시된 팔팔은 저가 마케팅·영업력 등과 맞물려 대박을 터뜨렸다. 싼 가격을 앞세워 출시 직후부터 처방량은 비아그라를 앞질렀고, 2013년에는 매출액도 비아그라를 제쳤다.

한미약품 팔팔정 알약 형태

이후로 그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고 한미약품은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화이자제약과 한미약품의 특허 소송전이 시작됐다.

한국화이자제약은 '팔팔'의 비아그라의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한미약품도 비아그라의 디자인 무효, 입체상표 무효 소송을 청구하며 법정 난타전을 예고했다. 두 회사가 비아그라와 팔팔의 디자인을 두고 벌인 소송만 4건이었다.

이 모든 소송전이 최근 모두 마무리됐다.

1건은 1심에서 한쪽이 항소를 포기해 결과가 확정됐지만, 나머지 소송 가운데 2건은 2심까지, 다른 1건은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해야 했다.

이들 소송의 내용을 요약하면, '블루 다이아몬드' 디자인은 비아그라만 사용할 수 있는 고유 디자인이 맞지만, 팔팔은 이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이자는 명분을, 한미약품은 실리를 챙겼다"고 소송의 결과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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