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태어나 처음으로 취미가 생겼어요"

2016-02-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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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에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났어요. 제 이름은 이군자. 집안의 장녀였죠. 학교는

“1944년에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났어요. 제 이름은 이군자. 집안의 장녀였죠. 학교는 중학교까지만 마치고 할머니, 할아버지 따라 농사일을 도왔어요, 꿈도 없었고 뭘 하고 싶다는 생각도,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어요.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인 줄 알았어요. 다들 나처럼 사는 줄 알았어요.”

이하 밀알복지재단

2015년 65세 이상 인구는 662만 4천 명(13.1%)으로 국민 8명 중 1명에 해당됩니다. 고령화사회, 고령화사회 이야기하지만 통계로 보니 생각보다 많으시죠? 그런데 2060년에는 노인인구가 무려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초고령사회 돌입에 따른 다양한 문제들이 대두되어오고 있지만, 젊은 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왠지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노인문제들이 우리 부모님이나 조만간 맞이하게 될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고의 노인자살률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자살을 선택하는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고독과 소외일 것입니다. 이로 인한 우울증은 자살에 이르는 심각한 원인인 만큼, 노인들의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는 노인들의 여가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2014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7명이 여가활동이 거의 없거나 극히 적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은 어떠신가요? 은퇴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까? 보건복지부가 독거노인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는 사업을 통해 독거노인들의 자살생각을 절반으로 줄인 것처럼 노인들에게 건강한 취미생활을 만들어 준다면 노인들의 우울증 감소에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독거노인 친구 생긴다면?…자살률 절반 뚝

사진 찍는 할머니들

밀알복지재단은 대청종합사회복지관 ‘지‧니(할아버지‧할머니)카메라포커스’ 카메라반의 할머니들을 만났습니다. ‘지‧니 카메라포커스’는 노인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주고, 향후에는 배운 사진기술로 지역사회를 위한 재능나눔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지금껏 본인을 위해서는 살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늘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할머니들이 생애 처음으로 '사진'이라는 취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카메라가 얼마나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지 몰라요."

밀알복지재단은 앞으로 5회의 연재를 통해 할머니들이 직접 찍은 사진과 그 속에 담긴 인생 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은퇴 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찾아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좀 더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태어나 처음 취미 갖게 된 73세 이군자 할머니 이야기

“카메라 처음 봤어요. 그래서 처음에 복지관 선생님이 해보라고 했을 때 난 못하겠다 했지요. 태어나서 이런 거(카메라) 한 번도 찍어본 적도, 찍혀 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느라 바빴어요. 내가 집안의 가장이었거든요.”

가지치기, 2015 / 이하 이군자

1944년에 경상도 의령에서 태어난 이군자 할머니는 집안의 장녀였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함께 살았고, 이군자 할머니 아래에 동생이 넷이나 있었습니다.

“일곱살 땐 한국전쟁이 나서 온 가족이 북한군 피해 산으로 올라갔던 기억이 나요. 다행히 가족들 모두 다치지 않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어요. 우리는 촌에 살아서 그런지 다행히 집도, 원래 농사하던 논밭도 그대로였어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농사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다닐 적부터 해오던 일이었고, 장녀는 응당 그래야 하는 건 줄 알았기에 어떠한 반항이나 거부도 없이 그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며 농사와 집안일을 도왔습니다. “꿈도 없었고 뭘 하고 싶다는 생각도,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어요”라는 이군자 할머니는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인 줄 알았습니다. 밑에 줄줄이 동생들이 딸린 집안의 장녀라면, 다들 자신처럼 그렇게 사는 줄 알았습니다.

구름이랑 나무랑, 2015
좁은 지역사회에 살아서였는지 ‘남녀칠세부동석’과도 같았습니다. 엄했던 집안 분위기 탓에 남자는 시집 갈 나이가 되기 전까지 만나보지도 못했고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스물 다섯, 세 번째 중매에서 만난 남편과 연이 맺어져 마산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의령 밖을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던 이군자 할머니에게 마산은 별천지였습니다. “의령 촌에서는 못 보던 것들이 많았어요. 운전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 당시엔 여자가 뭘 배우고 그런 것이 좀 그랬던 시절이었어요. 운전하던 여자도 없었죠. 생각해보니 그때 해보고 싶었던 게 운전이네요. 그런데 배우지 못했죠.”

남편의 사업이 4년만에 망하면서 이군자 할머니는 다시 일을 나섰습니다. 집안의 가장이 된 것입니다. 마산의 식당이란 식당은 다 다니며 일했습니다. 24시간을 꼬박 다 일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삼사십년을 살았습니다. 모두 자식들을 위해서였습니다. 밥 먹이고, 옷 입히고, 학교 보내고, 시집도 보내고 장가도 보내려면 그렇게 일해야만 했습니다. “내가 봐도 나는 참 많이 고생했어요. 나 고생한 얘기 쓰라고 하면 책 두권도 넘게 쓸 수 있을 거에요.”

꽃밭에서, 2015

이군자 할머니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자식들은 모두 번듯한 직장을 잡아 들어갔고 결혼도 했습니다. 나이도 많이 들었고, 더 이상 일 할 이유가 없어진 할머니는 일을 그만 두었습니다. “평생 일만 했으니 남은 시간에 뭘 해야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근처 공원에 운동하러 가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었어요.” 그렇다 알게 된 한 할머니로부터 근처의 복지관을 소개받은 이후로 삶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복지관에서 노인들 대상으로 취미반을 운영하는데 거기서 기타, 탁구, 장구... 여러 가지 배울 수 있거든요. 그전엔 무슨 재미로 살았나 몰라. 만약에 복지관 몰랐으면 그냥 공원이나 돌아다니며 살았을 것 같아요. 작년엔 카메라 반이 열린다고, 복지관 선생님이 한번 해보라고 했어요. 나는 못 한다고 했지요. 태어나서 한 번도 카메라라는 걸 본 적도, 찍어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그걸 어떻게 하나 싶었죠. 그래도 선생님 해보라, 해보라 해서 해봤어요. 복지관에서 다행히 카메라를 빌려주어서 첫 수업에 들어갔지요. 그런데 재미있더라고요. 나이 이만큼 먹어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내가 아까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아마 나랑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할머니들은 다 나처럼 살아왔을 거에요. 그래서 나처럼 고생 많았던 인생 살아온 할머니들에게 사진이라는 취미를 가져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일 좋아하는 사진, 2015
할머니는 사진의 즐거움과 함께 젊은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고 전했는데요. 이군자 할머니의 더 많은 사진과 인생스토리는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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